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투데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단순 정보 검색을 넘어 소비자의 실제 구매 행위까지 연결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포털 중심이던 온라인 검색 경로가 대화형 AI 플랫폼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통·플랫폼 기업들도 새로운 ‘디지털 입구’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유통·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챗GPT 등 AI 플랫폼과의 연동을 확대하거나 입점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AI가 향후 핵심 유통 채널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선제적 대응이라는 평가다.
실제 이용자 지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챗GPT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약 1533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0% 이상 증가했다. 이는 주요 생활 플랫폼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규모로, AI 플랫폼이 일상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인원 플랫폼’ 가속…쇼핑·여행·디자인까지 통합
최근 오픈AI는 챗GPT 내부에서 외부 앱을 직접 연동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했다. 사용자가 설정 메뉴에서 특정 앱을 연결하면, 별도 웹사이트 방문 없이 대화창 안에서 음악 추천, 디자인 작업, 음식 주문, 여행 예약 등을 처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포티파이 연동을 통해 개인 취향 기반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하거나, 캔바·피그마와 연결해 슬라이드와 디자인 초안을 제작할 수 있다. 도어대시·우버이츠는 식단 계획에 맞춘 주문 기능을 지원하고, 일부 유통사는 상품 추천과 장바구니 연동 서비스도 시범 운영 중이다.
이 같은 변화는 챗GPT가 단순한 대화형 도구를 넘어 실질적 작업 플랫폼이자 소비 허브로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검색·콘텐츠 소비·정보 탐색 기능이 통합되면서, 하나의 인터페이스 안에서 다양한 소비 행위가 이뤄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 속속 합류…AI 커머스 실험 본격화
국내에서도 대형 유통·플랫폼 기업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오픈AI와 협력해 AI 쇼핑 에이전트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마트 앱에 챗GPT 기반 기능을 탑재해 맞춤형 상품 추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향후에는 대화창 안에서 검색부터 결제·배송까지 이어지는 ‘완결형 AI 커머스’ 모델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는 ‘챗GPT 포 카카오’를 통해 올리브영, 무신사, 현대백화점, 여행 플랫폼 등과의 연동을 확대했다. 롯데시네마 역시 챗GPT 내 전용 서비스를 개설해 영화 검색과 예매 정보 확인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일부 배달 플랫폼과 식품·뷰티 기업들도 AI 대화창에서 메뉴 추천, 제품 검색, 성분 비교 기능 등을 시험 중이다. 현재는 추천과 정보 제공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업계는 향후 결제와 배송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포털에서 유튜브로 검색 습관이 이동했듯, AI 대화창이 새로운 검색 중심이 될 수 있다”며 “지금은 수치보다도 선점 효과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편의성 이면의 과제…데이터와 종속성 논란
다만 AI 플랫폼 기반 커머스는 아직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일부 서비스는 결제를 위해 별도 앱으로 이동해야 하고, 호출 방식이 직관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천 결과의 정확성과 맥락 이해도 역시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더 큰 쟁점은 데이터 주도권이다. AI 에이전트는 이용자의 구매 이력과 취향 데이터를 축적할수록 정교해지는데, 이 데이터가 플랫폼 사업자에게 집중될 경우 개별 기업의 자율성과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오픈AI API 기반 연동은 사용량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수익성 검토가 불가피하다. 장기적으로 특정 AI 생태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플랫폼 교체 비용 역시 커질 수 있다.
AI·플랫폼 산업 전문가는 “AI 에이전트가 유통의 ‘입구’를 장악하면 브랜드 노출과 구매 경로의 주도권도 함께 이동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편의성 확보와 플랫폼 종속 리스크 사이에서 균형 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추천’에서 ‘거래’로…유통 패러다임 전환의 전초전
현재 AI 플랫폼은 주로 상품 추천과 정보 탐색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결제·물류 시스템과 완전하게 통합될 경우, 소비자는 앱을 일일이 실행하지 않고도 대화만으로 쇼핑을 완료하는 환경이 열릴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유통 구조 자체의 재편을 의미한다. 검색 광고 중심의 기존 디지털 마케팅 구조가 AI 추천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는 지금을 ‘실험 단계’로 보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유통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AI가 검색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구매 여정을 설계하는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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