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AI 시대와 원전③] "원전은 정쟁 대상 아냐… 30년 내다본 초당적 합의...

AI 시대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원전을 단순한 발전원이 아닌 국가 전략 자산으로... ◆원전은 '선택' 아닌 '국가 전략 자산' 강 위원장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 확산으로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AI 시대와 원전③] "원전은 정쟁 대상 아냐… 30년 내다본 초당적 합의...

강창호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 위원장 인터뷰

탈원전 시기 숙련도 단절·무력감, 현장 ‘최대 상처’ 호소

“AI 시대 전력 확보, 원전 필요성 80% 국민 공감대 형성”

“제정된 방폐물 특별법 ‘사회적 합의’ 핑계로 지연 안 돼”

원전, ‘전략적 현물 투자’ 등으로 외교적 자산 활용 촉구

강창호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위원장. (제공: 한수원 노조) ⓒ천지일보 2026.03.18.

“원자력 발전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고 그만두는 사업이 아닙니다. 수십년간 축적된 기술과 인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만 안전이 유지되는 국가 핵심 인프라입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책이 냉·온탕을 오가면 현장은 고립감과 무력감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된 정책 번복이 원전 현장에 ‘숙련도 단절’과 ‘인력 유출’이라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AI 시대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원전을 단순한 발전원이 아닌 국가 전략 자산으로 재정립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이끌 전문 리더십과 초당적 정책 합의가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창호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위원장은 본지와의 서면인터뷰 내내 ‘정책의 일관성’과 ‘현장 전문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한양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하고 원전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원자력 전문가인 그는 현재 에너지안보연대 공동대표와 원자력노동조합연대 의장을 맡으며 대한민국 원전 생태계 복원의 최전선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탈원전이 남긴 ‘숙련도 단절’

강 위원장은 지난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현장에 남긴 가장 큰 상처로 ‘인재 유입 감소’와 ‘숙련도 단절’을 꼽았다. 원전은 설계부터 운영, 유지보수, 폐기까지 수십년의 노하우가 세대를 이어 계승돼야 하는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의 정책적 불확실성이 생태계의 허리를 끊어놓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당시 원전 업계의 상징이었던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가 산업 철수를 고민할 만큼 상황이 엄혹했다”며 “한수원을 비롯한 원전 생태계 전반에 신규 인력 유입이 급감하면서 고도의 안전을 담보해야 할 기술 전수가 끊길 위기에 처했었다”고 회고했다. 무엇보다 현장 노동자들이 국가 에너지 정책에서 소외된 채 외면받으며 느꼈던 무력감은 장기적으로 원전 안전 관리 체계에 보이지 않는 부담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원전 운영은 교과서적인 지식을 넘어 수천개의 부품과 계통을 몸으로 익힌 숙련공들의 ‘직관’이 안전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강 위원장은 “한 번 끊긴 숙련도의 맥을 다시 잇는 데는 이탈 기간의 몇 배에 달하는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며 정책 번복이 초래한 유무형의 손실이 막대함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 노동자들은 어떠한 외풍에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왔다. 강 위원장은 “최근 정부 조사에서 원전이 ‘안전하다’는 응답이 63%까지 상승한 것은 현장 노동자들의 헌신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에너지 정책은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최소 30년을 내다보는 초당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인력 양성과 설비 투자, 안전 관리 체계가 흔들림 없이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창호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위원장. (제공: 한수원 노조) ⓒ천지일보 2026.03.18.

◆원전은 ‘선택’ 아닌 ‘국가 전략 자산’

강 위원장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 확산으로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는 원전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80% 이상에 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신규 원전 건설이 재개되고 해외 수출 물꼬가 트이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장의 회복 탄력성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탈원전 시기를 거치며 숙련 인력들이 현장을 떠났고 관련 학과 신입생은 여전히 감소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강 위원장은 “신규 건설이 재개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인재 기반이 복원되지 않으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담보하기 어렵다”며 “단순한 채용 확대를 넘어 원전 종사자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파격적인 처우 개선과 안정적인 경력 개발 시스템 구축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문제에 대해서도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강 위원장은 “현장에서는 저장 시설의 물리적 한계보다 중장기 로드맵이 확정되지 않은 ‘정책적 불확실성’을 더 큰 위협으로 느낀다”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이 제정된 만큼 이제는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을 내세워 다시 실행을 지연시키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소통하는 실무형 리더십 행보 기대”

새롭게 출범하는 한수원 리더십과 관련해 강 위원장은 현장의 신뢰를 얻기 위한 필수 요건을 제시했다. 그는 “원전은 외교, 금융, 기술 표준, 국제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전략 산업”이라며 “설계부터 해체까지 전 과정을 꿰뚫는 통합적 시야와 글로벌 공급망을 정확히 이해하는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2만명의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 위원장은 선임된 사장이 향후 보여줘야 할 ‘대외적 소통 역량’에 무게를 뒀다. 그는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대통령 업무보고나 국제 협상 등 소통 현장에서 당당하게 원자력의 가치와 기술적 안전성을 대변할 수 있는 실무적 리더십이 발휘돼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한 ‘관리형 리더’를 넘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급변하는 글로벌 원전 시장의 파고를 전문성으로 정면 돌파하는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강 위원장은 원전을 단순한 발전원이 아닌 ‘전략적 현물 투자’ 자산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Make America Nuclear Great Again, MANGA’와 같은 글로벌 원전 부흥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설계·시공·운영 기술력 자체를 외교적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등 주요국과의 협력 과정에서 현금 투자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원자력 현물 투자’ 개념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우리가 가진 인적 역량과 기술력 자체가 강력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기술과 산업 역량 또한 자본만큼 강력한 투자 자산이라는 시각의 전환을 요구한 것이다. 강 위원장은 “국민과 정치권 모두가 원전을 이념의 굴레에서 벗겨내고 국가 생존과 산업 경쟁력의 관점에서 바라봐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천지일보 카톡

1644-7533

제보하기

키워드

#한수원

#한수원 노조

#강창호

#원자력

#원전

#AI

#탈원전

#반도체

홍보영 기자

다른 기사 보기

관련기사

[AI 시대와 원전②] AI·반도체 ‘전력 쇼크’… 원전 활용, 방폐물·송전망 해법이 관건

[AI 시대와 원전①] ‘이념에 흔들린’ 원전 도입 50년… 국가 에너지 전략 시험대

[기자수첩] 멈춰버린 ‘에너지 고속도로’,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