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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가 생각해 주는 시대, 우리는 생각하고 있는가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 도구의 범주를 넘어 인간의 일상과 사고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2026년 현재, 우리는 AI를 검색이나 자동화의 수단으로만 대하지 않는다. 글을 쓰고 판단을 보조하며, 때로는 사고의 출발점까지...

AI가 생각해 주는 시대, 우리는 생각하고 있는가

류명렬 미래교육연구소 대표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 도구의 범주를 넘어 인간의 일상과 사고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2026년 현재, 우리는 AI를 검색이나 자동화의 수단으로만 대하지 않는다. 글을 쓰고 판단을 보조하며, 때로는 사고의 출발점까지 맡기는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편리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편리함이 인간의 사고력과 비판적 역량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발표된 논문 「Your Brain on ChatGPT: Accumulation of Cognitive Debt when Using an AI Assistant for Essay Writing Task」는 이 질문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진다. 연구에 따르면 AI 도구를 활용해 글을 작성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기억력과 뇌 활동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를 ‘인지 부채(cognitive debt)’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사고 과정을 외부 도구에 위임하면서 단기적으로는 효율이 높아지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스스로 사고하고 학습하는 능력이 점차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AI가 제공하는 답변은 빠르고 정제돼 있지만, 그 결과를 검증하고 해석하는 과정이 생략될수록 인간의 사고는 단순해지기 쉽다.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AI는 효율을 제공하지만, 사고의 주체가 인간에서 기술로 이동하는 순간 사고의 근육은 점차 사용되지 않게 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교육과 사회 전반에서 주목받는 개념이 바로 AI 문해력(AI literacy)이다. 이는 단순히 AI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기술적 역량을 의미하지 않는다. AI 문해력이란 AI와 협력하되 그 한계를 인식하고, 결과를 비판적으로 해석하며, 문제 해결의 중심을 인간이 유지하는 종합적 사고 능력을 뜻한다.

AI 문해력은 몇 가지 핵심 요소로 나뉜다. 먼저 데이터 해석 능력이다. AI가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며, 그 데이터가 지닌 편향과 한계를 이해하는 힘이다. 알고리즘 이해 능력은 AI의 작동 원리와 결과 도출 과정을 알고, 그 결과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태도를 포함한다. 여기에 비판적 사고 능력은 AI가 제시한 답변을 점검하고 오류나 비합리성을 검토하며,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힘을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협업 능력은 AI와 함께 작업하면서도 인간 고유의 사회적 판단력과 창의적 사고를 유지하는 역량이다.

AI 시대에도 독서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독서는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사고를 확장하고 논리의 타당성을 점검하며 복잡한 현실을 해석하는 인간 고유의 인지 활동이다. 오늘날의 독서는 정보 소비를 넘어 AI와 상호작용하며 사고의 깊이를 넓히는 ‘생성적·경험적 독서’로 확장되고 있다.

AI는 방대한 정보와 요약, 속도를 제공한다. 반면 인간은 그 정보의 의미를 해석하고 맥락을 연결하며, 독서를 통하여 AI 문해력을 키운다. 독서는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을 증진시키고, 복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AI 기술이 고도로 발전할수록 독서가 오히려 더 중요한 사고 훈련이 되는 이유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경험은 역사와 철학, 과학이라는 서로 다른 시각을 통해 현실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특히 AI가 생성한 정보에는 이른바 할루시네이션(환각, 망상의 뜻)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AI의 답을 검토하고 해석하는 과정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학습 경험이며, 독서를 통해 축적된 비판적 사고력은 이 과정에서 더욱 단단해진다.

독서는 또한 감정 이입과 공감 능력을 확장한다. 이는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지적 자산이다. 독서는 감정과 사고를 함께 작동시키며, 정보에 깊이를 부여한다. 이러한 감정적 문해력은 사회적 판단과 윤리적 사고의 토대가 된다. AI 시대에 요구되는 전방위적 사고력은 바로 이 지점에서 형성된다.

AI가 사고를 대신해주는 환경일수록 인간은 사고하지 않아도 되는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 그 결과 깊이 있는 사고와 분석적 접근이 소홀해질 위험도 커진다. 독서 습관을 강화하는 일은 이러한 디지털 의존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일정한 독서 시간을 확보하고, 다양한 장르를 탐독하며, AI가 생성한 결과를 스스로 검토하는 습관은 인간의 사고 주권을 지키는 실천이 된다.

현실은 AI 기술이 일상에 완전히 스며드는 시점이자, 인간의 사고가 어디에 놓여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전환점이다.

AI에게 사고를 맡길 것인가, 아니면 사고의 동반자로 삼을 것인가.

기술의 속도 앞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AI는 인간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에 의해 활용되는 도구로 남아야 한다.

그 균형을 지켜내는 가장 오래되고도 확실한 방법은, 여전히 읽고 생각하는 인간으로 남는 일이다.

전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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