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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AI 승부처 '전력·데이터센터'…컴퓨팅파워도 변수

2019년 멈췄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자력 발전소 1호기가 최근 재가동 채비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맺은 20년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덕분이다. 생산된 전기는 앞으로 MS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독점 공급된다.

AI 승부처 '전력·데이터센터'…컴퓨팅파워도 변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스리마일섬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 데이터센터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7년여 만에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_연합뉴스

2019년 멈췄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자력 발전소 1호기가 최근 재가동 채비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맺은 20년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덕분이다. 생산된 전기는 앞으로 MS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독점 공급된다.

중국 서부 닝샤후이족 자치구의 사막에서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공사가 한창이다. 경제가 발달한 동부 해안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전력이 풍부한 서부 내륙으로 옮겨 연산하려는 국가 프로젝트 ‘동수서산’(東數西算)의 핵심 현장이다.

미국의 원전 부활과 중국의 사막 개척. 겉모습은 다르지만 종착지는 모두 ‘AI 패권’으로 향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AI 구동에 필요한 엔비디아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물량 확보에 머무는 동안, G2(2대 강국)의 승부처는 전력과 물리적 인프라 확보로 이미 옮겨간 셈이다.

GPU보다 급하다… 전기·인프라 전쟁 격화

AI 패권다툼 중심에는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소비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수천억 원어치의 첨단 GPU를 쌓아놔도 정작 서버를 돌릴 전기와 뿜어져 나오는 열을 식힐 냉각설비가 없다면 무용지물이어서다.

미국 전력연구원(EPRI)에 따르면 챗GPT를 비롯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의 검색 1회당 전력 소모량은 약 2.9와트시(Wh)에 달한다. 구글 일반 검색(약 0.3Wh)의 10배에 육박한다.

AI 전력소비량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2년 460테라와트시(TWh) 수준이던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이 올해 최대 1천TWh를 넘길 것으로 관측했다. 일본의 1년 전력소비량에 맞먹는 규모다.

전력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은 거금을 들여 입도선매에 뛰어들었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원전과 직결된 데이터센터 부지를 통째로 사들였고, 구글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업체에 투자해 자체 전력공급망을 짜고 있다.

미국의 고강도 제재로 첨단 GPU 조달에 차질을 빚자, 중국은 기후가 서늘하고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서부 내륙의 네이멍구와 구이저우 등 8개 지역에 10개 대규모 데이터센터 허브를 짓는 동수서산 공정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각 데이터센터는 서로 연결돼 남는 연산자원을 필요한 곳에 분배한다.

연산력의 열세를 압도적 인프라 규모와 냉각 효율로 덮겠다는 심산이다. 이미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데이터센터가 서부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도 오라클·오픈AI, 일본 소프트뱅크와 함께 5천억 달러(약 730조 원)를 들여 2029년까지 세계 최대의 데이터센터 단지를 건설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지난해 1월 출범했다.

한국, 송전망 확보가 관건

AI 인프라가 핵심축으로 떠오르면서 독자적 AI 구축을 서두르는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정부는 광주 등을 거점으로 2030년까지 GPU 5만 장 규모의 연산자원을 확보하는 ‘국가 인공지능 컴퓨팅센터’ 밑그림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는 당장 하드웨어를 들여와도 전기를 끌어올 ‘플러그’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내 데이터센터 절반 이상이 전력 자립도가 극히 낮은 수도권에 쏠려 있어서다.

원전과 화력발전소가 밀집한 동해안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실어 나를 초고압직류송전(HVDC)망 구축사업은 복잡한 인허가와 지역사회 협의 등이 얽혀 수년째 공전하고 있다. 송전망 100km를 까는 데 중국은 1~2년 걸리지만, 한국은 10년도 부족하다는 푸념도 나온다.

수도권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도 전력망 과부하 우려에 규제 문턱을 넘기가 팍팍한 실정이다.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는 “하드웨어 확보 못지않게 국가전력망 적기 확충과 데이터센터의 비수도권 분산 유도정책도 중요하다”며 “단순한 GPU 물량 싸움을 넘어 전력, 냉각설비, 송전망이 하나로 맞물리는 종합적 에너지·안보 전략이 제때 마련되지 않으면 ‘소버린(주권) AI’ 실현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붐에 컴퓨팅파워 부족… GPU 임차료 급등

AI 기업들 사이에선 컴퓨팅파워를 확보하는 게 또 하나의 과제로 떠올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몇 달간 스스로 소프트웨어 개발, 재무회계 처리 등을 해내는 ‘에이전트(비서) AI’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업체들이 컴퓨팅파워를 뜻하는 ‘토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오픈AI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에 사용되는 토큰은 작년 10월 분당 평균 60억 개에서 올해 3월말 150억 개로 늘었다. 새 AI에 필요한 토큰을 확보하려고 AI 비디오 생성 앱 ‘소라’를 갑자기 폐쇄하기도 했다.

WSJ은 19세기 철도 확장으로부터 2000년대 초 통신과 인터넷 폭발에 이르는 역사적 기술 붐의 양상과 유사하다며 “기업들이 자원을 확보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속도보다 수요가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이전트 AI 붐을 일으킨 앤트로픽은 2월 중순부터 서비스 장애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수요 집중을 낮추려고 피크 시간대에 기본 사용량 한도를 더 빨리 소진하도록 3월 하순에 요금제를 개편했는데,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GPU의 시간당 임차가격도 치솟고 있다. 엔비디아 최상급 GPU ‘블랙웰’ 1개를 임차하는 데 드는 시간당 비용은 4월 현재 4.08 달러로, 2개월 전의 2.75 달러에서 48% 올랐다. 이런 현상은 AI 수요 폭증에 대응해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적어도 몇 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김영대 기자 lonafree@yna.co.kr

임화섭 연합뉴스 국제뉴스부 기자 solatido@yna.co.kr

심재훈 연합뉴스 테크부 기자 president21@yna.co.kr

작성 : 2026. 4. 27 [202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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