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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24) 고시제도를 운영해 본 적 없는 독일

현행 로스쿨이 AI시대에 어울리면서 약자에게 유리하고 공정한 방식이 되도록 개선하려면 다음과 같은... 지금은 과거로 회귀할 때가 아니라, AI 시대에 걸맞은 공교육의 혁신과 법조인 양성 체계의 내실화를 위한...

(24) 고시제도를 운영해 본 적 없는 독일

지난 11일 대통령실이 로스쿨과 별도로 연간 50~150명의 법조인을 선발하는 시험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독일이 로스쿨을 도입했다가 13년 만에 폐기하고 고시 제도로 돌아갔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독일의 법학교육은 변호사 시험 응시 자격을 법학과 학생에게만 부여하여,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70~80%에 달하고 변호사시험과 대학교육과정이 밀접하게 연계된 양성과정 중심의 제도다. 독일은 이론과 실무를 분리한 ‘2단계 양성’ 로스쿨 제도를 운영하다, 1970~80년대에 이론과 실무를 통합한 ‘1단계 양성’ 로스쿨 제도를 실험했지만 실패한 것에 가깝다.

‘누구나 응시할 수 있는 고시 제도가 취약계층의 사다리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합격가능성이 낮고 장기간의 전업 수험 준비가 필요한 제도는 사교육비, 실패의 위험과 불확실성을 장기간 버틸 수 있는 계층에게 유리할 수 있다. 2009~2025년 사이 독학사, 학점은행제 등 출신은 사법시험(약 5명)보다 로스쿨(약 150명)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저소득층·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수도 로스쿨 측이 많았다.

과거 사법연수생 1인당 5천만 원 이상의 세금이 투입되었음을 생각해보면, ‘고시제도는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되므로 취약계층에게 유리하다’는 식으로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학비를 사회가 부담할지 개인이 부담할지는 정책적 선택이지, 제도의 우열을 가르는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립대 공과대학의 학비가 높아 문제가 된다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처럼 사회가 학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선택할 일이지, ‘이공계 고시’를 별도로 만들고 이 제도의 유지에 막대한 세금을 지원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는 없는 것과 같다. 고시제도는 기회의 사다리를 놓는 것이 아니며 일본 예비시험이 상당기간 증명했듯 많은 비용을 들여 부유층·저연령층·고학벌층에게 유리한 패스트트랙을 제공하는 결과를 만든다.

대학은 지난 2세기 동안 교육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왔다. 로스쿨 제도 역시 공교육인 대학제도의 방식을 사용하여 기계적 기회제공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평등을 추구하며 약자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타난다. 아무런 보장 없이 불확실한 수험 기간을 버텨야 하는 고시 제도는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어 안전망을 갖고 반복 도전할 수 있을때 유리한 ‘창업 도전’과 비슷하다. 고시 폐지의 이유 중 하나가 사교육 과열과 강남 3구 등 특정 지역에 합격자가 편중되었기 때문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행 로스쿨이 AI시대에 어울리면서 약자에게 유리하고 공정한 방식이 되도록 개선하려면 다음과 같은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① 사법연수원, 경찰대, 카이스트와 같이 장학금 지원을 늘려야 한다. ② 석사과정생만 모집하는 현재 방식 대신, 학석사연계과정 50%, 석사과정 50%와 같이 나누어 모집한다. ③ 학석사연계과정은 대학입시 방식으로 모집하고, 석사과정 중 40%는 법학적성시험점수 100%로 모집하고, 40%는 지금과 같이 다양한 요소를 종합하는 수시전형 방식으로 모집하며, 20%는 다양한 경력에 가점을 주어 모집할 필요가 있다. ④ 교육과정을 4년제로 바꾸고, 변호사시험 불합격자가 나아갈 진로를 마련한다. 지금은 과거로 회귀할 때가 아니라, AI 시대에 걸맞은 공교육의 혁신과 법조인 양성 체계의 내실화를 위한 공교육제도의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기원 변호사(법무법인 서린·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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