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안하는 음식점업 적용 배제…최소 경영기간·사후관리 강화
李재명 대통령 "주차장이 무슨 가업? 기가 차…대상 확실히 줄이라"
# 제과점업으로 사업자 등록했으나 실질적으론 커피전문점으로 운영하는 업체가 7개 확인됐다. 제과점업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이나, 커피전문점은 공제받을 수 없다. 일부 업체는 완제품 빵을 구입·판매하고 제빵시설이 없는 곳도 있었다.
업무와 관련 없는 부동산을 사업장에 포함해 등록한 4개 업체도 확인됐다. 최대한 공제를 받기 위해, 주택 등 사적 공간도 사업장에 포함하는 식이다.
실제로는 자녀가 운영하면서 고령의 부모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한 업체도 4개 포함됐다. 부모가 가업을 최소 10년 이상 경영해야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점을 노린 것이다.
특히 주차장업은 설치도 비교적 간단하고 설치 이후 단순 유지 관리만으로 운영할 수 있어 부동산 승계 수단으로 이용할 우려가 있다고 정부는 판단했다.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 카페 2곳 가운데 1곳꼴로 가업상속공제 남용 소지가 있는 것으로 정부 실태조사에서 확인됐다. 이에 정부가 실제 빵을 굽지 않는 베이커리나 주차장업 등을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가업상속공제는 가족 등 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한 곳을 '가업'으로 물려받으면 과세표준이 되는 상속재산가액에서 기간에 따라 최대 600억원까지 빼주는 제도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공제 한도가 1997년 1억원에서 시작해 2023년 600억원까지 확대됐으며 25개 업체를 선별 조사한 결과 11개 업체에서 남용 소지가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재정경제부와 국세청은 6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가업상속공제 전반의 현장 실태 및 문제점', '가업상속공제 제도개선 방안'을 보고했다.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 카페 25개 업체 중 44%인 11개 업체서 가업상속공제 남용 소지
국세청이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 카페 25개 업체를 선별해 실태 조사한 결과 44%인 11개 업체에서 가업상속공제 남용 소지가 발견됐다.
가업상속공제는 피상속인(사망자)이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중견기업을 상속인이 승계한 경우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재산에서 공제하는 제도다.
공제 한도는 가업 영위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300억원, 20년 이상은 400억원, 30년 이상은 600억원이다.이들 업체 가운데 가업 영위 기간이 최소 15년인 백년 소상공인, 30년인 백년가게 등 다른 제도와 비교할 때 10년이 짧다고도 인식했다.
이에 세제 개편을 담당하는 재정경제부는 1997년 제도 도입 후 30년이 되는 만큼 제도 전반을 재설계해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가업상속공제 지원 취지에 맞지 않는 업종은 적용 배제를 추진한다. 기술·노하우 이전을 지원하는 제도 취지, 업종 간 형평성 등을 고려해, 지원 타당성이 낮은 주차장업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현장 실태점검과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구체적인 조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베이커리 카페 등 음식점업 중에서 실제 제조하지 않는 음식점업은 공제를 제외할 방침이다. 토지를 이용한 과도한 공제를 방지하기 위해 공제가 적용되는 토지 범위를 축소하고, 면적(3.3㎡)당 공제 한도 금액을 설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부업종이 비(非) 공제 대상 업종인 경우 매출액·자산 사용 비율 등 기준으로 안분해 주업종에 해당하는 자산에만 공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최소 경영 기간인 10년은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사후관리기간인 현행 5년도 높이기로 했다.
재경부 당국자는 "부처 협의, 의견 수렴 등을 거쳐 2026년 세법 개정에서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 가업상속공제 실태 보고에 실소…"삼성도 가업이라 할 판, 최소한 합리성 있어야"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6일 국세청으로부터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악용되는 실태를 보고받고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며 "대상을 확실하게 줄이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도중 임광현 국세청장으로부터 '가업상속공제 실태 조사 결과 및 개선 방안'을 보고받았다.
가업이라 보기 어려운 주차장·주유소 사업으로 공제받거나 사업 유지 의무가 있는 사후관리기간(5년) 직후 폐업하는 경우, 부모가 자녀를 위해 베이커리 카페를 차명으로 운영한 경우 등이 있었다.
보고받는 동안 이 대통령은 몇차례 황당하다는 듯 웃었고, 일부 국무위원들도 한숨을 쉬거나 탄식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 제도라는 게 최소한의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보면서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며 "주차장이 무슨 가업이냐"고 따져 물었다. 또 "부동산 500억 갖고 있으면 주차장 만들어서 좀 하다가 10년 지나면 세금 없이 물려줄 수 있는 것"이라며 "세금 내는 사람이 바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26년 만에 공제 한도가 600배로 늘어난 것을 지적하며 "조금 있으면 삼성전자도 가업이라고 할 판"이라며 "'가업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주차장보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반도체에 특화돼 있어서 더 높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또 매출액과 영업 기간 등 기준이 지나치게 넓고 본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제도가 이렇게 설계된 이유를 묻고는 "시행령을 누가 만들었는지 한번 따져봐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건을 아주 엄격히 해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대상만 하라"며 "최초의 제도 설계 취지에 맞게 정비를 확실하게 하라"고 재정경제부 등에 지시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