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가관광청 한국대표부를 이끌고 있는 이창근(Lý Xuong Căn) 대표
“올해는 이용상 왕자의 고려 정착을 기준으로 한국과 베트남 관계를 재조명할 결정적 시점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앞두고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800년 전 역사적 연결고리를 현대적 문화외교 자산으로 활용하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베트남 국가관광청 한국대표부를 이끌고 있는 이창근 대표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용상 왕자 800주년 기념사업’ 추진 의지를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이용상 왕자는 베트남 이씨왕조의 왕족으로, 왕조 교체 과정에서 목숨을 피해 바다를 건너 고려로 망명한 인물이다. 1226년경 옹진(현재 인천시 옹진군) 지역에 표착한 뒤 고려 고종의 환대를 받아 화산군에 봉해지고 정착했다.
당시 이용상 왕자는 단순한 망명객이 아니라, 몽골군 침입 시에는 공을 세우고 지역 사회에 뿌리내린 역사적 인물로 추앙받고 있다. 그 후손들이 화산 이씨로 이어져 오늘까지 한-베트남 양국을 연결하는 상징이 되고 있다.
자신이 이용상 왕자의 26대손이라고 밝힌 이 대표는 “과거에는 이 사실이 일부 기록과 구전으로만 전해졌지만, 베트남 현지 왕족과의 교류와 족보 교환 등을 통해 역사적 연계가 더욱 구체화됐다”고 소개했다.
1994년 조상의 땅인 베트남을 처음 찾은 그는 이후 베트남 국적을 부여받았고, 베트남 이름 ‘리 쓰엉 깐'(Lý Xuong Căn)을 얻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최초의 주한 베트남 관광대사로 임명돼 베트남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한편, 두 나라가 공유해 온 오랜 역사적 인연을 널리 소개해 왔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오늘날 양국 관계를 설명하는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이 대표는 “이용상 왕자의 이야기는 한 개인의 망명사가 아니라, 두 나라가 800년 전부터 이어져 온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동남아에서도 보기 드문 문화외교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이번 80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유력 출판사인 김동출판사를 방문해 베트남 관계자들과 이용상 왕자의 그림책을 검토하고 있는 이창근대표(왼쪽에서 두번째) [사진 이창근}
“지금 젊은 세대는 베트남을 단순히 여행지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800년 전부터 이어진 역사적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교육과 콘텐츠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이 대표가 구상 중인 기념사업은 문화·학술·콘텐츠를 아우르는 종합 프로젝트다.
800주년 기념 콩쿠르를 비롯해 국제 학술세미나, 뮤지컬 및 대형 공연, 한복-아오자이 패션쇼 , 웹툰 및 출판 사업 등을 포함한다.
특히 웹툰 프로젝트는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베트남 유력 출판사인 김동출판사와 협력해 이용상 왕자의 서사를 웹툰으로 제작하고, 이를 양국 청소년 교육 콘텐츠로 확장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웹툰 플랫폼 활용도 검토 중이다.
패션과 공연을 결합한 문화외교 구상도 눈에 띈다. 그는 “한복과 베트남 아오자이를 결합한 ‘800주년 기념 패션쇼’는 양국 문화의 정서적 유사성을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행사”라며 “단순 전시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기념사업의 방향을 ‘과거 회고’가 아닌 ‘미래 연결’로 설정하고 있다.
“양국 사이에는 역사적으로 복잡한 기억도 있지만, 그것을 넘어 미래세대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용상 왕자의 이야기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용상 왕자 삽화[김승현 화백]
관광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문화외교라는 소신을 밝히는 그는 "이용상 왕자 800주년은 양국이 공유할 수 있는 매우 드문 역사적 자산”이라며 “학술, 공연, 교육, 디지털 콘텐츠로 확장해 나간다면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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