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열린 국회 본회의 = 뉴시스
[이코리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정부의 ‘AI 고속도로’ 구상에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날 통과된 특별법은 AIDC 구축에 필요한 인허가를 과기정통부 통합 창구를 통해 일괄 처리하고, 일정 기한 안에 관계 기관이 회신하지 않을 경우 인허가가 처리된 것으로 보는 ‘타임아웃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비수도권에 일정 규모 이하 AIDC를 신축·증축하거나 기존 데이터센터를 AIDC로 전환할 경우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면제하고, 승강기·주차장·미술작품 등 일반 건축물 기준을 AIDC 특성에 맞게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은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를 거친 뒤 9개월의 경과 기간을 두고 2027년 2월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특별법을 통해 민간의 AIDC 투자 지연 요인을 줄이고, 대규모 AI 인프라 확충과 해외 투자 유치를 촉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AIDC 특별법을 통해 기업의 AIDC 투자 확대와 대규모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등 AI고속도로 구축을 가속화할 수 있는 핵심 기반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다만 법안 통과 이후에도 과제는 적지 않다. 가장 큰 쟁점은 전력 공급이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비수도권 AIDC가 LNG 발전사업자로부터 전기를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전력구매계약(PPA) 특례가 논의됐지만, 최종안에서는 LNG 관련 특례가 제외됐다.
이는 기후·에너지 정책과의 충돌, 전력망 운영 부담 등을 우려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정부는 과기정통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간 업무협약을 통해 안정적 전력 공급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24시간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AIDC 특성상 보다 유연한 전력 조달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환경 부담과 지역사회 반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GPU와 서버, 냉각 설비를 상시 가동해야 해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전력과 용수 부담이 크다. 특히 특별법이 인허가 절차 단축과 비수도권 특례를 통해 구축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만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설명, 정보 공개, 전자파·소음·폐열 관리, 사후 모니터링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참여연대 누리집
시민사회도 반발하고 나섰다. 참여연대와 녹색전환연구소, 환경정의 등 시민단체들은 특별법 본회의 통과 전후로 성명과 팩트북을 내고, 이번 법안이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짓기 위한 규제 완화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데이터센터의 전력·물 사용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타임아웃제와 비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등이 도입되면 지역사회 갈등과 기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사용 의무화, 전력사용효율(PUE)·물사용효율(WUE) 기준 도입, 데이터센터 입지 관리, 주민 참여 절차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법 시행까지 남은 9개월 동안 정부가 AIDC 기준과 인허가 특례 범위, 전력 공급 협력 방안, 환경 관리 기준, 주민 소통 절차를 하위법령에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특별법의 실효성을 가를 전망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AI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AI 데이터센터 건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외에서도 데이터센터 건립을 둘러싼 지역주민과의 갈등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산이 전력·수도 비용, 지역 개발, 토지 이용 문제와 맞물리며 단순 민원이 아니라 연방정부, 주정부, 빅테크 등이 엮인 정치적인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최근 AI 데이터센터가 전력·수도 등 유틸리티 비용을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다. 해당 법은 데이터센터 건설과 운영 실태를 조사하도록 하고, 공공서비스위원회가 데이터센터의 유틸리티 비용 부담 구조를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전면 제한하기보다는, 대규모 전력 사용 시설이 지역 소비자에게 요금 부담을 떠넘기지 못하도록 별도 장치를 마련한 사례다.
미시간주에서는 오픈AI와 오라클의 ‘스타게이트’ 관련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을 계기로 지방정부 차원의 제동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미시간 살린 타운십에서는 160억 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이 지역 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송과 합의를 거쳐 추진되자, 이후 최소 19개 지방정부가 신규 데이터센터 개발 승인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도입했다. 해당 시설은 약 1.4GW 규모 전력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근 지역에서는 전력·용수 부담과 토지 이용 문제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텍사스에서도 데이터센터는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주정부는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경제·안보 경쟁력 차원에서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건설 예정지가 보수 성향 농촌 지역에 집중되면서 지역 주민과 일부 공화당 정치인 사이에서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일부 지역 정치인들은 물 부족과 전력망 부담을 이유로 대형 데이터센터 개발을 일시 중단하고 영향 조사를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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