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SK하이닉스가 300단급 초고층 낸드플래시를 적용한 AI PC용 저장장치 공급에 나섰다. 단순히 적층 단수를 높이는 것을 넘어, 그간 서버용에 집중됐던 QLC 기술을 소비자용 SSD까지 본격 확대하며 온디바이스 AI 시대의 '속도'와 '용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자사 최초의 321단 QLC 낸드플래시 기반 SSD인 ‘PQC21’ 개발을 완료하고, 글로벌 IT 기업인 델 테크놀로지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급에 나섰다고 8일 밝혔다. 321단은 현재 업계에서 양산 및 공급이 가능한 가장 높은 단수의 낸드플래시다.
이번 제품은 반도체 미세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적층 단수를 300단 위로 끌어올린 업계 첫 상용화 사례다. 현재 삼성전자가 280단급 V9 제품을 통해 서버용 eSSD 시장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한발 더 나아간 321단 제품을 소비자용(cSSD) 시장에 먼저 투입하며 기술 리더십을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기존 TLC 대비 데이터 저장 효율이 높은 QLC 방식을 채택해, 작은 면적에서도 고용량을 구현해야 하는 노트북과 슬림형 PC 환경에 최적화했다. 이는 온디바이스 AI 구동 시 필수적인 대용량 거대언어모델(LLM)을 기기 내에서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불러오는 데 강점을 갖는다. 그동안 QLC는 저장 용량은 크지만 쓰기 속도와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SK하이닉스는 일부 영역을 고속 SLC처럼 활용하는 'SLC 캐싱' 기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321단 QLC 낸드플래시 기반 SSD 제품 ‘PQC21’ [이미지=SK하이닉스]
업계에서는 이번 제품에 도입된 ‘트리플 스택’ 공법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는 낸드를 세 번에 걸쳐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공정 난도는 높지만 300단 이상의 고지를 선점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반적으로 두 번의 공정을 진행하는 '더블 스택'이 생산성과 원가 면에서 유리하지만, 300단 이상의 초고단 영역에서는 물리적 안정성을 위해 트리플 스택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낸드플래시에서 적층 단수는 원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셀을 수직으로 높이 쌓을수록 칩 면적을 키우지 않고도 저장 용량을 늘릴 수 있어, 웨이퍼 한 장에서 뽑아내는 칩 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최신 고단수 제품은 회로 설계 개선이 병행돼 전력 소비도 낮아지는 경향이 있어, 배터리 효율이 중요한 AI PC 환경에 유리하다.
다만 단수 자체가 곧 경쟁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층이 많아질수록 식각 공정 난도가 높아지고 수율 확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번 SK하이닉스의 321단 제품이 주목받는 이유도 단순히 단수가 높다는 점을 넘어, 이를 안정적인 양산 수율로 구현해 델(Dell)과 같은 글로벌 OEM 납품까지 성공하며 기술적 실체를 증명했다는 데 있다.
시장 전망 역시 밝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전 세계 cSSD 시장에서 QLC 낸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22%에서 2027년 61%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AI PC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고성능·저전력 저장장치에 대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공급을 발판 삼아 차세대 고성능 낸드 솔루션 시장을 선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Tag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