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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HDC 정몽규 '계열사 누락'···김범수처럼 웃을까 신격호처럼 울까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2015년 제출한 지정자료에서 20개 계열사를 빠뜨렸다는 이유로 2020년 검찰... 당시 누락된 회사는 이 의장 본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유한회사 지음, 4촌이 지분 50%를 보유한 ㈜화음, 네이버가...

HDC 정몽규 '계열사 누락'···김범수처럼 웃을까 신격호처럼 울까

단순 누락은 무죄, 지배구조 은폐는 유죄···‘고의’가 가른 판례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HDC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는 대기업집단 지정자료에서 계열사를 누락한 혐의로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계열사 누락 사건에서 허위 제출에 대한 인식과 용인, 즉 ‘고의’가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유무죄를 가르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나희석)는 전날 정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1억5000만원 벌금형에 처해달라며 법원에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혐의가 가벼운 사건의 경우 정식 공판을 거치지 않고 서면 심리로 벌금 등 재산형을 부과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법원은 약식명령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면 정식 재판에 회부한다. 약식명령이 적당하다고 인정할 경우 이를 발령하고 검사나 피고인이 7일 이내에 정식 재판을 청구하지 않으면 확정된다.

정 회장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친족 및 특수관계인이 지배하는 계열사 20여곳을 누락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누락이 반복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지난달 17일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동일인 지정 이후 장기간에 걸쳐 유사한 누락이 이어졌다고 판단했으나, 공소시효 5년을 고려해 최근 기간만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조계와 재계의 시선은 과거 유사 사건으로 이어진다. 계열사 누락 사건은 외형상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고의’ 입증 여부에 따라 결론이 갈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수’ 인정받은 김범수 vs ‘은폐’ 인정된 신격호

계열사 누락 사건에서 법원이 판단의 잣대로 삼는 핵심은 동일인의 인지 여부다. 공정거래법상 허위 자료 제출죄가 성립하려면 총수가 누락 사실을 알고도 용인했거나 지시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

이 기준에서 가장 성공적인 방어 사례로 꼽히는 것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사건이다. 대법원은 지난 2020년 2월 김 창업자의 계열사 누락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를 확정했다. 당시 김 창업자는 일부 계열사 신고를 누락한 혐의로 약식기소됐으나 벌금형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재판 과정에서 김 창업자 측은 관련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실무자의 착오였고 피고인이 이를 인식하거나 의도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허위 제출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넘어 이를 용인하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고의 입증 부족’이 무죄 판단의 핵심 근거로 작용했다.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된 사례도 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2015년 제출한 지정자료에서 20개 계열사를 빠뜨렸다는 이유로 2020년 검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누락된 회사는 이 의장 본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유한회사 지음, 4촌이 지분 50%를 보유한 ㈜화음, 네이버가 직접 출자한 ㈜와이티엔플러스와 라인프렌즈㈜, 네이버가 100% 출자해 설립한 비영리법인의 임원이 보유한 회사 16곳 등이었다.

공정위는 이 의장이 본인 또는 가까운 친족이 보유한 회사를 누락한 데다 지정자료 확인서 등에 개인 인감을 날인한 만큼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정자료 허위 제출에 대한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한 달 앞서 무죄가 확정된 김범수 창업자의 사례를 참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故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 사건은 정반대 결론이 나왔다. 2018년 1심에서 해외 계열사 지분을 실제와 다르게 기타 주주로 기재한 행위가 유죄로 인정돼 벌금 1억원이 선고됐고, 이후 항소가 취하되며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재판 과정에서 고령 등을 이유로 위법성 인식이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법원은 동일인으로서 대리인에 대한 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부 보고 체계·사익편취 여부…고의 판단의 핵심

정몽규 회장 사건 역시 향후 법정에서 ‘실수’와 ‘의도’ 사이의 공방이 예상된다. 법원이 고의성을 판단할 때는 몇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따져본다.

첫째는 내부 보고 체계다. 법원은 HDC그룹 내부 보고·결재 체계를 통해 정 회장이 누락된 계열사를 인지했는지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해당 회사가 언급되거나 정 회장이 관련 사안을 승인한 흔적이 있다면 고의 인정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는 실질 지배 여부다. 지분율뿐 아니라 임원 겸직 자금 흐름 사업 연계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형식상 계열사가 아니더라도 사실상 지배가 이뤄졌다면 신고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 기준이다.

셋째는 규제 회피 효과다. 누락된 회사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거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경우라면 고의성이 강하게 의심된다. 숨겼을 때 얻는 이익이 명확할수록 단순 실수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넷째는 누락의 반복성과 형태다. 특정 유형의 회사만 반복적으로 누락됐다면 이는 단순 입력 오류가 아닌 구조적 배제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번 기소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계열사 누락은 고의가 아닌 실무상 착오로 발생한 사안”이라며 향후 재판에서 관련 사실관계를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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