이종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인터뷰
매년 4월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연중 일정 중 가장 분주한 시기다.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한 장애인의 날(4월 20일)이 있고, 장애인고용촉진 강조기간인 4월 한 달 동안 고용 확대와 인식 개선을 위한 각종 캠페인과 행사가 집중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종성 공단 이사장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공단에서 만난 이 이사장은 “4월은 그야말로 공단의 장날이다. 매달 이렇게 바쁘면 더 좋겠지만, 이 기간 중에 장애인 고용의 필요성과 가치를 알릴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이종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이 AI 시대를 맞아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는 디지털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지난 15일 열린 ’2026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서 총 30명의 장애인 고용촉진 유공자가 철탑산업훈장, 대통령표창 등을 수상했다. 롤모델이 될 만한 사례는.
“장애인고용촉진대회는 1991년부터 매년 장애인고용촉진 강조기간에 열리는 행사다. 유공자 표창과 우수 사례 전파, 인식 개선 홍보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해 왔다. 올해 철탑산업훈장을 받은 태건비에프(대표이사 김만석)는 상시근로자 128명 가운데 63명이 장애인이다. 이 중 중증 장애인은 51명이다. 통근버스 운영, 종합검진 제공, 간병비 지원 등 복리후생 제도를 폭넓게 운영하며 장애인 고용의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산업포장을 받은 김금재 대리는 청각장애 바리스타로, 행복두드리미에서 10년째 근무 중이다. 대통령표창 수상자인 고상우 사원은 중증 지적장애인으로 세탁물 관리업체 미성사에서 15년간 장기 근속했다. 장애인 고용에서는 취업 자체를 넘어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경험이 중요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10년 이상 근속한 사례는 다른 이들에게 큰 희망을 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991년 0.43%에 불과하던 장애인 고용률이 2024년에는 3.21%로 7배 이상 늘었다. 공단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의무고용 대상 사업체, 즉 국가·지자체·공공기관과 상시근로자 50명 이상 민간기업의 고용률은 꾸준히 상승해 왔다. 2024년 말 기준 공공부문 고용률은 3.9%로 집계됐다. 반면 민간부문은 3.03%에 그쳐 의무고용률(3.1%)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1000명 이상 대기업 고용률은 2.97% 수준에 머물렀다. 사회 전체로 범위를 넓혀 보면 전체 인구 고용률은 63.8%지만, 장애인 고용률은 34.0%에 그친다. 정부는 최근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민간기업 의무고용률을 2029년까지 3.5%로 높이기로 했다. 이러한 조치가 정책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권 고용률이 특히 낮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금융권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는데, 어떤 전략을 마련하고 있나.
“금융권의 장애인 고용률은 현재 2%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은행권에서는 “적합한 직무가 없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그 결과 의무고용 미달에 따른 부담금만 납부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이제는 부담금 중심의 네거티브 방식만으로는 고용 유인을 기대하기 어렵다. 각 기업이 수행 가능한 직무를 함께 설계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즉, 포지티브 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공단은 금융회사와 협력해 중·장기 고용 확대 방안과 단계별 이행 계획 등 맞춤형 컨설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 하나증권 등과 협력해 맞춤형 훈련으로 채용을 준비 중이다."
-공단의 포지티브 전략이 IT 직군에서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해당 훈련을 받은 장애인 취업률이 80~90%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이유가 궁금하다.
“우선 관련 산업에서 인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한다면 기회는 존재한다. 또 기술 발전이 장애 장벽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정보통신(IT) 분야는 인공지능(AI) 보조도구, 화면 낭독, 음성 인식 등과의 호환성이 높다. 이러한 기술은 신체적 제약을 보완하며, 업무 수행에 장애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기술 발전과 교육 인프라 확충으로 고용 기회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목표는.
“단순히 교육 인원만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립 기반 구축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전국 단위 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기초 교육을 넘어 전문 직무 중심으로 교육 범위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AI·클라우드(Cloud·컴퓨팅 자원을 필요할 때 빌려 쓰는 방식)·사이버보안 등 수요가 높은 분야의 고급 기술 교육을 강화해 장애인 인재의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궁극적으로 장애인 고용이 사회적 배려 차원을 넘어 개인의 역량에 기반한 경쟁으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15~29세 청년 비경제활동인구가 50만 명을 넘어섰다. 장애인 취업 준비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취업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안고 있다. 나 역시 1992년 대학 졸업 후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쉽지 않았다. 당시 중증 지체장애인이 일자리를 구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그때 찾은 곳이 바로 공단이었고, 공단의 알선으로 한국지체장애인협회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30여 년이 지난 뒤 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직원들에게 “선배들의 노력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 장애인의 소중한 시간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일해 달라”고 말했다. 일자리는 장애인 복지의 핵심이자 정점이다. 공단은 급변하는 노동시장 속에서 장애인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기관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도 주저하지 말고 공단의 문을 두드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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