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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BN 칼럼] 호르무즈 해협 너머의 세상

국내 수출도 반도체 중심으로 괜찮고, 여전히 기대가 높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수출 편중 문제는 여전하며, 여기에 유가 급등과 전쟁으로 국내 교역조건 모멘텀이 정체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쟁 때문에 반도체...

[EBN 칼럼] 호르무즈 해협 너머의 세상

▶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미국-이란 전쟁은 올해 진행되었던 금융시장 판을 뒤집었다. 1~2월만 해도 미국보다는 비 미국(신흥국), 빅테크보다는 전통산업 중심으로 주식시장이 움직였다. 달러는 약했고, 미국 이외 지역의 통화가치는 올랐다.

이란 전쟁 이후 금융시장은 미국 달러와 미국 증시, 에너지 중심으로 반전됐다. 원유와 가스를 수출하는 미국 경제와 미국 달러가 강한 것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전쟁을 일으킨 당사국 자산이 안전자산인 것이 유쾌하지 않을 뿐이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이나 이란 모두에게 정치적, 경제적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유가 역시 계속 급등하지는 않겠지만 유가의 '임계점'을 미리 계산해볼 필요는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국제유가가 2년 평균 수준에서 50%를 2~3개월 이상 상회하면 경제적 충격이 나타났다. 현재 브렌트유 기준으로는 120~130달러가 임계점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현재 금융시장이 이번 사태를 여전히 '단기전'으로 낙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쟁 후 미국 증시의 주가 하락 폭은 6~7%로 미미하다. 아직 금융시장은 최악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반면 주식시장에 비해 채권시장의 긴장감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예컨대 유럽 국가들의 매파 본능이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물가 전망치를 지난 12월 대비 0.7%p나 올렸으며,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만큼 2분기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이러한 중앙은행의 정책 반전은 주요국들의 단기 금리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안전자산이 희소해진다. 이러한 불안을 반영한 것은 다름아닌 금 가격이다. 공교롭게도 전쟁 이후 각종 자산 가운데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은 안전자산으로 알려진 금 가격이다(3월초 고점 대비 -17%).

인플레 트라우마가 큰 유럽중앙은행과 달리 미국 연준의 셈법은 복잡해 보인다. 2분기 중 물가 불안에 따른 단기 성장 충격이 나타나면 하반기 연준은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전쟁뿐만 아니라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희미해지는 하반기가 좀더 공격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점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는 시기에 맞춰 다시 성장주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유가 급등만으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다. 보통 유가 급등이 다른 요인들이 겹칠 때 훨씬 파괴적이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불안한 것은 사모대출 시장이다. 하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와 비교하면 현재 사모대출 시장은 레버리지, 전체 시장 규모, 은행의 개입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향후 AI파괴론과 함께 레버리지론, 하이일드 시장의 균열이 실질적인 위기로 이어지는지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전쟁 이전까지 글로벌 경제는 양호했다.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골디락스 국면에 가까웠다. 국내 수출도 반도체 중심으로 괜찮고, 여전히 기대가 높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수출 편중 문제는 여전하며, 여기에 유가 급등과 전쟁으로 국내 교역조건 모멘텀이 정체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쟁 때문에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시각이 반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지고, 금리 불안이 이어지게 되면 반도체의 주 수요자인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계획도 변할 수 있다. 반도체는 유망하나, 전쟁 국면에서 완벽한 피난처가 되기는 어렵다.

시장 참여자로서 투자전략은 단순하다. 미국-이란 전쟁의 종결 방식과 무관하게, 이제 각국은 군사적·기술적·에너지 자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게 될 것이다. 군사적, 기술적으로는 방위산업과 AI 인프라에, 에너지 독립 측면에서는 LNG,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

에너지 위기가 높아질 때마다 흔들리는 자본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자국 금융시장 발전도 필요하다. 이제는 그 역할을 코스닥이 해줄 필요가 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에너지 안보에 대한 불안이 가시화되는 데는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 따라서 자산 가격 측면에서는 달러와 원자재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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