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업계 최대 3500개 GPU 'AI 팩토리' 구축
릴리·노보·암젠, 슈퍼컴퓨팅 경쟁 구도 형성
이미지출처 : 게티이이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문윤희 기자] 글로벌 제약산업의 신약개발 경쟁 축이 '파이프라인'에서 'AI 인프라'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신약개발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 후보물질이 아니라 데이터와 이를 처리하는 AI 인프라로 재정의되면서 빅파마 간 GPU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로슈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엔비디아와 협력을 확대하며 3500개 이상의 GPU를 기반으로 한 'AI 팩토리'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2176개의 최신 블랙웰(Blackwell) GPU를 추가 확보하며 글로벌 제약기업 중 최대 규모의 AI 연산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IT 인프라 확충을 넘어 신약개발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로슈는 연구개발(R&D)부터 생산, 진단, 상업화까지 전 밸류체인에 AI를 적용해 개발 기간 단축과 성공률 제고를 동시에 노린다는 목표다.
특히 '랩-인-더-루프(Lab-in-the-Loop)' 전략을 통해 실험과 AI 모델을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디지털 트윈 기반 제조, 대규모 데이터 분석 기반 진단까지 확장하며 AI를 조직 전반의 핵심 인프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랩-인-더-루프는 실험실과 알고리즘(AI)이 반복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실험 설계·데이터 생성·모델 피드백을 주고받는 작업 흐름을 말한다.
일라이 릴리 역시 AI 기반 신약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슈퍼컴퓨팅과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외부 AI 기업과 협업뿐 아니라 내부 데이터 통합과 고성능 연산 환경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릴리는 지난 1월 엔비디아와 '베이 에어리어 AI 공동 혁신 연구소 설립'을 위해 10억 달러 투자 협약을 맺은 바 있고, 2월에는 릴리팟(LillyPod)이라는 이름의 엔비디아 슈퍼컴퓨터 가동을 선언했다. 릴리팟은 1016개의 GPU로 구성돼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해 6월 엔비디아, 덴마크 AI혁신센터(DCAI)와 협력해 덴마크의 국가 AI 슈퍼컴퓨터 게피온(Gefion)을 신약 초기 연구 및 임상 개발에 활용하기로 했다. 게피온은 엔비디아 GPU 1528개를 탑재했다.
암젠은 이보다 앞선 2024년 1월 자회사인 디코드 제네틱스(deCODE Genetics)에 슈퍼컴퓨터 프레이쟈(Freyja)를 배치한 바 있다.
GPU 경쟁의 본질…'시간'을 줄이는 싸움
제약업계의 GPU 확보 경쟁 이면에는 신약개발 속도전이 자리하고 있다. 단일 세포의 복잡성을 해석하고 새로운 항체 분자를 찾으려면 수백 개 이상의 GPU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컴퓨팅 파워가 곧 신약개발 속도를 좌우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블록버스터 신약 이후 공백을 메우는 새로운 파이프라인 확보에 AI 인프라가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경쟁 구도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엔비디아의 독보적 지위다. 로슈·릴리·노보 노디스크·암젠에 이르기까지 주요 빅파마와 바이오테크가 예외 없이 엔비디아 GPU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아직 어떤 기업도 AI 슈퍼컴퓨터와 특정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성과를 직접 연결해 공개한 사례는 없다는 점에서 GPU 경쟁의 실질적 성과 검증은 향후 제약 AI의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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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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