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인캐피탈과 밸류에이션 이견 끝내 못 좁혀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속 핵심 사업 수성
HS효성첨단소재는 2026년 3월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르 빌팽트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복합소재 전시회 'JEC 월드 2026'에 참가했다. /사진=HS효성첨단소재
| 스마트비즈 = 이장혁 기자 | HS효성첨단소재가 1년여에 걸쳐 추진해온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부 매각을 철회했다. 3일 공시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베인캐피탈에 매각 철회를 통보했으며, 추가적인 매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왜 팔려 했나···신사업 재원 마련이 핵심
스틸코드 사업 매각을 추진한 배경에는 그룹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전략이 있었다. 스틸코드는 2023년 기준 전체 매출의 26%, 영업이익의 40%를 차지하는 사실상의 '캐시카우'였지만, 특수섬유·탄소섬유 등 본업과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독립 경영 원년이었던 2025년부터 탄소섬유·수소·AI 소재를 미래 성장축으로 내세우며 사업 재편을 가속화했다. 스틸코드 매각을 통해 확보하려 한 현금은 1조원 안팎으로, 적자가 이어지던 탄소섬유 사업 확대와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1년간의 매각 과정···흥행 기대에서 결렬까지
매각 프로세스는 2025년 초부터 시작됐다. 예비입찰에만 국내외 사모펀드 10여 곳이 참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변수로 부상하면서 북미 시장 점유율 1위인 이 사업부를 인수하면 관세를 우회할 수 있다는 기대가 더해졌고, 중국계 사모펀드와 전략적투자자(SI)까지 가세했다. 거론된 몸값은 1조원에서 많게는 1조5000억원대까지 올랐다.
2025년 7월 본입찰을 거쳐 베인캐피탈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이후 협상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실사 단계에서 중국 경쟁사들의 저가 공세로 인한 마진 압박, 스틸코드 시장 성장성에 대한 이견 등이 발목을 잡았다. 양측은 기업가치 산정을 두고 1년 가까이 협상을 이어갔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고, 지난달 28일 사실상 협상 결렬이 알려졌다.
철회 배경···가격 이견+시장 환경 급변
공식 철회 사유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고객사의 공급망 안정 요구 증가다. 타이어 제조사들이 핵심 소재인 스틸코드의 안정적 조달을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상황에서 매각을 강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실질적 이유로는 밸류에이션 이견이 핵심이다. HS효성 측은 1조원 이상을 원했지만 베인캐피탈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글로벌 금리 환경, 중국 스틸코드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 전기차 전환에 따른 타이어 소재 구조 변화 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했다.
HS효성첨단소재의 실적 개선도 매각 동기를 약화시켰다. 스틸코드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면서 '지금 팔아야 할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회사는 "수익 창출 가능성과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종합 검토한 결과"라고 부연했다.
세계 1위 사업 지키며 전략 수정
HS효성첨단소재의 스틸코드는 캐시카우 정도가 아니다. 고강도 제품인 '울트라 텐슬(Ultra Tensile)' 스틸코드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이며, 미쉐린·굿이어 등 주요 타이어 제조사와 장기 공급계약을 맺고 납품을 이어오고 있다. 폴리에스터·나일론·스틸코드 등 3대 타이어 보강재를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라는 점도 독보적 위상을 가진다.
'캐시카우'를 팔아 미래를 사려 했던 1년간의 전략이 뒤집힌 만큼, 탄소섬유 등 적자 신사업의 수익성 개선 속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HS효성첨단소재는 스틸코드를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재편해 수익성을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