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AI가 만들지 못하는 능력

2026년 기업 현장의 화두는 AI이다. 그래선지 주변엔 온통 AI 관련 이야기로 무성하다. 일을 처리하는 절차나 기술은 계속 바뀌어도 우리는 결국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 함께할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

AI가 만들지 못하는 능력

SELF-IMPROVEMENT

2026년 기업 현장의 화두는 AI이다. 그래선지 주변엔 온통 AI 관련 이야기로 무성하다.

일을 처리하는 절차나 기술은 계속 바뀌어도 우리는 결국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 함께할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AI 시대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봄바람에 새해 시작의 긴장감이 한풀 꺾이는 4월, 직장인이라면 회사의 신년사를 다시 떠올려볼 시기다. 올해 기업들의 신년사에서 유독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AI’이다. 신년사는 그해 기업이 어디에 역점을 두는지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메시지이기에, 임직원은 물론 언론과 투자자까지 주목한다.

사진 프리픽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필자는 매년 여러 기업의 신년사를 반드시 챙겨보곤 한다. 그 중에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어떤 그룹의 회장님이 미리 고민한 경영 키워드를 생성형 AI에 입력하고 몇 초만에 신년사 문구가 완성되는 모습을 시연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부가가치가 낮은 업무는 AI를 활용해 신속히 처리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업무에 역량을 집중해 나가자.” 그 모습을 보던 나는 영업 비밀을 들킨 듯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회사에서 맡은 일들 중 대외 메시지를 정리하는 업무가 있다. 보도 자료와 대표이사 메시지, 각종 소개 글을 작성하는 일이다. 글로 표현하고 소통하는 일을 좋아해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해왔다. 이 업무에 AI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실감하게 되었다. 이 영역은 AI와 함께할 때 효율과 성과가 훨씬 높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애정하던’ 분야가 ‘부가가치가 낮은’ 업무로 규정되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AI에 대체되지 않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인재가 되려면 도대체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할까? 새해 벽두부터 마음이 바짝 긴장됐다.

AI 강의에서 배운 것 그리고 마음에 남은 것

얼마 전 여러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이 모인 기업 브랜드 행사에서 AI 관련 강의를 들었다. 홍보, 마케팅, 브랜딩 영역에서 AI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고 어떤 일까지 해낼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자리였다.

AI는 무엇을 묻든 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어떤 질문에도 그럴 듯한 초안을 빠르게 만들어낸다. 강사는 “AI를 활용할 줄 알면 누구나 80점은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특정 분야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 직접 경험하고 남에게도 일을 많이 시켜본 사람일수록 AI의 초안에 적절한 피드백을 더해 100점짜리 결과물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AI를 사용하며 우리는 놀라움과 위기감, 때론 틀린 답을 주는 데서 느끼는 실망까지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태도가 회복탄력성이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거대한 기술 변화 앞에서 위축되기보다 마음을 열고 계속 시도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직장인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오래 해온 일, 익숙한 영역이 있다. 그 분야에 대해 ‘AI가 이것도 해줄 수 있을까?’라는 가벼운 호기심으로 접근해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행사 마지막에는 각 회사 부서장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경력 20년이 넘는 베테랑들답게 통찰과 메시지 모두 빛이 났다. 우리 회사 순서가 되자 팀장님은 예상하지 못한 말을 꺼내셨다. “지금까지 실무를 도맡아온 조민지 과장이 좋은 소식으로 곧 휴직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혼자 업무를 하면서 고생이 많았는데 당분간 안 보이더라도 놀라지 마시고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나는 엉겁결에 자리에서 일어나 백 명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 인사를 했다. 박수가 이어졌다. 그날 내게 남은 건 그 어떤 지식이나 통찰이 아니었다. 자신의 반짝임을 드러내기보다 동료의 노고를 언급하고 격려한 팀장님의 따뜻한 마음이었다.

사진 프리픽

AI 시대에 꼭 필요한 능력은?

AI 시대를 사는 직장인으로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전문성과 학습·실행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누구나 해볼 수 있는 간단한 실행으로는, 오늘 해야 할 일 목록을 적은 후 AI를 활용해볼 만한 것을 골라보고 챗GPT, 제미나이 등 AI 툴을 열어 대화를 시작해 보는 것이다. 대화 창(프롬프트)에 할 일 목록을 모두 적은 뒤 “이 중에서 너는 나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느냐?”고 직접 물어볼 수도 있다. 단, 회사 대외비나 개인정보 등 보안이 필요한 내용은 그대로 넣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일상에 AI를 끌어오면 직접 손품을 팔며 헤매던 과정이 단축되어 여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보너스처럼 얻은 시간을 활용해 나는 기존 업무를 개선하거나 신규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전에 없던 가치를 창출하는 쪽으로 내 업무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남는다. 업무적으로 고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기만 하면 그만일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누구와 함께하고 싶은가?’라는 점에서 AI 시대에 더 중요한 역량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건 바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전문성과 학습·실행 능력은 AI가 만든 80점짜리 초안을 100점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누구와 함께할지를 결정하는 최종 기준이 된다.

일을 처리하는 절차나 기술은 바뀌어도 우리는 결국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 함께할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AI 시대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사람과의 관계를 더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지금 내 곁에서 함께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감사하며,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능력. 그것을 소홀히 하고 싶지 않다. 사고력과 겸손함을 가진 사람에게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향기 같은 것인데 AI는 아직 이런 향기까지는 만들어내지 못한다. AI를 배우려는 열정만큼 사람을 배우는 일에도 시간을 들여 보자. 상대의 마음을 얻는 일만큼 고부가가치인 일은 없다고 믿는다.

글쓴이 조민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졸업 후 롯데웰푸드, 종근당건강을 거쳐 현재 글로벌 혁신 투자사에서 커뮤니케이션 전략가로 활동하고 있다. 10년간 치열한 실무 현장에서 소통의 근육을 키워왔고, 올해는 육아와 학습을 병행하며 새로운 10년을 위한 숨 고르기 중이다. 직장과 가정, 그 사이에서 발견한 ‘더 좋은 커뮤니케이션’의 통찰을 통해 나다운 삶의 중심을 잡는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