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AI 다음은 '양자'…수백 년 난제, 산업을 다시 설계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중심으로 양자컴퓨팅 핵심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은 반도체와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양자 생태계 참여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양자통신과 보안 영역에서는...

AI 다음은 '양자'…수백 년 난제, 산업을 다시 설계한다

Google 양자컴퓨터시스템 (사진=Google Quantum AI 홈페이지)

| 이코노미사이언스 정연재 기자 |

인공지능(AI)이 데이터를 학습하고 판단하는 기술이라면, 양자컴퓨팅은 ‘계산 자체를 다시 정의하는 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산 방식의 근본적 변화가 가능해지면서, 그동안 수백 년이 걸려도 풀기 어려웠던 산업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계에 근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가 사실상 처리하기 어려웠던 복잡한 계산을 단시간에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로 구글은 53큐비트 기반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기존 슈퍼컴퓨터 기준 약 1만 년이 걸리는 연산을 200초 만에 수행한 바 있다.

이 같은 성능은 단순한 속도 개선이 아니라 ‘연산 방식의 전환’에 가깝다. 고전 컴퓨터가 가능한 해답을 하나씩 검증하는 구조라면, 양자컴퓨터는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계산하는 병렬적 연산 구조를 갖는다. 변수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문제일수록 양자컴퓨팅의 효율이 높아지는 이유다.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양자컴퓨팅 시장은 2026년 약 11조 원 규모에서 2035년 46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융, 제약, 물류 등 고난도 계산이 필요한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IonQ의 양자 네트워킹 (사진=IONQ)

기술 경쟁은 이미 본격화된 상태다. IBM과 구글은 초전도 방식 양자컴퓨터 개발을 주도하며 큐비트 수 확대와 오류정정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IonQ는 이온트랩 방식을 통해 높은 연산 정확도를 강조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기술 경로를 놓고 경쟁이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축은 ‘하이브리드 컴퓨팅’이다. 엔비디아는 기존 GPU 기반 연산 체계에 양자컴퓨팅을 결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를 단독 시스템이 아니라 고전 컴퓨터의 ‘가속기’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현재 기술 수준에서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는 현실적인 접근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 축이 형성되는 단계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중심으로 양자컴퓨팅 핵심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은 반도체와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양자 생태계 참여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양자통신과 보안 영역에서는 일부 상용화 시도가 이어지며, 향후 컴퓨팅 영역으로의 확장이 주목된다.

산업 적용 가능성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금융에서는 포트폴리오 최적화와 리스크 분석, 제약에서는 분자 구조 시뮬레이션, 물류에서는 경로 최적화 등 기존 컴퓨팅으로는 처리하기 어려웠던 문제에서 활용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이는 양자컴퓨팅이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산업 설계 방식 자체를 바꾸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SK텔레콤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기술 시연 모습 (사진=SK텔레콤)

국가 간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중국은 양자기술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지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며, 한국 역시 2028년까지 자체 기술 기반의 ‘풀스택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하는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 패권 경쟁이 확대되는 가운데, 양자컴퓨팅의 산업 적용 시점과 범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 관계자는 “양자컴퓨팅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범용 기술이라기보다, 특정 문제에서 기존 계산 구조를 바꾸는 ‘구조적 전환 기술’”이라며 “특히 금융이나 물류처럼 변수와 경우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영역에서 먼저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오류율과 비용 등의 제약이 존재하지만, 하이브리드 방식과 특수목적 양자컴퓨터를 중심으로 산업 적용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자컴퓨팅은 기술 경쟁을 넘어, 산업의 문제 해결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아주쉽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