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
고용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채용시장의 풍경은 전혀 다르다. 기업들은 사람을 덜 뽑고 더 오래 쓰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정년 연장 논의, 노동환경 변화가 맞물리며 고용의 방식 자체가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뉴시안은 이러한 변화를 ‘고용 2.0’으로 규정하고 ▲채용 축소 ▲재고용 확산 ▲청년 충격이라는 세 가지 흐름을 통해 한국 고용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빈현준 국가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이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3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79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만6000명(0.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겉으로 보면 고용은 회복세다. 하지만 채용시장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6년 3월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20만6000명 증가하며 두 달 연속 20만명대 증가세를 이어갔다. 15~64세 고용률도 69.7%로 3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표만 보면 ‘고용 호황’이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은 전혀 다르다.
서울 강서구 한 채용박람회. 이력서를 들고 줄을 선 청년들 사이로 긴장감이 흐르지만, 기업 부스에서 돌아오는 답은 짧다.
“올해는 신입 채용 계획이 거의 없습니다.”
면접을 마친 취업준비생 김모(27) 씨는 한참을 서 있다가 말했다.
“이젠 경쟁이 아니라 기회가 없습니다. 공고 자체가 없어요.”
실제 채용은 빠르게 줄고 있다. 대기업 채용 공고는 1년 새 40% 이상 감소했고, 중견기업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교육·IT·유통·금융 등 주요 산업 전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이다.
고용은 늘었지만 채용은 줄어드는 ‘괴리’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고용 증가의 상당 부분이 신규 채용이 아니라 기존 인력 유지와 재고용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경기 문제가 아니다. 최근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이 흐름을 구조적 변화로 규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청년층(25~34세) 경제활동참가율은 2000년 89.9%에서 2025년 82.3%까지 하락했다. 단순한 취업난이 아니라 ‘참여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고용률 상승이 채용 확대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기업들은 신규 채용보다 기존 인력을 유지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시스]
연령별 구조를 보면 변화는 더 뚜렷하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크게 증가한 반면 20대 취업자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용은 늘고 있지만 ‘누가 일하고 있는가’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변화의 중심에 AI가 있다.
중견 IT기업 관계자는 “과거 신입 3명이 하던 문서 작업과 리서치를 AI와 경력직 1명이 처리한다”며 “업무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제조업 역시 마찬가지다. “신입을 키울 시간 자체가 없습니다. 바로 성과가 나야 합니다.” 기업의 인식은 이미 바뀌었다. 채용은 더 이상 ‘투자’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다.
노동환경 변화도 영향을 키운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분쟁 리스크가 확대됐고, 정년 연장 논의는 인건비 부담을 고정시킨다. 여기에 근로시간 단축까지 더해지며 기업의 채용 여력은 구조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기업의 선택은 단순해졌다. 신규 채용은 최소화하고, 기존 인력은 오래 쓰며, 필요할 경우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만 선별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고용의 질적 전환’이라고 짚었다. 과거에는 인력 확대가 성장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최소 인력으로 최대 효율을 추구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가장 먼저 줄어든 영역이 신입 채용이다.
'신입은 비용, 경력은 자산'이라는 문장이 최근 채용시장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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