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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가 대신 소비하는 시대…'에이전트 경제'가 시장을 바꾼다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플랫폼은 이용자의 소비 패턴과 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일부 영역에서는 자동화된 의사결정 지원 구조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AI가 대신 소비하는 시대…'에이전트 경제'가 시장을 바꾼다

네이버 AI 쇼핑 에이전트 페이지 (사진=네이버)

| 이코노미사이언스 정연재 기자 |

AI가 인간을 대신해 소비 판단을 내리는 ‘에이전트 경제(Agentic Economy)’가 본격화되고 있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탐색하고 구매 결정을 내렸다면, 이제는 인공지능(AI)이 이를 대신 수행하는 구조로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소비의 주체 자체가 바뀌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기업은 더 이상 실제 소비자만을 대상으로 시장 반응을 확인하지 않는다. 가상의 소비자를 생성해 제품과 서비스를 먼저 검증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흐름을 ‘합성소비자(Synthetic Consumer)’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합성소비자는 실제 인간의 행동·선호·의사결정 패턴을 학습한 AI가 가상의 소비자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로, 시장 반응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산업 현장에서는 이 개념이 더 확장된 형태로 구현되고 있다. 단일 모델이 아닌, 자율성을 가진 다수의 AI가 상호작용하는 ‘에이전트 기반 구조’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AI가 소비자 역할을 수행하고, 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집단적인 시장 반응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구글의 Agentic commerce 안내 (사진=구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이 흐름을 전제로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아마존의 앤디 재시 CEO는 최근 “에이전트 기반 커머스(Agentic Commerce)가 상품 탐색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으며, 구글 역시 AI 에이전트가 검색부터 결제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는 구조를 추진 중이다.

금융 영역에서도 변화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결제 기업 Affirm의 맥스 레브친 CEO는 “AI가 소비자를 대신해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소비 의사결정 자체가 자동화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흐름은 감지되고 있다.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플랫폼은 이용자의 소비 패턴과 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일부 영역에서는 자동화된 의사결정 지원 구조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네이버와 쿠팡 등 플랫폼 기업들도 AI 기반 추천과 개인화 기술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 과정에 개입하는 비중을 점차 높이고 있다.

여기에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들도 AI 기반 자산관리와 금융상품 추천 기능을 강화하면서 소비자의 금융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아직 완전한 에이전트 단계는 아니지만, 소비 결정 구조가 알고리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현재 서비스는 소비를 대체하기보다 보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개인의 소비 성향을 반영해 의사결정을 대신 수행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는 초기 국면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구조 변화는 데이터 활용 방식도 바꾸고 있다. 기존에는 실제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후 분석을 수행했다면, 이제는 가상의 소비자를 통해 미래 상황을 사전에 검증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개인정보 규제 강화로 실제 데이터 활용이 제한되는 환경에서, 합성 데이터 기반 분석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Amazon의 Buy for Me 서비스 사례 (사진=Amazon)

효율성 측면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설문조사나 인터뷰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과 비교해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극단적인 시장 상황이나 미경험 영역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유가 급등이나 환율 급변과 같은 상황에서 투자자 행동 변화를 사전에 실험하는 방식이다.

다만 한계도 존재한다. 합성소비자 모델은 학습 데이터의 편향을 그대로 반영하거나, 인간의 감정과 사회적 맥락을 완전히 재현하지 못하는 문제가 지적된다. 또한 정책 의사결정에 과도하게 활용될 경우 현실 사회의 다양성과 민주적 절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나금융연구소 관계자는 “합성소비자는 기존 소비자 데이터를 대체하기보다는 실제 시장에서 실험하기 어려운 상황을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 도구”라며 “향후에는 개별 소비자를 모사하는 수준을 넘어, AI 에이전트들이 상호작용하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술의 진화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구조다.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던 체계에서, 선택을 대신 수행하는 주체가 AI로 이동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무엇을 사느냐가 아니라, 누가 소비를 결정하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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