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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 패권, GPU만으론 안돼"…최종현학술원, '동맹형 반도체 질서' 제시

빅테크 기업만의 성과가 아니며, 국경을 초월해 깊이 상호 연결된 글로벌 하드웨어 생태계를 기반으로... 이는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원자력 발전과 장기 전력 확보 경쟁에 나서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AI 기술...

"AI 패권, GPU만으론 안돼"…최종현학술원, '동맹형 반도체 질서' 제시

지난 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SCSP AI+ Expo 2026 특별세션. 사진 왼쪽부터 댄 김 TechInsights CSO(좌장), 마이크 플린 ITI 수석부사장, 미시 브리클 TSMC 대외협력 수석디렉터, 마이클 만수르 SK Americas 반도체 & AI 대외협력 수석디렉터. 사진제공=최종현학술원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전략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미국이 자국 내 첨단 제조시설 유치와 대중(對中) 수출통제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AI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는 “한 국가만으로는 AI 생태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최종현학술원(이사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SCSP AI+ Expo 2026 특별세션 논의를 바탕으로 이슈 브리프 ‘AI 시대 글로벌 기술 리더십 확보를 위한 동맹국 반도체 생태계의 전략적 가치와 과제’를 지난 21일 공개했다.

특별세션은 댄 김 TechInsights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좌장을 맡고, 마이크 플린(Mike Flynn) 정보기술산업협회(ITI) 수석부사장·고문, 미시 브리클(Missye Brickell) TSMC 대외협력 수석디렉터, 마이클 만수르(Michael Mansour) SK Americas 반도체 & AI 대외협력 수석디렉터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들은 수요·정책(미국), 첨단 파운드리(대만), 차세대 메모리(한국)를 대표한 전문가들로, 동맹국 생태계 내 물리적·구조적 병목현상을 진단하고 이를 타개할 통합적인 정책 프레임워크를 모색했다.

AI 인프라에 수천억 달러 민간자본 투자

국경 초월한 글로벌 하드웨어 생태계 중요

우선 패널들은 최근 불 붙고 있는 AI 시장의 경쟁이 알고리즘 개발뿐 아니라 전력망·이민제도·공급망·규제 안정성 등 국가 시스템 전반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동시에 TSMC,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미국 산업계가 “정치 일정에 따른 급격한 규제보다 예측 가능한 정책 환경이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번 이슈 브리프를 작성한 김민승 최종현학술원 국제학술1팀 매니저(PM)는 “수천억 달러의 민간 자본이 AI 인프라에 쏟아지는 현 상황에서, 파편화되고 일방적인 산업 정책만으로는 지속가능한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며 “오늘날 생성형 AI 혁명은 단일 국가나 소수 빅테크 기업만의 성과가 아니며, 국경을 초월해 깊이 상호 연결된 글로벌 하드웨어 생태계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패널들은 AI 시대 반도체 산업 구조가 ‘심층적 공동 엔지니어링(Deep Co-Engineering)’ 체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각자 부품을 개발한 뒤 완성 단계에서 이를 조합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제품 기획과 초기 설계 단계부터 공급망 참여기업들이 기술 로드맵을 공유하며 공동 설계에 참여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 사례로는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가 제시됐다. 브리프에 따르면 HBM4는 로직 다이(Base Logic Die)와 메모리의 통합 설계를 요구하며, 첨단 생산 현장에서는 글로벌 장비·소재 기업 엔지니어들이 상시 협업하는 초연결형 개발 체계가 구축되고 있다.

패널들은 이를 두고 “단일 기업이나 특정 국가의 기술력만으로는 구현될 수 없는 초연결형 기술 협력 체계”라고 규정했다. AI 시대 반도체 경쟁력은 개별 기업의 기술 우위보다 장기적 협력을 지속할 수 있는 공급망 전체의 안정성과 정책 신뢰에 의해 좌우된다는 의미다.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송·배전 등 물리적 한계”

AI 시대 병목의 핵심 부상한 에너지 전력망 문제

이번 특별세션에서 가장 강조된 의제 가운데 하나는 ‘에너지’였다. 패널들은 AI 산업 발전의 가장 큰 현실적 제약 요인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과 ‘송·배전 인프라의 물리적 한계’ 문제를 지목했다.

패널들은 “대규모 AI 학습 및 추론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전력망 병목은 향후 국가 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막대한 AI 컴퓨팅 수요에 대응하려면 송전망 현대화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 전력공급 안정화, 에너지 효율 개선 등 정부 차원의 전략적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에너지 회복탄력성은 이제 산업 인프라 차원을 넘어 국가 안보와 기술 주권을 뒷받침하는 핵심 정책 과제로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원자력 발전과 장기 전력 확보 경쟁에 나서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AI 기술 경쟁의 본질이 알고리즘 자체보다 이를 실제로 가동할 수 있는 물리적 인프라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패널들은 지속가능한 발전 측면에서 AI 기술에 대한 사회적 신뢰 형성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이들은 “현재 AI 기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과도기적 단계에 있으며,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이 때문에 산업계와 정책 당국이 AI 반도체 기술이 의료기기·정밀진단·생명연장 기술 등 인류의 생명과 삶의 질 향상에 직접 기여하는 사례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기술 혁신의 긍정적 파급효과의 확산을 통해 기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제고하고 기업들이 장기적 혁신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신뢰 기반의 협력적 정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성욱 기자 ongug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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