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수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원장
- 전력과 거리, 그리고 국가 전략의 재설계 -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가 산업과 사회 전반을 재편하는 거대한 전환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이 변화의 본질은 단순히 AI 기술의 발전에 있지 않다. 유의미한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고, 얼마나 빠르게 처리하며,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인공지능(AI) 시대에 AI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단순한 IT 시설이 아니다.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핵심 인프라이자, 디지털 경제의 심장이다. 특히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 처리량과 연산 수요가 폭증하면서 AI데이터센터의 역할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 데이터센터 입지 전략은 여전히 수도권 중심에 머물러 있다. 이는 분명 장점이 있다. 수도권은 초고속 네트워크, 풍부한 IT 인력, 그리고 대규모 수요처가 밀집해 있어 서비스 품질과 운영 효율 측면에서 유리하다. 특히 지연시간에 민감한 금융·플랫폼 서비스에서는 수도권 입지가 중요한 경쟁 요소다.
그러나 단점 역시 명확하다. 무엇보다 전력 공급 여력이 한계에 이르렀고, 주민 민원과 환경 규제, 높은 토지 비용 등으로 인해 대형 AI데이터센터의 신규 구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수십~수백 MW급 전력은 더 이상 수도권에서 감당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
반면 지방은 상황이 다르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전력 인프라와 대규모 부지 확보 가능성, 낮은 민원 부담은 AI 데이터센터 입지로서 중요한 강점이다. 물론 네트워크 거리 문제와 전문 인력 확보 측면에서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AI 환경에서는 이 ‘거리’의 의미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 대규모 AI 학습은 물리적 거리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실시간 서비스는 사용자와 가까운 위치가 중요하다. 즉, 모든 기능을 수도권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이원화 전략’이다. 핵심 서비스와 네트워크 허브 기능을 수행하는 주 데이터센터는 수도권에 두되, 대규모 연산과 저장, 그리고 재해복구 기능은 지방으로 분산하는 구조다.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분석 등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필요성이 대두되는데, 이러한 시설은 충분한 전력과 대규모 부지가 필요하기에 비수도권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재해복구 시스템은 동일 권역에 둘 경우 리스크가 집중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분리된 지방에 구축하는 것이 안정성 측면에서 필수적이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또 하나의 축이 있다. 바로 AI데이터센터의 ‘지속가능성’이다. AI 시대의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만큼, 친환경·고효율 구조를 전제로 해야 한다. 액침냉각과 공랭·수랭 하이브리드 시스템, 재생에너지 연계(PPA), 폐열 회수 등 다양한 기술적 접근을 통해 전력 활용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 단순한 에너지 절감을 넘어, PUE(Power Usage Effectiveness) 중심의 구조 개선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추진 중인 ‘5극 3특’ 중심의 국가균형발전 전략은 AI데이터센터 입지 방향을 더욱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과 부지를 필요로 하는 산업 특성상 지방 거점에 구축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도 직결된다. 단순한 분산을 넘어, 지역 산업과 연계된 데이터·AI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AI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특정 지역에 집중할 수 있는 인프라가 아니다. 전력, 거리, 안정성, 그리고 에너지 효율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분산형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수도권 집중이라는 기존의 관성을 넘어설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AI 시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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