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IT 기업 첫 참여…티빙·엠넷플러스 운영 데이터 공개
삼성·네이버·현대차 등과 오픈소스 정보 공유
SBOM·라이선스 규제 대응 위한 관리체계 강화
콘텐츠·물류·뷰티 플랫폼 기술 신뢰도 제고
CJ그룹 양종윤 준법지원그룹장(왼쪽)과 한국저작권위원회 강석원 위원장이 13일 서울 용산구 저작위 서울사무소에서 '오소리 프로젝트' 참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사진=CJ그룹
CJ그룹이 국내 오픈소스 정보 공유 플랫폼 ‘오소리(OSORI) 프로젝트’에 합류하며 K-콘텐츠 플랫폼의 글로벌 규제 대응 체계를 강화한다. 콘텐츠와 물류, 유통 등 다양한 산업에서 운영되는 디지털 플랫폼의 소프트웨어(SW)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3일 CJ그룹은 한국저작권위원회와 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 카카오,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참여하는 오픈소스 정보 공유 플랫폼 ‘오소리 프로젝트’에 신규 회원사로 가입했다고 밝혔다.
오소리 프로젝트는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분석한 오픈소스의 보안 취약점과 저작권 정보를 통합·검증해 공개하는 협력 플랫폼이다. 현재 약 6만여 건의 라이선스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며 중소기업과 개발자들이 오픈소스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비IT 기업이 자체 오픈소스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검증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오픈소스 관리 생태계는 IT 제조사와 플랫폼 기업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오픈소스는 소스코드가 공개돼 누구나 수정·배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현재 IT 기술의 90% 이상이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구축될 만큼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라이선스 규정을 위반할 경우 기업이 개발한 전체 시스템 소스코드를 공개해야 하거나 막대한 손해배상과 서비스 중단 조치를 받을 수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소프트웨어 자재명세서(SBOM)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업들이 어떤 오픈소스를 사용했는지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글로벌 사업의 핵심 요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CJ그룹은 티빙(TVING)과 엠넷플러스 등 콘텐츠 플랫폼과 스마트 물류 시스템 운영 과정에서 축적한 오픈소스 검증 데이터를 오소리 프로젝트에 공유할 계획이다. 결제 시스템과 대규모 스트리밍 서비스 등 실제 상업 서비스 환경에서 검증된 데이터라는 점이 특징이다.
IT 제조사의 데이터가 하드웨어 설계와 시스템 최적화 중심이라면 CJ의 데이터는 콘텐츠 플랫폼과 물류 시스템 등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검증된 운영 데이터라는 평가다.
CJ는 이미 그룹 내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오픈소스 검증을 의무화하는 내부 관리 프로세스를 구축해 왔다. CJ올리브영의 미국 온라인몰 진출 등 글로벌 사업 확장 과정에서도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관련 법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행보는 CJ가 추진해 온 국제 표준 인증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CJ CGV와 CJ대한통운은 지난해 각각 엔터테인먼트와 물류 업계 최초로 오픈소스 국제 표준 인증인 ‘ISO/IEC 5230:2020’을 획득했다. 이어 CJ올리브영도 최근 국내 뷰티·헬스 업계 최초로 같은 인증을 취득하며 소프트웨어 관리 체계의 보안성과 투명성을 공인받았다.
업계에서는 CJ의 이번 참여가 단순한 정보 공유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저작권 분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티빙과 엠넷플러스 등 K-콘텐츠 플랫폼이 해외 시장으로 확대될 경우 오픈소스 라이선스 문제는 대규모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이기 때문이다.
또 CJ대한통운의 물류 시스템과 CJ올리브영의 글로벌 유통 플랫폼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관련 산업 생태계 전반의 소프트웨어 관리 기준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CJ는 2023년부터 그룹 내 ‘오픈소스 협의체’를 운영하며 IT와 법무, 보안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해 잠재적 위험 요소를 사전에 식별해 왔다.
양종윤 CJ그룹 오픈소스 총괄 준법지원그룹장은 “글로벌 K컬처 플랫폼 고도화와 AI 전환 국면에서 오픈소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라이선스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오픈소스 생태계 확장과 상생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CJ의 참여를 계기로 콘텐츠와 물류, 유통 등 비IT 산업에서도 오픈소스 관리 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글로벌 디지털 서비스 경쟁에서 기업의 기술 신뢰도를 높이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플랫폼과 물류·유통 서비스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될수록 오픈소스 라이선스와 보안 규제 대응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검증된 오픈소스 관리 체계를 시작하면 국내 디지털 서비스 생태계 전반의 소프트웨어 신뢰도가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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