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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4만장 사진 한달간 모았다…영상에 담긴 ‘흔적의 탐구’

시골집 마당을 보여주는 영상이 묘하게 특이하다. 사람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빈 무대인데도 마치 구식 영화처럼 화면이 끊기는 듯하다. 1분에 한 장씩 찍은 사진을 한 달 동안 모았고 이를 보통의 속도로 연속 재생하는 것이라고 한다.

4만장 사진 한달간 모았다…영상에 담긴 ‘흔적의 탐구’

에드 엣킨스의 설치 작품 ‘패시브 메크’ 모습. 사진 제공=글래드스톤

시골집 마당을 보여주는 영상이 묘하게 특이하다. 사람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빈 무대인데도 마치 구식 영화처럼 화면이 끊기는 듯하다. 1분에 한 장씩 찍은 사진을 한 달 동안 모았고 이를 보통의 속도로 연속 재생하는 것이라고 한다. 30분 영상에 총 4만 3200장의 사진이 사용됐으니 품도 많이 든 셈이다. ‘패시브 메크(Passive Mech)’라는 이름이 붙은 타임랩스 영상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글래드스톤 갤러리는 영국의 현대미술가 에드 앳킨스의 한국 첫 개인전 ‘원 데이 인 스페이스’(One Day in Space)를 열고 있다. 앳킨스는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영상 작업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공허를 조명해온 미술계 슈퍼스타다. 신작 영상 ‘패시브 메크’를 중심으로 사진, 부조, 프로타주(문질러 본뜨기), 아상블라주(여러 사물을 조합)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진과 현실의 관계, 가족의 기억과 흔적을 탐구한 작품 2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생성과 소멸, 기억과 흔적, 존재와 부존재 등을 풀어냈다. 작가 가족의 시각과 행동을 모티브로 했다. 전시를 계기로 방한한 앳킨스 작가는 “기술이란 과학적인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언어와 문명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표현 방식을 의미한다”며 “그 기술에 따라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어떻게 변주되는지를 살펴보는 작업”이라고 했다.

‘패시브 메크’는 작가가 마당에 골판지 무대를 직접 설치한 뒤 촬영한 영상 작품이다. 작가 딸의 방 창가에 카메라를 두고 1분마다 한 컷씩 창밖 풍경을 기록했다고 한다. 상영 시간은 30분 남짓이지만 영상 속의 계절은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고 특별한 외부 충격 없이 시간의 흐름만으로 무대는 무너진다.

또 촬영한 사진 중 작가가 선별한 사진은 다양한 방식으로 출력돼 전시장에 걸렸다. 서로 다른 액자와 인화 방식은 가정에서 만든 투박한 오브제의 분위기와 미술관의 정교한 형식을 대비시킨다.

침대 시트를 본떠 만든 프로타주 연작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아이들이 등교한 뒤 침대 위에 종이를 덮고 흑연으로 표면을 문질러 주름과 형태를 옮겼다. 침대 시트의 주름은 남지만, 그 위에 누워 있던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이 몸이 남긴 흔적이 존재를 대신한다.

시리얼 과자 상자와 동물 플래시 카드 등 가족의 일상에서 나온 사물을 모아 재구성한 아상블라주 작업도 흥미롭다. 집에서 만들고 놀았던 사물과 구조물은 전시장으로 옮겨지면서 개인적인 기억의 기록이 된다. 앳킨스는 “이번 전시는 시간에 대해 생각하고 사진이라는 매체를 성찰하는 에세이”라고 설명했다.

앳킨스는 영국에서 태어나 덴마크 코펜하겐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PS1(MoMA PS1), 영국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테델릭 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2022년 한국에 진출한 글래드스톤이 청담동에서 한남동으로 옮긴 후 처음으로 여는 개관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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