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4월11일 '도시농업의 날' 가치 재조명

인류는 인공지능(AI)과 초연결의 시대를 살고 있다. 기술은 우리 삶을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는 자연과 더 멀어졌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흙 한 줌 밟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으며 모든 것이...

4월11일 '도시농업의 날' 가치 재조명

4월 11일은 '도시농업의 날'이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4월)과 흙을 뜻하는 한자 '토(土)'를 연상시키는 11일(十+一)이 만나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옛사람들은 청명(4월 5일) 절기를 두고 "부지깽이만 꽂아도 싹이 난다"고 했다. 죽은 것 같던 마른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딱딱한 땅을 뚫고 새순이 돋는 경이로운 시기에 도시농부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텃밭에 나선다.

한 해의 풍요를 꿈꾸며 씨앗을 심고 모종을 내는 이 행위는 먹거리를 생산을 넘어 생명에 대한 경외를 배우는 의례와도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광주에서는 이 뜻깊은 날을 기념하는 공식 행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도시농업법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모종 나눔과 텃밭 조성 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광주의 도심 속에서는 그 열기가 다소 정적인 느낌이다. 도시농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시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더 폭넓게 마련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류는 인공지능(AI)과 초연결의 시대를 살고 있다. 기술은 우리 삶을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는 자연과 더 멀어졌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흙 한 줌 밟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으며 모든 것이 클릭 한 번으로 집 앞까지 배달된다. 그 과정에서 사람과 자연, 혹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접점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편리함의 대가로 우리는 생태적 감수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

사회학자 레이 올드버그는 현대인에게는 집(제1의 장소)과 일터(제2의 장소)를 벗어나 어떤 의무나 역할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제3의 장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곳은 경제적 지위와 상관없이 누구나 환영받고 편안한 이웃을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의 거점이다. 도시농부들에게 완벽한 '제3의 장소'는 바로 도시텃밭이다.

지역에서도 이러한 문명 전환의 흐름에 발맞춰 자생적인 농생태적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첫째 '광주토종학교'다. 7기 맞이한 이 학교는 생명순환 농사와 소농을 실천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농사 실습 공동체다. 3월 경칩에 시작해 12월 대설까지, 24절기 중 20번의 절기를 함께 공부하며 토종씨앗을 증식하는 농사를 짓는다. 올해는 나주 이슬촌마을에 실습장을 마련함으로써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보다 먼저 도시와 농촌의 연결과 통합을 위한 실험을 시작한 셈이다.

둘째 시민들의 인문학적 토대를 다지는 '농인문학강좌 & 소농의 밥상'이다. 2020년부터 시작된 이 강좌는 벌써 56회차를 맞이했다. 농생태학, 그레잇테이블, 토종씨앗과 토종음식, 교육농, 재능귀촌, 청년농부 등 주제를 통해 농업이 우리 삶과 얼마나 밀착됐는지 알리고 농부의 밥상을 함께 나누며 먹거리의 귀함을 배운다.

셋째 '보자기장'을 꼽을 수 있다. 2018년부터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앞마당에서 열리고 있는 이 장터는 소농들의 자부심이자 도시민들의 즐거운 마실터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얼굴을 익히고 먹거리의 이력을 공유하는 이 시장은 도농 상생의 플랫폼이자 생업농업(농민농업)과 생활농업(도시농업)이 교차하는 뜨거운 현장이다.

우리가 마을마다 텃밭을 만들고 학교 텃밭과 마을을 연결하고 공동체 텃밭(Community Garden)을 도시농업의 거점 공간으로 확대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농업이 가진 다원적 가치(생태적·공동체적·치유적)들이 실현될 제3의 공간이 도심 속에 확산될 때 광주공동체가 더 건강해지고 시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도시농업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지 묻는 날이다. 기후위기의 시대, 이제 도시농부는 단순히 취미로 농사를 짓는 사람을 넘어, 탄소중립 사회를 꿈꾸며 회복 탄력성이 높은 도시를 만드는 '기후농부'다.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는 이 작은 행위는 거창한 구호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발코니의 작은 화분 하나, 동네 어귀의 작은 텃밭 한 뙈기에서 시작되는 이 실천이 광주를 생태와 공동체의 도시로 바꾸는 위대한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