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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가 인간을 감시, 인권과 노동권 침해 우려

기술 정책 분석 매체 테크폴리시프레스는 메타의 조치가 단순한 직원 모니터링을 넘어, 노동자의 행동... 테크폴리시프레스는 법학자 이페오마 아준와의 개념을 인용해, 기업이 노동자의 데이터를 수집해 자동화...

AI가 인간을 감시, 인권과 노동권 침해 우려

= 구글 제미나이로 생성된 이미지

[이코리아]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얼마나 대체할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AI로 인한 노동 감시와 통제가 일자리 감소보다 더 직접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AI가 고용 규모를 줄이는 것과는 별개로, 남아 있는 일자리의 노동 조건과 자율성조차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 가디언은 현지시간 11일자 기사에서,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한 실직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나즈룰 이슬람(Nazrul Islam) 이스트 런던 대학교 교수는 ‘AI 일자리 종말론은 잊어라. AI의 진짜 위협은 노동자 통제와 감시’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와 같이 경고했다.

칼럼은 AI를 둘러싼 노동 논의가 한쪽에서는 “기계가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경고로, 다른 한쪽에서는 “AI가 생산성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론으로 나뉘어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은 이미 세계 곳곳의 일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AI가 일부 노동자에게는 업무를 보조하는 도구로 활용되지만, 다른 노동자에게는 감시와 통제의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직·관리직 등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고 자율성이 큰 직군에서는 AI가 반복 업무를 줄이고 판단을 보조하는 ‘코파일럿’처럼 기능할 수 있다. 반면 물류, 소매, 고객센터, 배달, 플랫폼 노동 등에서는 AI가 노동자를 돕는 도구라기보다 업무를 지시하고 성과를 평가하는 관리 장치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칼럼은 이를 두고 “많은 이들에게 AI는 조수가 아니라 상사”라고 표현했다. AI가 근무 일정을 배정하고, 업무 수행 시간을 산정하며, 이동 경로를 최적화하고, 성과 대시보드를 통해 노동자의 생산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AI는 노동자가 사용하는 도구가 아니라 노동자를 감시하고 지시하는 시스템에 가까워진다.

가디언은 이러한 알고리즘 관리 방식이 창고와 배송, 긱 노동 현장을 넘어 사무직, 병원, 학교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특히 AI 기반 모니터링이 클릭, 통화, 이동, 휴식 시간까지 측정하는 방식으로 고도화될 경우 노동자의 자율성과 정신건강, 프라이버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ILO 누리집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최근 유사한 경고를 내놨다. ILO는 지난달 30일 공개한 보고서 ‘일터의 AI 시스템: 변화하는 심리사회적 업무 환경’에서 AI 기술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동시에 직장 내 감시, 노동강도 강화, 직무 자율성 저하, 개인정보와 데이터 활용 우려를 통해 노동자의 심리사회적 업무 환경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ILO는 AI가 채용, 교육, 업무 배정, 모니터링, 성과관리, 보상, 승진, 전보, 해고 등 고용관계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고 봤다. 특히 AI 기반 알고리즘 관리는 업무 배정과 성과 평가, 근무 일정 조정 등을 자동화된 시스템이 수행하는 방식으로, AI가 단순한 업무 보조를 넘어 노동자를 관리·감독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보고서는 AI 기반 시스템이 노동자의 정신건강과 사회적 안녕에 미치는 영향을 기존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충분히 포착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국가의 산업안전보건 제도가 여전히 물리적 사고나 신체적 위험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AI 기반 관리가 초래하는 스트레스, 불안, 자율성 상실, 프라이버시 침해 등 정신적·사회적 위험을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ILO는 AI 기반 관리가 노동자의 업무 속도를 높이고,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업무를 수행하도록 압박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자동화된 관리 시스템이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성과 지표를 제시하거나, 업무량과 속도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활용될 경우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노동자가 자신의 업무 방식이나 일정, 평가 기준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 경우 직무 통제감과 노동의 의미도 약화될 수 있다고 봤다.

= 챗 GPT로 생성된 이미지

최근에는 노동자의 업무 수행 방식 자체가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새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메타는 미국 내 직원들의 업무용 컴퓨터에 추적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마우스 움직임과 클릭, 키 입력, 화면 사용 내역 등을 기록하는 ‘모델 역량 이니셔티브(Model Capability Initiative)’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이러한 데이터 수집이 AI 에이전트가 인간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을 학습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AI 에이전트가 드롭다운 메뉴를 선택하거나, 단축키를 사용하고,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오가는 실제 업무 과정을 학습하려면 실제 사용자 행동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메타 측은 “사람들이 컴퓨터로 일상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을 돕는 에이전트를 만들려면 마우스 움직임, 버튼 클릭, 드롭다운 메뉴 탐색 같은 실제 사용 사례가 필요하다”며 “미국 기반 인력을 대상으로 특정 애플리케이션에서 이런 입력을 수집하는 내부 도구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행보는 해외에서도 논란을 낳고 있다. 기술 정책 분석 매체 테크폴리시프레스는 메타의 조치가 단순한 직원 모니터링을 넘어, 노동자의 행동 데이터를 AI 모델 훈련에 활용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유럽 직원에게는 같은 방식의 추적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 보호 규제상 미국과 같은 형태의 포괄적 직원 감시가 허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테크폴리시프레스는 법학자 이페오마 아준와의 개념을 인용해, 기업이 노동자의 데이터를 수집해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용자 통제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포획된 자본(captured capital)’으로 설명했다. 노동자가 생성한 업무 행동 데이터가 기업의 AI 모델 개발에 활용되지만, 해당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나 향후 자동화에 따른 영향은 노동자에게 충분히 돌아가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다.

직원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외신은 메타 내부에서 해당 추적 시스템을 둘러싸고 불만과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메타가 AI 도입 확대와 함께 인력 감축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의 업무 방식이 장차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훈련시키는 데 쓰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술을 통한 노동 감시가 새롭게 등장한 문제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재택근무 중 키보드·마우스 입력 여부를 확인하거나, 업무용 PC 화면과 인터넷 사용 기록을 추적하고, GPS를 통해 현장직·플랫폼 노동자의 동선을 관리하는 전자감시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CCTV, 위치정보, 생체정보, 메신저·이메일, 업무용 모니터링 프로그램 등을 활용한 감시는 이미 노동 현장의 주요 쟁점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AI 기술의 발달로 기술을 통한 노동감시 논의는 기존 전자감시의 단순한 반복에 그치지 않는다. 과거의 감시가 노동자의 행동과 업무 기록을 수집·확인하는 문제에 가까웠다면, AI 기반 관리 시스템은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업무 배정, 근무 일정, 성과 평가, 보상, 징계 가능성까지 판단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노동자를 ‘지켜보는’ 기술에서 노동자를 ‘분류하고 관리하는’ 기술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노동자는 어떤 데이터가 수집되는지, 어떤 기준으로 평가되는지, 그 결과에 어떻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올해 ‘AI가 노동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추진하며 관련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 3월 인권위는 '인공지능(AI)이 노동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태조사' 등 인권상황 관련 조사 4건의 연구용역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AI가 노동현장에 빠르게 도입되면서 업무 효율을 높이는 긍정적 측면과 동시에 인권과 노동권을 침해할 위험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AI가 채용·배치·평가·징계·해고까지 결정하는 등 노동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AI 기반 CCTV와 PDA 등을 활용한 생산성 추적, 노동자의 생체정보 수집 등 새로운 영역에서 노동인권 침해 소지가 커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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