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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V 둔화에 멈춘 성장공식…K-배터리, ESS로 돌파구 찾나

이는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전력망 보강과 출력 변동성 대응 수요 또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4년...

EV 둔화에 멈춘 성장공식…K-배터리, ESS로 돌파구 찾나

내용요약

글로벌 전기차 성장 둔화·中 공세 속 수익성 방어 최대 과제로

AI 데이터센터·전력망 수요 타고 ESS 급부상…‘완전한 대체재’론 부족

美 현지 생산·LFP 전환·투자 속도 조절 등이 향후 생존력 가를 듯

LG에너지솔루션 ESS./ LG에너지솔루션

|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전기차(EV) 중심으로 질주해 온 국내 2차전지 산업이 전환점을 맞았다. 수년간 이어진 공격적 증설 대신 이제는 늘어난 설비의 효율적 활용을 고민하는 모양새다. 배터리 업계가 최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새 돌파구로 내세우는 것도 이런 배경과 맞닿아 있다. 다만 ESS가 부상한다고 해서 전기차 부진을 곧바로 상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산업 무게중심이 자동차 단일 축에서 전력 인프라, 에너지 운용 시장 등으로 넓어지는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 폭발력 줄어…中 업체 경쟁 심화 등에 ESS 분야 급부상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예전과 같은 폭발력은 줄었다. 2025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약 2250만대로 외형 성장을 이어갔지만 성장 속도는 최근 3년간 눈에 띄게 둔화됐다.

중국은 2025년 기준 글로벌 판매량 69%를 차지했고 전기차 침투율(전체 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도 45% 수준으로 시장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 아울러 유럽은 규제 강화와 정책 효과로 회복 조짐을 보인 반면 미국은 고금리와 정책 변화 여파로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지난해 9월 전기차 세액공제가 조기 종료된 뒤 수요 둔화가 더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수요 둔화 자체보다 이러한 현상이 선제 투자와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미와 유럽 전기차 침투율 확대를 전제로 생산능력을 키워온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낮아진 가동률과 고정비 부담, 배터리 판가 하락 압력에 동시에 노출돼 있다.

중국 업체들은 원가 경쟁력과 대규모 생산력을 앞세워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중심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 경쟁 요소에서 고에너지밀도 중심 기술 우위 일변도가 아닌 가격과 공급 안정성, 현지 생산능력이 더 중요해진 셈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ESS는 유력한 대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글로벌 ESS 설치 용량이 2025년 92GW에서 2035년 244GW로 커질 것으로 봤다. 아울러 북미 ESS 수요도 2024년 58GWh에서 2030년 123GWh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전력망 보강과 출력 변동성 대응 수요 또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약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배터리 산업 새 수요처가 자동차 분야가 아닌 전력계통과 디지털 인프라 확대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 ESS 시장, 단가·수익성 낮아 ‘한계’…“결국 전기차 부문 회복이 변수”

다만 ESS 시장을 과대평가하는 것도 위험하다. 현재 ESS는 전기차 시장 대체재라기보다 수요 변동성을 줄여주는 ‘보완재’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절대 시장 규모가 아직 전기차보다 작고 수요 중심도 상대적으로 저단가인 LFP에 쏠려 있어 물량 확대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ESS 비중이 중장기적으로 커지더라도 글로벌 배터리 전체 수요 중 30% 안팎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새로운 수요 축이 생겼다고 해도 주력인 전기차 부문 회복 없이는 배터리 업계 체력이 살아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주요 업체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연간 매출 23조6718억원, 영업이익 1조3461억원을 기록했다. 북미에서 LFP ESS 배터리 현지 생산을 시작한 데 이어 2025년 말 기준 ESS 수주잔고 140GWh를 확보했다. 회사는 2026년 글로벌 ESS 설치량이 40% 이상 늘고 북미에서는 ESS가 전체 배터리 수요 중 절반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올해 90GWh 이상 신규 ESS 수주를 목표로 제시했다.

삼성SDI는 2025년 연간 매출 13조2667억원, 영업손실 1조7224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미국 내 ESS 생산과 LFP 라인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온도 국내 ESS 중앙계약시장에서 284MW를 확보했고 미국 플랫아이언 에너지와 7.2GWh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ESS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결국 향후 글로벌 시장 K-배터리 주도권 싸움은 몇 가지 지점에서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과 유럽에서 현지 생산 체계를 얼마나 빨리 갖추는지, △전기차와 ESS 사이에서 생산 라인을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는지, △LFP 확대와 투자 속도 조절을 통해 고정비 부담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 등이 관건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분야는 ‘성장산업’으로 평가받던 때를 지나 시장 변화에 걸맞은 포트폴리오 재배치를 요구받는 상황”이라며 “ESS 시장은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에 가까우며, 결국 K-배터리 향방 최종 변수는 전기차 수요 회복과 그에 따르는 체질 개선 속도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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