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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25조 전쟁 추경', 나랏빚 안 늘린다지만...물가 상승 우려 ↑

정부는 국채 발행 없이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법인세 증가와 증시 활성화로 인한 증권거래세... 반도체 업종의 가파른 이익 성장과 증시 거래대금 급증 덕이다. 지난해 10월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국세수입을 총...

'25조 전쟁 추경', 나랏빚 안 늘린다지만...물가 상승 우려 ↑

미-이란 전쟁에 국제유가 급등...운송비·원자재 상승 유발

정부, 추경 예산 25조 편성...취약계층에 지역화폐 지급

초과 세수로 충당한다지만...위기 대비 재정건전성 낮춰

증권가 "현금성 지원,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직결"

"전체 인플레 압력 가중...추경 반복시 국채 발행 불가피"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준호 기자]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물가 불안이 심화하면서 정부가 25조원의 ‘전쟁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키로 했다. 취약계층에게 지역화폐를 지급해 물가 상승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국채 발행 없이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법인세 증가와 증시 활성화로 인한 증권거래세 초과세수분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추경이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금성 지원은 즉각적이고 강력한 소비를 유발해 식료품, 외식, 의류, 잡화 등 소비자물가 구성 비중이 높은 분야에서 가격 상승폭을 확대시킨다. 나아가 국가부채 상환이나 재정 비축 등 위기 상황에 대응할 여력을 축소시킬 가능성도 있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지난달 27일 배럴당 72.48달러에서 전날 104.49달러로 44.2%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7.02달러에서 92.35달러로 37.8% 올랐다. 사진=페트로넷

국제유가 급등...政 "경제회복 위한 추경 필요"

25일 공식 취임하는 박홍근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은 다음주 25조원 규모의 전쟁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여당은 다음 달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박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중동 상황이 얼마나 장기화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며 “중동 사태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경제 회복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추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지난달 27일 배럴당 72.48달러에서 전날 104.49달러로 44.2%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는 67.02달러에서 92.35달러로 37.8% 올랐다.

국제유가는 거의 모든 산업의 기초 비용이다. 유가가 상승하면 물류·운송비뿐 아니라 전기료와 산업용 연료비도 함께 오른다. 이는 철강·화학·플라스틱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는 연쇄 효과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생산 전반의 비용 구조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게 되고, 소비자 물가 전반이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배달 용기부터 의료 도구까지 일상에서 석유화학 제품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가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각 부처는 수급 우려 품목을 포괄적이고 꼼꼼하게 점검하고, 대체 공급선 등을 세밀히 파악해달라”고 지시했다.

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현금으로 주는 것보다는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해야 골목상권에 돈이 빨리 돌고 경기 순환에 도움이 된다”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면 많이 쓰지만, 부자들한테는 100만원을 줘 봐야 안 쓴다. 어려운 사람들에 돈을 더 많이 지급하는 것은 동정심에서가 아니다. 경제정책상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초과 세수가 없었다면 빚을 내서라도 추경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다행히 이번엔 초과 세수가 있어 빚 내지 않고 하는 추경”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국회예산정책처(NABO)가 발표한 올해 국세수입 전망. 사진=NABO

올해 법인세 4.6조 추가...증시 관련 세수 연 21조 예상

올해 국세 수입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업종의 가파른 이익 성장과 증시 거래대금 급증 덕이다.

지난해 10월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국세수입을 총 396조1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이중 법인세와 증권거래세는 각각 87조5000억원, 5조5000억원이었다.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5년 연간 영업익 추정치는 합산 72조원(삼성전자 32조3000억원, 하이닉스 39조9000억원)이었다. 그런데 실제 이익은 91조원(삼성전자 43조6000억원, 하이닉스 47조2000억원)으로 예상을 20조원 웃돌았다.

김현지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사) 이익 증가분에 세액 공제 등을 제외하고 법정 최고세율(0.25%)을 보수적으로 적용하더라도 지난해 전망치 대비 최소 4조6000억원의 추가 법인세수 증가분이 확보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코스피와 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각각 28조5000억원, 14조4000억원이었다. 지난해 10월 대비 2배가 늘었다.

김 연구원은 "올해부터 시행된 증권거래세율(코스피 0.05%, 코스닥 0.20%)의 개정안을 적용하면 증권거래세 수입은 10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농어촌특별세(코스피 0.15%)까지 포함할 경우 증시 관련 총세수 분은 약 21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타 항목의 변동성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최소 11조원의 실질적인 세수 증분이 확보된다는 계산이다.

왼쪽은 지난해 소비쿠폰 지급 이후 외식물가 상승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비교한 표다. 오른쪽은 물가 구성 비중이 높은 항목별 물가 상승률 기여도다. 사진=DS투자증권

현금 살포, 인플레 압력 가중

표면적으로는 초과 세수를 추경에 활용하기 때문에 정부부채가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에 따르는 기회비용이다.

김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초과 세수는 국가채무 상환을 통한 재정수지 개선이나 미래 경기 하방 리스크 대응을 위한 재정 비축에 활용된다”며 “이번 추가 재정지출은 재정수지의 경직성을 초래해 재정 건전성의 하방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정부 예상과 달리 국채 발행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연말부터 정부가 발표했던 계획은 이미 증시 거래 활성화 등으로 인한 초과 세수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며 “소비 진작 등을 위해 향후 추가적인 재정지출이 발생할 경우 추가 국채 발행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SK증권도 25일 보고서에서 “이번 추경은 가집계된 세수를 기반으로 한다"며 "실제 세수 확정액이 가집계 수치보다 작을 경우 추가 적자국채 발행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짚었다.

증권가는 현금성 지원이 특히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소비쿠폰은 사용처와 사용기한이 제한돼 있어 식료품, 외식, 의류, 잡화, 미용 등 특정 업종에 대한 단기 수요를 집중시킨다. 이는 소비 바스켓 내 포함된 주요 재화 및 서비스의 물가 상승으로 즉각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물가 상승 부담을 덜기 위한 추경이 다시 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낳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소비쿠폰이 지급됐을 때 외식 물가 상승률은 전체 물가 상승률을 1%포인트가량 상회한 바 있다.

김 연구원은 "외식 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을 크게 상회한 점은 정부의 현금성 지원이 유발한 추가적인 수요 압력이 강력하게 작용했음을 의미한다"며 "소비자 물가 구성 비중이 높은 레스토랑 및 호텔, 식품 및 무알콜 음료, 운송 부문에서도 물가 상승 폭이 뚜렷하게 확대돼 전체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추경 카드를 계속해서 만지작거리고 있는 한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추경 의지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반복적으로 가시화될 경우 채권시장의 금리 레벨을 추가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인식과 기대인플레이션율. 사진=한국은행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로 전월 대비 0.1%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내내 2.6%를 유지하다가 처음 상승했다.

이흥후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간 기대인플레이션에 변화가 없다가 이달에 0.1%p 오른 것은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 시점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글로벌 물가 상방 압력 및 국내 비용 상승과 ▲정부의 추경으로 인한 단기 수요 자극이 한꺼번에 맞물릴 수 있는 타이밍이다.

SK증권은 올 2분기를 '경기와 물가, 정책과 유동성 등에서 서로 상충하는 변수들이 동시에 작동하는 불안정한 전환 국면'이라고 판단했다. 한국 경제가 경기를 회복하고는 있지만 이전 같은 회복 속도나 경기 확장세에 진입했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유가 및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체감 물가의 상승은 이어지는 가운데 제한적인 임금 상승 및 고용 환경, 높은 부채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추가 신용 창출 여력의 제한과 부동산 규제 정책 등도 복합적인 심리 요인으로 작용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 2분기 주의해야 할 주요 정치 이벤트는 미국 중간선거, 한국 지방선거"라며 "양 이벤트 모두 재정적자에 미치는 영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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