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신사 주가가 예상 밖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방어주로 분류되던 통신업종이 주요 시장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시장 흐름을 웃돌고 있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통신업종이 단순한 안정주를 넘어, 투자 사이클 종료 이후 이익 회수 국면에 본격 진입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국내 통신사 역시 같은 흐름 속에서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글로벌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과 함께 데이터센터, AI 등 신사업 성장성이 더해지며 재평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5G 투자 끝…“돈 쓰는 산업에서 버는 산업으로”
통신업종의 변화는 5G 투자 사이클 종료에서 시작된다. 이동통신 세대는 통상 7~8년 주기로 교체돼 왔지만, 5G는 최소 100개월 이상 지속되며 역대 가장 긴 서비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6G 상용화가 2029년 이후로 예상되면서 투자 공백 구간도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 안재민 연구원은 19일 “5G 네트워크 구축이 마무리 국면에 진입하면서 대규모 투자 사이클이 끝나고 본격적인 이익 회수기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투자 부담은 빠르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통신 3사의 합산 설비투자(CAPEX)는 2023년 7조원 후반대에서 2025~2026년 6조원 초반 수준으로 낮아지며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5G 단독모드(SA) 도입 역시 소프트웨어 중심 업그레이드로 진행돼 추가 투자 부담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비용 구조도 개선되고 있다. 2018~2019년 집중된 5G 초기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이 마무리되면서 관련 비용이 감소 구간에 진입했다. 투자 감소와 비용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통신사들의 현금흐름은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2026년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약 5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열됐던 가입자 유치 경쟁이 완화되면서 마케팅 비용도 효율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저평가 매력에 데이터센터·AI까지…“통신사의 변신”
이처럼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음에도 국내 통신사들의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주요 선진국 통신사의 평균 EV/EBITDA가 6배 중반 수준인 반면, 국내 통신사는 3~4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동안 정부 규제와 통신사 간 경쟁, 알뜰폰 확산 등이 할인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환경이 완화되면서 저평가 요인이 해소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주환원 정책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통신 3사는 배당성향 40~50%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KT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합친 실질 주주환원율이 1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안재민 연구원은 KT를 업종 내 최선호주로 제시하며 “현금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감안한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사업 성장도 주목된다. 국내 통신사들은 데이터센터(IDC) 시장에서 약 40%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향후 증설과 DBO 사업 확대를 통해 매출 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통신 인프라의 역할 변화도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유안타증권 이승웅 연구원은 “통신 인프라는 단순 데이터 통로를 넘어 AI가 통합된 엣지 컴퓨팅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네트워크와 AI의 결합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글로벌 통신사들은 AI 기반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고 있다. 엔비디아와 T-모바일은 5G 네트워크 기반 AI-RAN 인프라를 구축해 엣지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방식을 시험 중이다. SK텔레콤 역시 관련 생태계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중심으로 쏠린 국내 증시 흐름 속에서 통신주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투자 사이클 종료 이후 이익 회수 국면에 진입한 만큼, 통신 3사의 재평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즈트리뷴=하영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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