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만 17세 이하 소년병으로 징집됐던 참전용사들과 그 유족들이 당시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를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22년 11월 왼쪽부터 박태승 씨, 고(故) 장병율 씨, 장성곤 씨, 하경환 변호사가 찍은 사진.
한국전쟁 때 만 17세 이하 소년병으로 징집됐던 참전용사들과 그 유족들이 당시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를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전쟁에 소년병으로 참전했던 박태승(93)씨와 장성곤(93)씨, 고(故) 장병율·하명윤 씨 유족은 이날 대구지법에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국가를 상대로 청구한 위자료는 참전용사 1명당 1억원이다.
이번 소송 원고 4명은 모두 진실규명 결정 대상자 또는 그 유족으로 확인됐다. 1950년 6월 전쟁 발발 당시 만 15∼17세이던 이들은 어린 나이에도 군번과 계급을 부여받고 전장에 투입됐다고 했다. 당시 법적 징집 대상은 만 18세 이상 남성이었다.
고 장병율 씨는 지난 2021년 6월 2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군이 북진하던 시기에 15살 나이로 대구에서 징집됐으며 함경남도 원산까지 끌려가 포화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들은 “당시 병역법에 따르면 만 17세 이하는 징집 대상자가 아니며 병역 의무조차 없었다”며 “대구를 비롯한 경상도 인근 지역에서 장정들을 징집하는 과정에서 17세 이하 미성년자들에 대해서까지 1주일 간의 기초군사훈련만 실시한 채 격전지에 투입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년병들은 위법한 공권력 집행에 의해 청춘을 빼앗겼고 삶이 부서졌으며 많은 희생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 하경환 변호사는 “우리가 요구하는 위자료는 상징적 청구일뿐”이라며 “어르신들이 진정으로 갈망하는 것은 지금이라도 대한민국 정부가 과거의 위법한 강제 징집 과오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고 측은 2024년 7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한국전쟁 중 소년병에 대한 인권 침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위원회는 전쟁 당시 징집된 소년병이 약 3만명이며 자원입대한 사람도 있지만 일부는 유인 징집에 가까웠다고 파악했다.
진실화해위는 “소년병이 국가의 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노력했음에도 국가가 그 공헌과 헌신에 상응하는 별도의 지원 및 예우를 하지 않고 있으므로 소년병의 실질적인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국가에 권고했다. 다만 전쟁 중이던 사건 발생 시기를 감안했을 때 법을 소급 적용하거나 국제 규범을 원용해 위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소년병들에 대한 보상을 적용한 관련법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원고 측과 국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4년 6월 ‘6·25참전 소년소녀병 보상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국회 소관 위원회 상정 단계에서 멈춰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법은 당시 병역 징집 대상 연령이 아님에도 참전한 소년·소녀병 본인과 유족, 이중징집자 등 보상 대상자와 보상금 지급·결정 방법 등의 내용을 담았다.
법안 제안 이유는 “전쟁 발발 당시 병역의무 대상이 아닌 17세 이하의 어린 소년·소녀들이 낙동강 방어선 전투 등에 집중 투입돼 조국 수호를 위해 헌신했다”며 “이러한 희생과 공헌에도 불구하고 그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쟁이 끝난 후 다시 군에 재입대하게 되는 부당한 상황까지 발생했다”고 명시됐다. 박용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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