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공백 끝 협회장 인선 절차 재가동
카드 수수료 재산정 앞두고 업계 긴장 고조
조달금리 상승·연체율 부담에 수익성 압박
빅테크 등 시장 다변화 속 소통형 인물 필요
반년 가까이 공백 이어진 여신금융협회장 인선 절차가 재가동됐다. 수수료 재산정·조달 부담·빅테크 공세 대응이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관료 출신의 소통력과 민간 출신의 실무력을 놓고 업계의 저울질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나노바나나2로 생성
여신금융협회장 인선 절차가 약 6개월 만에 재가동된다. 차기 회장으로 관료 출신과 업계 출신 인사들이 동시에 하마평에 오르는 가운데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조달비용 상승·빅테크와의 경쟁 심화 등 굵직한 현안이 겹치며 차기 협회장 선임을 둘러싼 업권의 고민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번 인선은 단순 인사를 넘어 여신업권이 당국과 시장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2025년 하반기 이후 약 6개월간 협회장 공백 상태를 이어왔다. 전임 회장의 임기 만료 이후 후임 인선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협회는 상근부회장 대행 체제로 운영돼 왔다. 업계 안팎에서는 장기간 공백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최근 들어 차기 협회장 선출 절차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짙어졌다.
협회 이사회 멤버인 15개 회원사 사이에서는 이번 인선이 단순한 자리 교체를 넘어 업계의 이해를 누가 더 효과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회추위는 카드사 8곳·캐피털사 7곳 등 총 15개 회원사로 구성된다.
관료 vs. 민간, 후보군 성격 따라 역할 갈린다
이번 인선의 관전 포인트는 후보군의 출신 배경이다. 관료 출신이냐 민간 출신이냐에 따라 업계가 기대하는 역할과 장점이 뚜렷하게 갈린다.
먼저 관료 출신 후보군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정책당국에서 주요 보직을 거친 인사들이 중심이다. 서태종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김근익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이들의 가장 큰 강점은 당국과의 소통 통로다. 카드 수수료율 조정·규제 완화·감독 기조 변화 등 주요 현안에서 정책당국의 논리를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업계에서는 당국과 직접 부딪혀야 하는 사안이 늘어난 만큼 정책 생리를 잘 아는 인사가 가교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반면 민간 출신 후보군에 대한 기대감도 만만치 않다. 임영진 전 신한카드 사장·이동철 전 KB국민카드 사장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업계의 현장 사정을 직접 겪어본 인물들로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와 영업 환경 변화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내부에서는 단순히 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업권의 어려움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방어할 수 있는 실무형 수장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강하다. 특히 “당국에 끌려다니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업계의 절박감이 민간 출신 선호론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수료·조달·빅테크’ 차기 협회장 3대 과제
누가 협회장이 되든 임기 시작과 동시에 마주할 과제는 가볍지 않다. 업계 안팎에서는 차기 협회장이 풀어야 할 핵심 현안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이다. 3년마다 이뤄지는 수수료 재산정 주기가 돌아오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카드업계는 이미 본업인 결제 부문 수익성이 크게 약화된 상태라고 주장하며 추가 인하 여력이 거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이번 재산정 결과가 단순한 수익 감소를 넘어 사업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정책당국과 정치권은 영세·중소 가맹점 보호를 앞세울 가능성이 크다. 차기 협회장은 업계의 경영 부담을 설명하면서도 사회적 요구와 정책 기조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둘째 조달 금리 상승과 건전성 관리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수신 기능이 없는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의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은 확대됐다. 카드사와 캐피털사는 은행과 달리 예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시장성 조달 의존도가 높고 금리 상승기에 비용 부담이 더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이 같은 조달 부담 증가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최근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의 실적 감소 배경으로도 지목되기도 했다.
여기에 연체율 상승과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까지 겹치면서 건전성 관리의 중요성도 커진 상태다. 차기 협회장에게는 업권 전반의 조달 여건 개선과 건전성 방어를 위한 네트워크와 대응 역량이 동시에 요구된다.
셋째 빅테크와의 경쟁 구도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기업들이 결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카드업계의 기존 사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드사에만 상대적으로 무거운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는 불만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터 비즈니스 활성화·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 강화·신사업 규제 정비 등 수익 다변화를 위한 정책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이 차기 협회장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단순 방어를 넘어 변화한 시장 환경에 맞는 사업 전략과 제도 개선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인선이 인맥이나 상징성보다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물을 가리는 과정이 돼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4월 말로 예정된 절차에서 회원사들은 협회장이 업권의 이해를 어느 수준까지 분명하게 대변할 수 있을지, 또 당국과의 관계 속에서 어느 정도의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를 종합적으로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현재 카드업계는 결제 시스템 운영 효율화와 수익 다변화라는 과제 등 매우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고 본다”며 “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업권의 정당한 권리를 분명히 대변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적격비용 재산정=카드사가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율을 결정하기 위해 원가 구조를 다시 산정하는 절차다. 3년 주기로 이뤄지며 인건비·마케팅비·조달비용 등을 반영해 수수료 인하 또는 유지 여부가 결정된다.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의 약자로 특정 기업과 카드사가 제휴해 발급하는 카드다. 고객 데이터와 브랜드 충성도를 기반으로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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