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AWS 서밋 서울 2026⑧] CJ올리브영 1400개 매장이 AI를 만나고 벌어진 일

IT 기술의 변천사를 짚는 대목에서는 '르네상스 개발자' 개념이 화제로 등장했다. 김 CTO는 "펀치카드부터 메인프레임 PC 웹 모바일 클라우드 블록체인 AI까지 다양한 기술의 시대가 너무 빠르게 진행 중"이라며 "지난해...

[AWS 서밋 서울 2026⑧] CJ올리브영 1400개 매장이 AI를 만나고 벌어진 일

김환 CJ올리브영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WS 서밋 서울 2026' 무대에 올라 한국 최대 헬스앤뷰티(H&B) 플랫폼의 클라우드·AI 전환 여정을 공개했다. 매장 중심 리테일 기업이 옴니채널 플랫폼으로 모습을 바꾼 지난 몇 년의 궤적 위에, AI 에이전트 시대를 받아낼 다음 단계의 조직 재편 청사진까지 펼쳐 보인 자리였다.

김 CTO는 "온라인몰 월간활성이용자(MAU)가 1000만이고 매장이 1400여개, 멤버스 회원이 1700만, 한국에서 글로벌 배송 가능 국가는 150여개국"이라며 "지난 몇 년간 성장을 가파르게 이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의 정체성 변화도 함께 짚었다. 그는 "올리브영은 원래 매장 중심의 리테일 회사였지만 지난 몇 년간 옴니채널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고 진단했다.

김 CTO가 옴니채널 전환의 상징으로 첫 번째로 꺼낸 서비스는 '오늘드림'이었다. 그는 "고객은 온라인몰을 통해 상품을 탐색하고 검색한다"며 "마음에 드는 상품을 주문하면 시스템은 고객 근처의 매장 또는 MFC 물류센터에서 재고를 확인하고 당일 3시간 내 또는 24시간 내 배송한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무게도 강조됐다. 김 CTO는 "이런 경험들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많은 시스템이 필요하고 시스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며 "온라인 오프라인 물류센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실시간 재고를 통합 운영하면서 배송 시 고객에게 잘 라우팅될 수 있도록 요청들을 처리해야 한다"고 풀어냈다.

성장 곡선은 시스템 부하 곡선과 정확히 겹쳤다. 김 CTO는 "분기 대형 이벤트인 올영세일은 평시 대비 20배 이상의 트래픽이 발생하고 지난 몇 년간 전체 비즈니스는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이 와중에도 웰니스 신규 플랫폼인 올리브배럴을 론칭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고객을 만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기마다 평시 20배 트래픽이 반복되는 환경은 클라우드 전환의 명분으로 직결됐다.

다만 김 CTO가 강조한 부분은 전환 방식의 선택이었다. 그는 "AWS 행사니까 AWS 클라우드로 이관했다"며 농담을 곁들인 뒤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는 "매 이벤트마다 대용량 트래픽이 유입되고 장애와 이슈가 반복됐다"며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자원 조절이 가능한 클라우드 환경으로 이관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엔터프라이즈 마이그레이션의 정석으로 통하는 '리프트 앤 시프트' 전략에 대해서는 다른 답을 내놨다.

김 CTO는 "대부분 엔터프라이즈 마이그레이션의 베스트 프랙티스인 리프트 앤 시프트 전략이 저희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올영세일이 매 분기마다 있어 대용량 트래픽이 유입되고 비즈니스의 성장을 일부라도 지연시키지 않으려면 2개월 만에 도입하고 1개월에 테스트하고 실전에 투입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완벽한 전환은 불가능하고 완벽한 실버 플랫이 없다고 선언했다"며 "선택적으로 시급한 문제부터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단계적 전환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고 결정 배경을 풀어냈다.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측면에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됐다.

김 CTO는 "기존에는 모든 부분이 모놀리식 아키텍처로 구성되어 있었다"며 "시스템 구성 초기에는 빠르게 만들고 검증해야 하면 모놀리식이 가장 좋은 선택이지만 서비스가 커지고 조직이 커지고 사람이 늘어나면 관리가 어렵고 유연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그는 나아가 "비즈니스 속도와 현대화 속에 균형적인 선택이 필요했고 매 분기마다 전환 목표를 가지고 조직에 맞는 적절한 아키텍처를 만들어 갔다"며 "모놀리식 모듈러 마이크로서비스를 섞어가면서 분할 정복을 해갔다"고 밝혔다.

조직 차원의 전환은 약 5년 전 내재화로 출발했다. 김 CTO는 "초기에는 협업 구조 미비로 인해 프로젝트 지연과 책임 역할의 모호함 같은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다"며 "처음부터 생소한 애자일이라는 단어를 지향해 가며 정보의 투명성과 협업 시스템을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에 맞는 애자일 툴과 수동적인 보고 체계를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 연구해 가며 시스템적으로 투명한 협업이 이뤄지도록 만들어 왔다"고 덧붙였다.

기존 성장 동력 위에 새 변수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당장 김 CTO는 명동에 부쩍 늘어난 외국인 풍경으로 화제를 옮겼다. 그는 "연간 방한 외국인 수가 1900만을 향해 증가하고 있다"며 "방한 외국인 중 10명 중 8명에서 9명이 올리브영 매장을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고객들이 본국에 돌아간 뒤 글로벌 몰에서 반복 구매하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고 사업 확장 방향을 시사했다.

또 다른 변수는 AI 쇼핑의 등장이었다. 김 CTO는 "오신 분들 거의 모두가 스마트폰에 챗GPT나 제미나이 앱을 사용하실 것"이라며 "민감성 피부, 건조한 환절기에 맞는 수분크림 추천해줘 같은 사용 경험이 너무 익숙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지난 블랙프라이데이에 AI를 통한 쇼핑 유입이 800% 이상이며 전 세계 온라인 주문의 22%가 이미 AI 에이전트를 경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e커머스 시장이 검색창에서 챗봇으로 진입 채널을 옮기는 흐름 속에서, 올리브영이 어떤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청중의 관심이 모이는 대목이었다.

김 CTO는 "AI 쇼핑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고 내부에서도 에이전트를 만들고 외부 플랫폼과 협업하며 저변을 넓혀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기술 철학 측면에서는 켄트 벡이 제안한 '리캘리브레이터(재조정)' 개념이 등장했다. 김 CTO는 "10X 엔지니어, 100X 엔지니어 같은 표현은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을 것"이라며 "켄트 벡이 2년 전 언급한 재조정이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때는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작년 가을부터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됐고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생각하며 변화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준비의 첫 단추는 조직 재편이었다. 김 CTO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AI 전문가를 영입하고 신규 조직을 세팅 중"이라며 "의사 결정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구조로 조직을 재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의 문제를 직접 파악하고 설계부터 배포까지 할 수 있는 FDE 직무도 신설했다"고 덧붙였다.

사진=최진홍 기자

도구 차원에서는 AWS와의 협업이 두드러졌다. 김 CTO는 "AI 네이티브 워크플로우도 AWS와 함께 도입 중"이라며 "전통적인 SDLC 소프트웨어 개발 라이프사이클에서 AI로 가속화시키는 개념이 AI DLC이고 기존 기획 개발 검증 사이클에서 AI를 통해 프로세스 가속화를 시켜준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WS와 워크샵을 통해 베드록 키로 등 여러 툴을 사용하고 적용하고 이후에는 AI 샌드박스를 제공하며 전체 개발 프로세스로 확대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확산 범위는 개발 조직에 국한되지 않았다. 김 CTO는 "전사 모든 직군에서 엔터프라이즈급 AI 플랫폼을 도입하고 있고 테크 프로덕트 메이커들에게도 베드록과 플로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전체 조직의 가속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IT 기술의 변천사를 짚는 대목에서는 '르네상스 개발자' 개념이 화제로 등장했다. 김 CTO는 "펀치카드부터 메인프레임 PC 웹 모바일 클라우드 블록체인 AI까지 다양한 기술의 시대가 너무 빠르게 진행 중"이라며 "지난해 리인벤트에서 르네상스 개발자라는 개념이 소개됐고 다빈치 사례가 제시됐다"고 밝혔다. 그는 "화가이자 공학자이자 의사였던 다빈치가 각 전문 분야의 벽을 허물고 르네상스적 혁신을 창출했다는 것"이라며 "개발자가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전체적인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장 체감도 눈길을 끈다. 그는 "작년 가을부터 한 사람의 개발자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이전과는 너무나 달라진 것을 느끼고 있다"며 "저희 조직에서도 QA 엔지니어나 SRE, DB 여러 조직이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발자가 없어도 본인이 직접 개발하고 프로세스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철학을 덧붙이기도 했다. 김 CTO는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카멜레온 같은 개인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테크 업계의 전문성은 항상 고정되지 않았고 배우고 변화하는 전문성만이 존경받아 왔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자신의 주니어 시절을 회상하며 "일방적인 교과서 배움이 별로 좋지 않았고 스스로 기술을 탐구하고 변화하는 기술 자체를 즐겼다. 그것이 신기한 직무였고 그래서 엔지니어의 길을 선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다른 리더십이 필요한 순간이다. 김 CTO는 "다빈치가 르네상스인이 될 수 있었던 건 본인의 재능 때문만이 아니라 그를 지원하던 파트너들과 자본가들 여러 사람의 역할이 필요했다"며 "AI 시대에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 이런 재능이 꽃피우려면 뒷받침하는 환경이 필수적이고 그것이 기업에서의 리더십이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짚었다.

김 CTO는 이어 "혁신의 본질은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리더십"이라며 "클라우드 전환도 처음부터 정답이 있었던 건 아니고 AI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정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실험하고 조직 변화를 만들어내고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올리브영은 변화에 끌려가는 회사가 아니라 변화 속에서도 계속 적응하고 성장하는 혁신 기업으로 남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마무리는 클라우드와 AI를 잇는 약속으로 정리됐다. 그는 "AWS와 클라우드 혁신 기업이 되었듯이 AI 시대로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