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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 시대, 질문하는 힘은 책에서 자란다

요즘은 인공지능(AI)이 못하는 일이 별로 없어 보인다. 검색도 해주고 글도 써주며 회의록까지 정리해 준다. 가끔은 “이 정도면 내 일도 제법 아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이제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까.”

AI 시대, 질문하는 힘은 책에서 자란다

AI 시대, 질문하는 힘은 책에서 자란다

이정이 광주 동구청 인문도시정책과장

2026년 04월 10일(금) 00:20

요즘은 인공지능(AI)이 못하는 일이 별로 없어 보인다. 검색도 해주고 글도 써주며 회의록까지 정리해 준다. 가끔은 “이 정도면 내 일도 제법 아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이제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그 질문 앞에서 기술보다 먼저 책을 떠올린다. AI가 많은 일을 해내는 시대일수록 사람에게 더욱 중요해지는 능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바로 질문하는 능력이다.

AI 시대의 핵심도 결국 여기에 있다고 본다. 기계가 얼마나 많은 답을 내놓느냐보다 인간이 얼마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인공지능도 그렇다. 질문이 흐리면 답도 흐리고 질문이 얕으면 답도 얕다. 반대로 질문이 또렷하고 깊을수록 답도 달라진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을 잘 다루는 능력에만 있지 않다.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아는 사람, 왜 그것을 물어야 하는지 아는 사람, 답을 얻고도 “이게 정말 맞는가”라고 다시 묻는 사람이 더 멀리 간다.

그렇다면 그 질문하는 힘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나는 그 출발점이 독서라고 생각한다. 책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한 문장을 붙들고 생각하게 하고 익숙한 일상을 조금 낯설게 바라보게 한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나는 타인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지켜야 할 인간의 가치는 무엇일까?”와 같은 질문을 마음속에 남긴다. 독서는 정답을 빨리 찾는 일이 아니라 질문을 천천히 키워가는 과정에 가깝다.

빠른 정보는 넘쳐나지만 깊은 질문은 쉽게 생기지 않는 시대다. 그래서 책은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광주 동구가 오랫동안 ‘책 읽는 동구’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자는 구호에 그치지 않고 책을 통해 생각하는 힘과 질문하는 힘, 그리고 함께 나누는 문화를 지역 안에 차곡차곡 쌓아 가기 위해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올해의 책’ 사업이다. 이 사업은 단순히 책 한 권을 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주민이 함께 읽을 책을 직접 선정하고 독서릴레이를 통해 구민 4천여 명이 책을 나눈다. 이어 독서공모전으로 읽은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고 작가와의 만남과 북토크, 찾아가는 독서교실, 인문 동아리 활동을 거쳐 10월 독서토론마당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 공동체 안에서 질문과 대화로 다시 살아난다. 이처럼 동구의 ‘올해의 책’ 사업은 단순한 독서 장려를 넘어선다. 책을 통해 질문하는 사람을 키우고 생각을 말로 꺼내는 사람을 늘리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실제로 동구는 문화체육관광부 독서실태조사와 비교했을 때 주민의 독서율과 독서량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여 왔다. 이는 독서문화 정책이 단순한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주민의 삶 속에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AI는 많은 답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어떤 답이 정말 필요한지, 그 답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결국 사람의 몫이다. 그 힘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떠올린 작은 질문, 한 문장을 오래 붙들고 생각했던 시간,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눴던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다.

책은 솔직히 빠르지 않다. 어쩌면 그래서 더 좋다. 빨리 소비되고 빨리 잊히는 것들 사이에서 책은 사람 안에 조금 더 오래 머문다. 생각하는 힘과 공감하는 힘, 그리고 질문하는 힘을 남긴다. 나는 그 힘이 결국 한 사람을 바꾸고 한 지역을 바꾸며 우리 사회를 조금 더 사람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광주 동구가 오늘도 함께 읽는 이유는 분명하다. 더 빨리 답하는 사람보다 더 깊이 묻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서다. AI 시대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을 많이 아는 능력이 아니라 끝내 좋은 질문을 놓치지 않는 힘일지도 모른다.

/이정이 광주 동구청 인문도시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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