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서울와이어는 비즈앤로(Biz&Law) 코너를 통해 글로벌 법정 분쟁 이슈를 심도 있는 취재로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생소한 해외 법적 용어와 재판 과정을 알기 쉽게 풀어내 국내 산업계가 마주한 글로벌 법적 리스크를 분석하고, 향후 전망까지 예측하고자 합니다.
사진=인스코비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코스피 상장사 인스코비가 미국 상장사의 이사회를 교체한 것과 관련해 계약 불이행·지배구조 관련 법적 의무 위반 혐의로 피소당했다. 이번 사태로 APUS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수백억원대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하면서 핵심 사업인 마인드웨이브 합병도 좌초 위기를 맞았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州)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따르면 APUS(Apimeds Pharmaceuticals)의 합병 대상 자회사 로카히(Lokahi)의 에릭 에머슨(Erik Emerson) 대표 등은 인스코비와 자회사 아피메즈를 상대로 서면 결의 무효 확인·계약 이행 강제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인스코비 측은 지난해 합병 당시 체결한 의결권 위임 약정을 위반하고 불법적으로 경영권을 탈취했다”며 “이로 인해 상장 폐지 위기와 대규모 채무 불이행 사태가 발생하는 등 기업 가치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분쟁의 시작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PUS는 ‘마인드웨이브’라는 기업과 합병을 결정했다. 소장에 따르면 마인드웨이브는 인공지능(AI) 기술과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을 보유한 기업으로 알려졌으며 기존 APUS의 바이오 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것이 목표였다.
소장에 따르면 APUS의 대주주인(51%) 인스코비와 아피메즈는 합병 과정에서 자신들이 가진 의결권을 회사 측에 영구적으로 넘겨주기로 약속했으며, 합병 이후 원고를 비롯한 기존 경영진은 회사를 두 갈래로 나눠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기존의 벌독 기반 바이오 사업은 원고 측이 맡고 새로 합류한 마인드웨이브 측은 AI와 디지털 자산 운용을 담당하는 구조였다.
소송장 1면. 사진=미국 뉴욕주(州) 남부 연방지방법원
하지만 지난달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인스코비 측은 마인드웨이브가 합병 당시 내세웠던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며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인스코비는 장부 열람을 요구했으나 기존 경영진이 이에 충분히 답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인스코비 측은 지난달 20일 주주총회 대신 ‘서면 결의’라는 방식으로 원고를 포함한 이사진 전원을 해임했다. 이후 그 자리에는 인스코비 측 인사인 3명이 새 이사진으로 임명됐다.
소장에 따르면 원고는 이 같은 조치에 뉴욕증권거래소(NYSE American)는 APUS의 이사회 구성에 법적 결함이 생겼다고 판단해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일반 주주들은 주식을 팔지도 못하는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요 투자자였던 알토(ALTO) 펀드는 ‘이사회 구조가 임의로 변경된 것은 심각한 계약 위반’이라며 빌려준 돈 약 2208만 달러(약 325억원)를 즉시 갚으라고 통보했다. 이를 갚지 못할 경우 회사는 연쇄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게 된다.
결국 원고 측은 인스코비와 아피메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인스코비 측이 작년에 약속했던 ‘의결권 위임’ 약속을 어기고 불법적으로 이사회를 장악했으니 서면결의를 통한 결정은 무효가 돼야 한다”며 “계약에 명시된 지배구조 보호 조항을 강제 이행하고 최소 7만5000달러 이상의 금전적 손해배상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스코비 측은 “마인드웨이브 측이 보유했다고 주장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해 지속적으로 확인을 요청했으나 원고 측이 이를 계속 거부해 자산의 실체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사회 교체와 관련해서는 “원고가 대주주 동의 없이 자신의 자녀를 회사 이사로 앉히는 등 납득할 수 없는 행동으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정당하게 해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 용어설명
서면 결의 (Written Consent):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으로 정식 주주총회를 소집하지 않고 서면(문서)을 통해 주주들의 동의 의사를 받아 특정 안건을 통과시키는 법적 절차.
의결권 위임 약정 (Voting Agreement):
주주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특정 조건에 따라 타인이나 기존 경영진에게 맡기기로 하는 법적 계약이다. 주로 기업 합병(M&A) 과정에서 인수합병 후 기존 경영진의 독립적인 경영권을 보장하거나 지배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쓰인다.
디폴트 (Default·채무불이행):
차입금의 원금이나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는 상태뿐만 아니라, 채권자와 맺은 대출 계약상의 중대한 의무(이사회 구조 임의 변경 금지, 재무 비율 준수 등)를 위반했을 때 발생하는 법적 상태를 포괄한다. 디폴트가 선언되면 채권자는 만기 전이라도 즉각적인 대출금 전액 상환(기한의 이익 상실)을 요구할 수 있어 기업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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