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커 장준영 기자] 기업이 성장하려면 사람이 성장해야 한다. AI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이 명제는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과 대학이 의존해온 교육 시스템은 콘텐츠를 전달하고 이수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학습자가 어떻게 배우는지, 어디서 막히는지, 어떤 경로로 성장하는지, 그 행동 데이터는 쌓이고 있었지만 아무도 활용하지 않았다.
유비온은 그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인재 성장을 설계하는 기업이다. 본지는 2000년 창업 이후 대학·기업 학습플랫폼을 개발해 온 임재환 대표를 만나, AI 네이티브 플랫폼 '코스모스LXP(Learning eXperience Platform·학습경험플랫폼)'의 개발 과정과 글로벌 전략, 피지컬 AI 로봇사업 '딥코(DEEPCO)'의 방향성, 그리고 AI 시대 소프트웨어 기업의 역할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비온 임재환 대표
개인 소개와 유비온 창업 배경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이후 대학원에서는 경제학을 공부했다. 경영학이 기업 경영을 하는 데 적합한 학문이기는 하지만 기업을 이해하려면 거시적인 환경과 경제 구조를 함께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군 복무 이후에는 한샘 기획관리실에서 ERP 도입과 기업 디지털화 작업을 경험했다. 기업 운영 방식 자체가 전산화로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직접 보면서 디지털 기술이 산업 구조를 바꿀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2000년 무렵 인터넷 환경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산업 패러다임이 크게 변하는 시기가 왔다. 그 시점이 창업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고 판단했다. 인터넷 기반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고 여러 아이템을 검토했지만 결국 교육 분야를 선택했다. 교육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 인터넷과 결합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렇게 2000년 1월 인터넷 기반 교육 사업으로 유비온을 창업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 교육 서비스는 거의 초기 단계였고 지금 돌이켜보면 글로벌 기준에서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시작한 회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AI로 인재 성장을 설계하는 유비온의 전략
유비온은 2022년 11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후 약 열흘 정도 지나 챗GPT가 등장했고 그 이후 교육 산업에서도 AI 전환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상장을 준비할 때부터 교육 산업이 이러닝에서 에듀테크를 거쳐 AI 기반 교육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다만 당시에는 머신러닝이나 딥러닝을 일부 활용하는 정도였는데 챗GPT 등장 이후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래서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AI 중심 구조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은 기능이나 모듈을 개발하는 것부터 시작했고 약 3년 동안 연구개발을 이어가면서 전체 플랫폼 구조를 AI 기반으로 재설계했다.
그 결과물이 AI 네이티브 학습플랫폼 코스모스LXP다. 이미 대학 교육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고, 올해부터는 기업 현장으로도 본격 확장되는 단계에 들어왔다.
코스모스LXP
유비온의 핵심 사업과 기술을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
학교 시스템은 크게 학사 행정과 실제 교육 활동으로 나뉜다. 많은 솔루션들이 둘 중 하나에 집중하지만, 유비온은 두 영역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수강 신청, 성적 관리 같은 행정 기능부터 강의 운영, 과제, 시험, 토론까지 교육의 전 과정이 코스모스 안에서 이루어진다.
이 플랫폼은 대학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기업 교육으로도 확장됐다. 기업 내부에서도 직원 교육을 위한 학습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DS부문 사내 학습 플랫폼도 유비온이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또 교육부가 운영하는 K-MOOC(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에도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누구나 무료로 대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공개 교육 서비스로, 누적 회원만 100만 명이 넘는다.
유비온이 해외에서도 통하는 이유
대학 교육 시스템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상당히 비슷하다. 학점 체계나 학과 구성, 교육 과정 등이 글로벌 기준에서 어느 정도 공통된 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비온 플랫폼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 대학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일본,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튀니지 등 여러 국가 대학에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기존 구축형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SaaS 방식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계정만 만들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로, 해외 시장 확장에도 유리한 방식이다. 태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SaaS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AI 시대에 플랫폼 기업이 해야 할 역할
AI가 발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제 공부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한다. 하지만 교육의 역할은 AI를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다.
AI는 매우 강력한 도구지만 잘못 사용하면 학습 환경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질문하면 바로 답이 나오는 환경만 제공하면 학습자가 깊이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습플랫폼에서는 AI가 단순히 정답을 주는 역할만 해서는 안 된다. 학습자가 왜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지 다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유비온이 코스모스 LXP를 설계할 때 AI 튜터를 단순 질의응답 봇이 아닌 메타인지 지원 도구로 구현하려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를 활용하되 학습자가 스스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유지되도록 만드는 것이 AI 플랫폼 기업으로서 유비온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AI 시대에 중요해지는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I 시대에는 창작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단순히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을 더 필요로 할 것이다.
그 출발점은 독서와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많이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과정이 창작 능력의 기본이 된다.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웹소설이나 웹툰 같은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글쓰기와 창작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을 교육적으로 잘 활용하면 AI 시대에도 인간의 창의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피지컬 AI 딥코
피지컬 AI 사업인 ‘딥코’는 어떤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는가
코스모스LXP가 소프트웨어 기반 학습플랫폼이라면, 유비온은 하드웨어와 결합한 피지컬 AI 로봇 키트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딥코 라인업이다. 딥코봇, 딥코 스튜디오, 딥코 보드, 딥코 미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로봇과 프로그래밍 교육을 결합한 피지컬 AI 플랫폼이다.
주요 대상은 초·중·고 학생이지만 실제 활용 범위는 더 넓다. 대학 교육이나 성인 교육에서도 활용되고 있고 실업자 교육 프로그램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지자체와 협력해 60대와 70대 대상 AI 교육 프로그램에도 활용하고 있다. AI 교육은 특정 연령대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함께 배워야 하는 영역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유비온이 그리고 있는 미래 학습 환경은 어떤 모습인가
예전에는 공부는 학교에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배우고 일상 속에서도 계속 학습한다. 일을 하는 과정 자체가 학습이 되는 경우도 많다.
지금은 학습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시대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거나 콘텐츠를 소비하면서도 정보를 찾아보고 질문을 하며 배우는 경험을 한다.
유비온은 이런 환경 속에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학습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특정 시간에만 공부하는 교육이 아니라 삶 속에서 계속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향후 유비온의 주요 사업 전략과 계획
2022년 코스닥 상장 이후 조달한 자금을 AI 학습플랫폼부터 로봇 교육 키트, 글로벌 사업까지 AI 사업 전 영역의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했고, 그 단계는 이제 마무리됐다. 올해부터는 그 기술이 실제 매출로 전환되는 시기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R&D 비용이 줄고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는 변곡점, 즉 가장 기대할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
유비온 학습플랫폼이 적용되는 영역은 생각보다 넓다. 130여 개 대학,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 교육부 K-MOOC까지 세 영역에서 동시에 검증된 플랫폼이라는 것 자체가 유비온의 가장 강력한 레퍼런스다.
학습플랫폼은 데이터가 쌓일수록 그 기관의 교육 환경에 깊숙이 뿌리내린다. 대학 캠퍼스에서든 기업 사내교육에서든 국가 공공 플랫폼에서든, 사용할수록 고도화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고객과 유비온이 함께 성장하는 관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상장 기업으로서 주주와 성과를 나누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올해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포함해 40% 수준의 주주환원을 계획하고 있다. 기술 개발에 투자하던 단계에서 그 성과를 주주와 함께 나누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결국 AI 사업에서 만들어낸 성과를 실제 시장에서 실현해내는 것, 그것이 주주에게도 사회에도 의미 있는 기업으로 자리 잡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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