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18일 일본 도쿄에서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은행(BOJ)이 18일 기준금리를 연 1.00%에서 1.25%로 0.25%포인트 올렸다. 1995년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금리로 올라섰다. 하지만 엔화 가치는 오히려 떨어졌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이미 금리를 올리며 긴축 경쟁에 들어간 데다, 추가 인상 속도를 둘러싼 BOJ 내부의 이견까지 드러나며 효과를 반감시켰다.
BOJ는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9명의 정책위원 중 7명의 찬성으로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지난 6월 이후 3개월 만이다. BOJ는 지난 2024년 3월 17년 만에 금리를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끝냈다. 이후 5차례 금리를 더 올렸는데 석 달 만에 추가 인상을 결정한 건 처음이다. 4~11개월 간격을 뒀던 이전보다 긴축 속도를 높였다.
김영희 디자이너
긴축 강도를 더한 배경에는 물가 상승 위험이 있다. BOJ는 결정문에서 고유가와 환율 변동(엔화 약세),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를 물가 상승 압력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기업 간 거래 가격 상승 압력이 소비자물가로 파급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우에다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단기적인 정책의 초점은 2%를 밑돌던 기조적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는 데 있었지만 이제 2%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정책 국면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물가를 끌어올리던 BOJ가 이제는 목표치를 넘어서는 위험을 억제하는 쪽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의미다.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우에다 총재는 “계속해서 정책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물가가 크게 치솟은 뒤 큰 폭의 금리 인상에 내몰리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도 강조했다. 연속 인상이나 한 번에 0.5%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가 상황에 따라 특정한 방식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한 인상 간격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향후 긴축 속도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갈린다. 이번 결정에서 아사다 도이치로와 사토 아야노 위원이 동결을 주장하면서 표결이 7대 2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 인상에 반대한 두 위원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명한 인사들이다. 나카무라 가나코 다이와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두 위원의 반대는 BOJ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우에다 총재의 발언도 시장에 확신을 주지 못했다. “정책 국면 전환” 발언 직후 달러-엔 환율은 156엔대로 내려가며 엔화가 잠시 강세를 보였지만 이내 약세로 돌아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후 6시 기준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57.85엔으로 전날보다 1.21% 상승했다. 나미오카 히로시 T&D자산운용 수석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시장이 우에다 총재의 발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를 방어할 만큼 빠른 속도의 긴축은 어려울 것으로 시장이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긴축도 엔화 강세를 제한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올리고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BOJ의 금리 인상 효과가 미국의 고금리에 상당 부분 상쇄되는 셈이다. 일본이 금리를 올려도 미·일 금리 차가 빠르게 좁혀지기 어려운 구조다.
미·일 동반 긴축에 원-달러 환율도 1380원대에 머물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1원 오른 1383.3원을 기록했다.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했다(원화값 하락).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두 달간 원화 강세가 가팔랐던 만큼 일부 되돌림(환율 상승) 여지가 있다”며 “한은이 이미 두 차례 연속 금리를 먼저 올린 만큼 다음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동결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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