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세무 경쟁력, 모델이 아니라 ‘데이터’에 있다 [안진 클로즈업]
2026.07.01 10:48
2026.07.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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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
구현모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Tax Technology Consulting 파트너
구현모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Tax Technology Consulting 파트너
최근 비즈니스 업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생성형 AI다. 수많은 기업이 오픈AI의 챗GPT, 앤트로픽의 클로드, 구글의 제미나이 등을 도입하며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화려한 AI 모델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모델이 학습하고 읽어내는 ‘데이터’에서 나온다.
생성형 AI를 ‘머리’에 비유한다면, AI가 읽는 데이터는 ‘책’과 같다. 아무리 천재적인 머리를 가졌더라도 읽어야 할 책에 오류가 가득하고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면 올바른 답을 낼 수 없다. 반대로 책이 정교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면, 책의 성격과 목적에 맞게 다양한 AI 모델을 유연하게 선택함으로써 품질과 비용을 동시에 최적화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AI의 '지능'에만 주목해 온 경향이 있다. 이제는 시각을 바꾸어 ‘세무 데이터’의 관점에서 AI를 바라보아야 한다. 딜로이트의 글로벌 최저한세 시스템, AI 에이전트 ‘택스 매니저(Tax Manager)’ 사례를 통해 왜 지금 세무 데이터의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한지 짚어보고자 한다.
왜 지금 '데이터'인가
지금 많은 기업이 AI 도입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마주하는 거대한 병목은 AI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업의 ‘데이터 준비도(Data Readiness)’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세무·재무(Tax & Finance) 리더의 86%가 데이터와 AI, 기술을 기업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러나 동시에 80%는 ‘AI가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정제된 데이터의 부족’을 호소했고, 91%는 ‘지나치게 분산된 데이터 사일로(Silo)’를 가장 큰 장애물로 지목했다.
데이터가 파편화되고 오염된 상태에서 AI를 도입하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격이다. 비용만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정작 인텔리전스의 품질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핵심은 "우리 기업의 세무 데이터는 AI가 신뢰하고 읽을 수 있는 상태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지는 것이다. 어떤 AI 모델을 쓸 것인가는 그다음 문제다. 그리고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프레임워크가 바로 ‘AI 택스 인텔리전스 아키텍처(AI Tax Intelligence Architecture)’다.
AI 택스 인텔리전스 아키텍처의 4대 레이어
AI 택스 인텔리전스는 세무·회계 업무를 AI로 자동화하고 확장할 때, 데이터의 신뢰성과 보안 등 기반 요소를 먼저 설계하는 구조적 접근법이다. 이는 크게 네 가지 레이어(Layer)로 구성된다.
먼저, 데이터 레이어(Data Layer)는 ERP, 거래 데이터, 세무 보고 데이터, 그룹사 데이터 등 모든 가치 창출의 기반이 되는 원천 데이터의 영역이다. 로직 레이어(Logic Layer)는 복잡한 세법 로직, 계산 엔진, 정책 룰, 시나리오 판단 등이 정교하게 내재화되는 단계다. 컨트롤 레이어(Control Layer)는 데이터의 검증, 승인, 워크플로, 그리고 변경 이력을 추적하는 오딧 트레일(Audit Trail)이 포함된다. CFO 입장에서 이 컨트롤 레이어가 없다면 AI가 아무리 빠르게 답을 내놓아도 결코 신뢰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인텔리전스 레이어(Intelligence Layer)는 정제된 토대 위에서 구동되는 대시보드, 시뮬레이션, 실시간 질의응답, AI 에이전트(Agent)의 영역이다.
이처럼 성공적인 AI 세무 혁신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상단의 AI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그 아래를 받치고 있는 굳건한 데이터와 통제 구조가 완성될 때 비로소 실현된다. 이 구조의 필요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이 바로 최근 세무 업계 최대의 화두인 ‘글로벌 최저한세(Pillar Two)’다.
글로벌 최저한세, 규제를 데이터 자산으로 전환하는 법
글로벌 최저한세(Pillar Two) 시스템 구축은 단순한 세무 컴플라이언스 대응을 넘어, 고객사의 방대한 글로벌 세무 데이터를 직접 적재하고 관리하는 대규모 데이터 관리 프로젝트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데이터 수집·표준화, 검증, 중앙 저장소 구축, 계산 엔진 구동, 보고·컴플라이언스'로 이어지는 5단계 메커니즘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데 있다.
딜로이트의 글로벌 최저한세 시스템은 이 까다로운 과정을 구조적으로 해결한다. 전 세계 해외 법인의 파편화된 ERP 데이터를 표준 스키마로 정제해 수작업과 엑셀로 인한 오류를 원천 차단하고, 강력한 룰 엔진(Rule Engine)을 통해 세무 로직을 자동으로 검증한다. 아울러 추가 세액의 산출 근거와 데이터 변경 이력을 투명하게 추적 관리한다. 전 세계의 복잡한 원천 데이터를 ‘맞춤형 세무 정보’로 정제해 내는 것이다.
검증된 데이터 위에 피어나는 AI 에이전트 '택스 매니저'
이렇게 철저하게 통제되고 검증된 세무 데이터 위에 생성형 AI를 결합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혁신이 일어난다. 딜로이트의 AI 에이전트 ‘택스 매니저(Tax Manager)’가 대표적인 예다.
택스 매니저는 딜로이트가 보유한 고품질 세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생성형 AI의 치명적인 약점인 환각 현상(Hallucination) 없이 실시간으로 정확한 답변을 제공한다. 정확성이 생명이자 전부인 세무 영역에서 일반 오픈 웹 지식을 학습한 AI는 리스크를 키울 뿐이다.
택스 매니저가 독보적인 신뢰성을 가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딜로이트만의 차별화된 전문가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둘째, 모든 데이터와 로직은 세무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증을 거쳤다. 셋째, 수시로 변경되는 예규와 세법을 반영하기 위해 일/주 단위의 실시간 데이터 업데이트 체계를 갖추었다. 결국 택스 매니저는 매일 업데이트되는 신뢰할 수 있는 세무 정보를 경영진의 의사결정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강력한 도구인 셈이다.
세무 데이터를 핵심 경영 인텔리전스로 전환해야 할 때
AI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지금, CFO에게 필요한 것은 두 가지를 동시에 실행하는 것이다. 하나는 자사의 업무 구조와 리스크 수준에 맞는 세무 AI 도구를 적극적으로 찾고 도입을 검토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그 도구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파편화되고 검증되지 않은 세무 데이터를 정비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CFO들은 다음의 세 가지 전략적 질문을 던지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먼저 "우리 조직의 세무 데이터 준비도는 어느 수준이며, 데이터가 파편화된 병목 구간은 어디인가"를 냉정하게 진단해야 한다. 이어 "글로벌 최저한세 대응, 실시간 질의응답, 경영진 보고, 지식 자산화 가운데 어떤 유스 케이스를 우선순위로 둘 것인가"를 명확히 설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세무 운영 모델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필요하다면 전자세금계산서(e-invoicing)와 같은 원천 입력 데이터 체계까지 AI 아키텍처와 연계해 실행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도구 도입만 서두르는 기업은, 결국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 위에 값비싼 AI를 얹는 데 그칠 것이다. 데이터 정비와 AI 도입을 한 호흡으로 끌고 가는 CFO만이 파편화된 세무 데이터를 기업의 핵심 경영 인텔리전스로 전환하는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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