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의 ‘45조원’ 보상이 우선인가, ‘40조원’의 국가적 리스크를 국민과 기업이 떠안을 것인가.
단순 노사 갈등을 넘어 K-반도체의 명운을 가를 사실상의 ‘라스트 찬스’가 찾아왔다. 삼성전자 노사는 11일부터 12일까지 성과급 재협상을 위한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결과는 21일 총파업 현실화 여부와 삼성전자의 미래 경쟁력을 판가름할 최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은 7일 대표이사 명의로 사내 게시판에 “경영진 모두가 책임있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임직원께서도 우리의 미래 경쟁력이 손실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노조와 대화 의지를 밝혔다. 사측은 앞서 영업이익 10% 이상의 성과급 재원과 특별 포상을 통한 상한선 이상 보상 카드를 제시하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제 시선은 강경 투쟁을 고수해온 노조의 태도 변화 여부에 쏠린다. 노조는 현재 영업이익의 15%인 45조원을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며 DS부문 내 적자 사업부까지 수억원의 보상을 일괄 적용하라는 주장을 편다. 이는 성과주의라는 대원칙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보다. 엄격한 성과 배분이 전제되지 않은 노조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실제 사내에서는 노조 지도부가 ‘반도체 편향 투쟁’에 매몰돼 있다는 내부 비판이 거세다. 디바이스경험(DX)부문과 비(非)반도체 사업 직원들은 “적자 사업부에 거액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며 노조의 독단적인 운영에 피로감을 호소한다.
동시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파업 강행 시 발생할 수십조원의 손실이 결국 자신들의 실리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블라인드 등 사내 커뮤니티에는 성과급 지급이 무산되지 않도록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전면에 나서 실리적 타결을 이끌어달라는 요청까지 쇄도하는 중이다.
사회적 여론 또한 노조의 인당 6억원 성과급 요구를 ‘과도하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파업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분 없는 투쟁은 노조의 입지만 좁힐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후조정마저 결렬돼 18일 간의 총파업이 현실화한다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40조원 넘게 증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기업의 수익 악화를 넘어 국가 핵심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치명적인 리스크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마저 무너질 경우 발생할 재계 ‘최악의 선례’다. 공신력 있는 노동위원회의 중재안조차 외면받는다면, 향후 어떤 노사 갈등도 대화로 해결하기 어려운 악순환의 늪에 빠지게 된다.
노조 지도부는 투쟁의 선명성보다 7만3000명 조합원의 실리, 회사의 미래 경쟁력을 먼저 생각하는 결단을 우선해야 한다. 정부가 마련해준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노조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마침표는 노사의 ‘상생’이어야 한다. 이번 사후조정이 그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부와 경영진이 손을 내민 지금이야말로 노조가 실리적 합의로 화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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