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학교 전경. (사진=숭실대)
[한국대학신문 김영식 기자] 숭실대학교(총장 이윤재)는 1897년 설립된 대한민국 최초의 근대 대학이자, 1970년 국내 최초 전자계산학과 개설로 한국 IT 교육의 출발점을 만든 대학이다. 내년 개교 130주년을 앞둔 숭실대는 현재 AI를 축으로 대학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며 AI 중심 대학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숭실대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추진하는 ‘AI중심대학’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교육부 대학혁신지원사업 성과평가 S등급, 한국대학신문 대학대상 ‘교육콘텐츠’ 부문 대상 수상 등으로 교육 경쟁력도 인정받고 있다.
■ GPU 기반 신경망 연산… 22년 전 숭실대 연구실서 출발 =
오늘날 AI 산업의 기반이 된 GPU 기반 연산 기술의 초기 연구는 숭실대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숭실대 글로벌미디어학부 오경수·정기철 교수 연구팀은 2004년 국제학술지 ‘Pattern Recognition’에 논문 ‘GPU를 이용한 신경망 구현’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GPU를 신경망 연산에 적용해 최대 30배의 연산 속도 향상을 입증한 것으로, 엔비디아가 범용 연산 플랫폼 CUDA를 공개한 2007년보다 3년 앞선 연구다.
당시 GPU는 주로 게임 그래픽 처리를 위한 장치로 인식되던 시기였다. 게임 분야 전문가였던 오 교수와 신경망 분야 전문가였던 정 교수는 2003년 숭실대에 함께 임용된 이후 약 6개월간 같은 연구실을 사용하며 연구를 진행했다. GPU의 병렬 처리 특성이 신경망 구조와 결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 연구의 출발점이었다.
이와 관련, 정 교수는 “당시 관련 선행연구를 조사했지만 유사 사례가 전혀 없었다”며 “신경망의 데이터 병렬성을 GPU로 옮길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적합한 조합이라고 판단했다”고 회고했다. 연구팀은 당시 최고 수준 GPU였던 ATI 라데온 시리즈를 활용했으며, 이후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된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필요성도 연구 과정에서 확인했다. 해당 논문은 몇 주 만에 실험이 완료됐고, 투고 후 일주일 만에 게재 승인을 받았다.
숭실대 AX 비전 선언문이 낭독되고 있다. (사진=숭실대)
다만 당시에는 AI와 신경망 기술에 대한 회의론이 강했고, 후속 연구로 이어질 환경도 충분하지 않았다. 이 연구 성과는 구글 수석과학자 제프 딘이 2022년 미국 학술지 ‘Daedalus’에서 GPU 기반 딥러닝 초기 사례로 언급하며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이처럼 22년 전 숭실대 연구실에서 시작된 작은 아이디어는 오늘날 AI 시대를 움직이는 핵심 원리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AI 혁명의 초기 단계를 만든 연구 경험은 현재 숭실대가 추진하는 AI 교육 혁신의 배경이자 역사적 자산으로 평가된다.
■ 국가 전략사업 AI중심대학 선정… 8년간 240억 원 투자 =
숭실대는 과기정통부와 IITP가 올해 처음 도입한 AI중심대학 사업에서 7개 선정 대학에 포함됐다. AI중심대학 사업은 기존 SW중심대학 사업을 고도화한 국가 전략사업으로, 대학 교육체계를 AI 중심으로 전환하고 산업 수요에 대응하는 전문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이번 선정으로 숭실대는 2026년부터 2033년까지 8년간 총 240억 원 규모의 정부 지원을 받는다.
숭실대는 ‘AI 옴니버시티(Omniversity), AI로 모든 배움을 연결하다’를 슬로건으로 5대 추진전략을 마련했다. 피지컬(Physical) AI 등 신기술 수요에 대응하는 AI 전공교육 혁신, 전 대학 차원의 AX 융합교육 확대, 전교생 대상 AI 기초교육 강화, 대학 간 공동 프로그램 운영, 글로벌 협력 기반 교육 고도화가 5대 전략의 핵심이다.
사업에는 컴퓨터학부, 소프트웨어학부, AI융합학부, 글로벌미디어학부, 전자정보공학부 IT융합전공, AI소프트웨어학부 등 6개 학과(부)가 참여한다. 기존 ‘스파르탄SW교육원’은 ‘스파르탄AI교육원’으로 확대 개편되며, Co-op 기반 AI 집중학기제와 AI 교육 인프라 고도화를 통해 실무 중심 교육이 강화된다. AI-SAINT 패스트트랙도 신설해 매년 30~50명의 석·박사급 AI 고급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사업단장인 신용태 교수는 “이번 선정은 숭실대가 차세대 AI 교육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세계적 수준의 AI 전문·AX 융합 인재를 양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숭실대는 개교 130주년이 임박한 시점, 대학 전반의 AI 대전환을 역점 추진하고 있다. (사진=숭실대)
■ “AI는 교실 밖에서 배운다”… 몰입형 Co-op 집중학기제 운영 =
숭실대는 지난해 교육부 ‘AI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 사업 운영대학으로 선정된 이후 기업과 대학을 연결하는 실전형 교육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몰입형 Co-op 집중학기제’로,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기업과 연계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실제 산업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한다. 기업은 과제를 제시하고 멘토링에 참여하며, 학생들은 현장 경험을 축적한다.
이 과정은 방학이 아닌 정규학기 중 운영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학생들은 하루 3시간씩 주 4일 집중 교육을 받으며 이론·실습·프로젝트를 병행한다. 일부 과정은 기업 관계자와 교수진이 함께 강의하는 팀티칭 방식으로 운영된다. 교육과 채용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는 구조다.
문용 AI 분야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 사업단장(연구·산학부총장)은 “기존 학기 중심 이론 교육만으로는 산업 변화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다. 대학과 기업 간 인력 미스매치의 가장 큰 원인은 교육과 실제 직무 경험 사이의 간극”이라며 “숭실대의 프로그램은 기업이 교육과정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고 인턴십과 취업까지 연결되는 구조가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 AI위원회 신설‧산학협력 확대… 대학 시스템 전반 AI 전환 =
숭실대는 교육·연구·행정 전반의 AI 전환을 총괄하기 위해 ‘AI위원회’를 신설했다. AI위원회는 AI 발전 방향 기획, 산학협력 확대, AI 윤리 정책 수립 등을 담당하며 대학 AI 전략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초대 위원장에는 AI 보안·정책 분야의 권위자인 임종인 고려대 명예교수가 위촉됐다. 숭실대는 학문 융합형 AI 교육 모델과 책임 있는 AI 활용 체계 구축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산학협력 부문에서는 국내 최초 산학협력기관인 ‘기계창 설립’ 이후 이어온 전통 위에 LG유플러스와 협력한 채용연계형 정보보호학과, 현대자동차그룹과 공동 설립한 첨단융합안전공학과 등을 운영하며 산업 수요 기반 학과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AX(Artificial Intelligence Transformation) 비전 선포식에서는 AI 중심 교육·연구·산학협력 비전이 공식 발표됐다. AI 부트캠프 참여기업 15개사와 산학협력 협약, GPU 클러스터 기증식도 진행됐다. 이같이 숭실대는 산업계와 연계한 AI 교육 생태계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AX 비전 선포식에서 숭실대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숭실대)
■ 학생 성과로 이어진 AI 교육 경쟁력 =
숭실대 AI소프트웨어학부 1학년 이정훈 학생은 전국 3,000여 명이 참가한 AI 경진대회 ‘AI TOP 100(CAMPUS)’에서 과기정통부 장관상인 대상을 수상했다. AI소프트웨어학부는 기존 소프트웨어학부와 AI융합학부를 통합해 신설된 학부로, 산업 현장 중심 교육과 융합형 AI 역량 강화를 목표로 운영된다.
이 외에도 정보보호학과 학생들은 세계 최대 해킹대회 ‘DEFCON 33 CTF’에서 우승했다. 글로벌통상학과 학생들은 AI 기반 관세 분석 연구로 공모전 대상을 받았으며, 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 학생팀은 AI 기반 물류 최적화 솔루션 분야에서 수상하는 등 다양한 전공에서 성과를 냈다. 대학 차원에서는 교육부 대학혁신지원사업 성과평가 S등급, 한국대학신문 대학대상 ‘교육콘텐츠’ 부문 대상 등을 수상하며 교육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이윤재 총장은 “AI는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숭실의 대답은 교육”이라며 “전자계산학과에서 시작된 IT 교육의 역사 위에 AI 중심 교육 혁신을 더해 대한민국 AI 시대 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숭실대는 개교 130주년을 앞두고 AI 전문인재 육성과 산업 연계 실무 중심 교육 혁신, 대학 시스템 전반의 AI 전환을 추진하며 ‘AI Native Soongsil’, 즉 ‘AI로 작동하는 대학’으로의 대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