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모스콘 센터에서 'GDC26'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개발자들이 페스티벌 홀에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사진=조성준 기자
전세계 게임 개발자들의 축제인 GDC26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13일까지 5일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GDC26에는 전세계 수많은 개발자들이 몰려 들었다. 700개가 넘는 강연이 진행됐고 1100여명이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섰다. 전시에는 300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했다.
올해 화두 역시 인공지능(AI)이었다. 모든 산업이 AI로 인해 새로운 변화를 맞이 하고 있다. 게임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전세계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개발 코드를 몰라도 게임을 개발해주는 AI 도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올해 GDC에서는 AI 시대에 다시 사람의 역할을 탐구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올린 글로벌 스타 개발자 롭 팔도 본파이어 스튜디오 대표는 "좋은 게임은, 위대한 팀이 만든다"며 사람의 가치를 강조했다.
"좋은 게임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
롭 팔도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게임 개발자의 신화로 불린다.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 워크래프트3,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블리자드의 명작들을 이끈 그는 2006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는 본파이어 스튜디오를 이끌며 온라인 팀 기반 PvP 게임 '알케론'의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모스콘 센터에서 'GDC26'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롭 팔도 본파이어 스튜디오 대표가 기조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조성준 기자
그는 강연을 통해 "재미있는 게임 아이디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구현해낼 수 있는 팀"이라며 "오래 사랑받는 게임은 우연과 노력, 그리고 팀과 플레이어의 사랑이 함께 어우러져 탄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예술 작품과 같다"고 강조했다.
다른 강연에서도 사람의 역할을 강조하는 개발자들이 많았다. 특히 구글의 프로젝트 지니를 개발하고 있는 딥마인드도 AI가 개발자를 대체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지니'는 텍스트나 이미지 만으로 3차원 가상세계를 만들어주는 AI다. 지니가 공개된 이후 게임업계에는 궁극적으로 게임 개발자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공포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딥마인드 측은 생성형 도구의 품질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좋은 게임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역량은 취향, 설계, 반복적 다듬기 등이라고 강조했다. 텍스트 몇 줄만으로 바로 완성된 게임이 나오는 식의 미래보다는, AI가 음악·코드·에셋 생성 등 개별 작업을 개선하더라도 결국 최종적인 재미와 완성도는 인간의 설계 역량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김현승 크래프톤 AI컴패니언 팀장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GDC26에서 강연을 통해 배틀그라운드의 AI 팀메이트 '펍지 얼라이'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허준 기자
다만 AI로 게임 제작 과정을 단축하거나 게임의 재미를 더 풍부하게 만들려는 시도 역시 계속되고 있다. 제프 스켈튼 일렉트로닉 아츠 제품 개발 책임자는 "AI를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하겠지만, 우리 중 그 누구도 그 장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며 "전세계 모든 개발자들이 아마도 새로운 장르가 되는 것에 대해 작업하고 있을텐데, 앞으로 많은 실험비용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캐서린 하뱅 구글클라우드 게임 부문 책임자 역시 "파이프라인을 재창조하든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나 장르를 창조하든 플레이의 미래는 매우 다르게 보일 것"이라며 "AI를 활용한 게임 개발 도전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래프톤 '펍지 얼라이', 넥써쓰 '크로쓰 허브' 공개
GDC26에 참석한 국내 기업들도 대부분 AI에 집중했다. 크래프톤은 엔비디아와 함께 한 강연을 통해 AI 팀메이트 '펍지 얼라이'를 소개했다. 김현승 크래프톤 AI 컴패니언 팀장은 시연 영상을 통해 실제로 '펍지 얼라이'와 함께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김 팀장이 직접 '펍지 얼라이'와 게임을 진행했다. 게임 시작 전부터 어느 지역으로 진입할지 대화를 나누는 모습과 게임 도중 '구상'이 필요하다며 구상을 전해달라는 얘기에 반응하는 '펍지 얼라이'의 모습이 실감나게 소개됐다. 총격전 속에서도 김 팀장의 외침에 '펍지 얼라이'가 반응했다.
넥써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모스콘 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GDC26'에 참가해 AI 기반 솔루션 '크로쓰 허브'를 공개했다. / 사진=조성준 기자
넥써쓰는 AI에이전트를 주제로 강연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이삭 넥써쓰 AI·블록체인 총괄 리더가 무대에 올라 AI 에이전트가 변화시킬 게임의 방향성과 몰트아레나, 몰티로얄의 실제 개발·운영 과정에서 축적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넥써쓰는 전시부스도 마련했다. 블록체인 게임 얼라이언스(BGA), 두바이 종합상품센터(DMCC), 버스에잇(Verse8)과 전시 부스를 함께 꾸리고 글로벌 개발자들을 맞이 했다. 넥써쓰는 GDC26에서 수익화와 이용자 관리를 지원하는 AI 기반 솔루션 '크로쓰 허브'를 최초로 공개했다. 개발자가 직접 게임의 정체성에 맞는 웹사이트를 구축·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새로운 게임 경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GDC 오프닝 나이트가 열린 오라클 파크. 해가 지기 전 그라운드의 흙을 느끼고 함께 음료를 즐기며 소통할 수 있다. / 사진=조성준 기자
한편 올해 GDC26은 개발자 중심의 행사에서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B2C 행사를 늘렸다. 행사 명칭 역시 'GDC: 페스티벌 오브 게이밍'으로 리브랜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취지와 달리 전시부스 규모는 지난해보다 대폭 축소돼 아쉬움을 남겼다. 주요 게임사들의 참여도 저조했다. 메타와 텐센트게임즈, 넥써쓰 정도의 부스가 대규모로 꾸려졌고, 다른 전시부스를 대부분 인디게임과 국가공동관으로 대체됐다.
대신 야간 행사를 늘린 것은 좋은 평가를 얻었다. 개막 첫날 모스콘센터 인근 야구장인 오라클파크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등 개발자들의 네트워킹의 장을 마련했다. 둘쨰날에는 개발자들을 위하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주최 측은 내년 3월1일부터 5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GDC27을 진행할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미국)=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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