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대 전경. (사진=루터대)
[한국대학신문 김소현 기자] 교육부가 2023년부터 대학 AI 교육 전환을 국정과제로 삼고 '디지털 혁신 공유대학' ‘학사 유연화’ 등 관련 정책을 잇달아 쏟아내는 가운데, 인문·사회계열 중심의 소규모 대학들도 더 이상 AI 전환의 방관자로 남아 있기 어렵게 됐다. 교육부는 올해 상반기 ‘대학 디지털 전환 촉진 계획’을 통해 전 계열 대학에 AI 기초 역량 교육 편성을 사실상 권고했으며, 전문대·소규모 일반대의 AI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컨설팅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단과대학 수준의 소규모 종합대학이 어떤 방식으로 AI 교육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사회복지, 상담심리, 언어치료, 신학. 이름만으로는 인공지능(AI)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전공들이다. 그러나 경기도 용인특례시에 자리한
루터대학교(총장직무대행 김옥진)
는 ‘휴먼케어’ 전공 특성을 강점으로 삼아 AI 융합 교육의 새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공계 학과도, 대규모 연구 인프라도 없지만, 루터대는 오히려 ‘사람을 돕는 전문가에게 AI가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2025년 대대적인 AI 혁신 로드맵을 가동하고 있다.
루니버스(Luniverse), 학습과 역량을 연결하다
= 루터대는 AI 융합 교육 혁신의 기반이 되는 디지털 학습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학습관리 플랫폼인 루니버스(Luniverse)를 중심으로 학습관리시스템(LMS)과 학생 역량관리 시스템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 루니버스는 원격 수업, 출결, 비교과 활동, 학생 역량 및 성장 이력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학생 개개인의 학습 과정과 성장 데이터를 연계해 보다 체계적인 학사·진로 지원이 가능하도록 운영되고 있다.
대학은 2025학년도 루니버스 시스템 통합 기능 고도화를 통해 맞춤형 학사·진로 상담 서비스를 본격 도입·운영했다. 또한 학생의 학습 이탈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지원하기 위한 조기경보(Early Warning System) 체계도 연계 운영하고 있다.
교수자 역시 루니버스를 활용해 학생의 학습 참여 현황과 역량 성장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학습 지도와 상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루터대는 데이터 기반 학생 성과·역량 관리 체계도 함께 구축하고 있다. 학습활동, 비교과 참여, 역량 진단 결과 등을 기반으로 학생 역량관리 대시보드를 고도화하고, 주간 리포트와 개인별 역량맵을 제공함으로써 학습·진로·비교과 영역 전반에 걸친 촘촘한 학생 맞춤형 지원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 스스로 자기주도적 성장 경로를 설계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학습환경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
수업을 듣는 루터대 학생들의 모습. (사진=루터대)
‘H-AI CARE 교과목’… 상담·복지·치료 현장과 AI를 잇다
= 루터대 AI 혁신의 핵심 콘텐츠는 ‘H-AI CARE 교과목’이다. 사회복지, 상담심리, 언어치료, 신학 등 각 전공의 특성을 반영한 AI 융합 교과목을 신규 개발하는 해당 사업은 단순히 AI 개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전공 현장의 문제를 AI 솔루션으로 해결하는’ 실전형 학습 모델을 지향한다.
교과목 설계는 학부별 요구조사와 산업계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신학 캡스톤디자인 △상담과 인공지능 △사회복지실천기술론 △AI 시대의 돌봄철학 △AI 시대의 공감적 스토리텔링 등을 신설, 지난해 12월 완료했다. 전공 교수와 현장 전문가, IT 전문가가 협업해 커리큘럼을 공동 개발한 결과다. CARE 현장(상담·복지 등)의 실제 문제와 AI 솔루션을 연결하는 학습 모델을 갖춰 2027년 2월까지 단계적으로 교과목을 개설, 확대·완성할 예정이다.
나아가 대학은 ‘CARE-AI 세미나’를 통해 교양·전공·비교과를 연계하는 융합 교육 생태계를 조성한다. 학생들은 전공 교과에서 다룬 사례를 CARE-AI 세미나에서 AI 도구로 재분석·재해석하고, 그 성과를 교양·전공 커리큘럼 개선 자료로 환류한다. 또한 결과물을 학기 말 성과발표회와 워크숍 운영을 통해 산업계가 제공하는 실제 데이터를 활용한 학습 현장성도 강화할 방침이다.
전교생 ‘AI 리터러시’ 교양 신설… AI 시대의 기초 소양 갖추기 =
전공별 심화 과정과 함께 대학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AI 리터러시’ 교양 교과목도 신설했다. 기존 교양 교과목인 ‘디지털 리터러시’와 연계해 AI 기초 지식을 익히고, 이를 CARE 분야 케어 사례에 적용하는 심화 교양 ‘CARE-AI 세미나’까지 이어지는 단계적 교과 매트릭스를 설계했다. ‘교양(기초) → 전공(응용) → CARE-AI 세미나(심화) → 비교과(확장)’의 흐름으로 학생이 AI를 점진적으로 내면화할 수 있도록 구조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루터대는 졸업생들이 현장에서 AI 도구를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인간 중심 AI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체계 전반을 재설계하고 있다.
AI 융합 교육의 확장… 산학 연계와 구성원 역량 강화
= 루터대의 AI 혁신은 교과목 개발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학은 휴먼케어 분야 산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현장 전문가가 교육 과정에 참여하고, 실제 현장 데이터를 학습 자료로 활용하는 산학연계 모델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현장에서 필요한 AI 활용 역량을 교육 과정 안에서 미리 익힐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교원과 직원 등 구성원의 디지털 역량 강화도 함께 추진한다. AI 교육 도구 활용 연수와 디지털 역량 워크숍을 운영하고, AI 기반 행정업무 효율화 시스템도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대학은 이 과정을 통해 구성원 전체가 AI 변화에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돌봄 전문가 + AI’… 현장 중심 AI 교육 설계
= AI가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 여겨진 직군이 있는 반면, 반대로 ‘결코 AI가 대신할 수 없다’고 인식된 직군도 존재한다. 사회복지사, 상담사, 언어치료사, 목회자가 대표적이다. 사람의 감정을 읽고, 삶의 맥락을 이해하며, 신뢰 관계 위에서 개입하는 일들은 AI가 흉내 내기 어려운 '인간성의 영역'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은 달라지고 있다. 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이미 AI 기반 수요 예측 플랫폼을 활용해 위기 가정을 선별하고, 상담 기관은 AI 감정 분석 도구를 보조 진단에 도입하고 있다. 병원 언어치료실에서는 AI 음성 분석이 정량적 치료 지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현장이 AI와의 협업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곧 이러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대학 교육도 변해야 함을 의미한다.
루터대의 시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AI를 ‘테크놀로지의 문제’가 아닌, ‘사람을 더 잘 돌보기 위한 수단’으로 재정의하고, 이를 교과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공계 없는 소규모 대학이라는 제약은 오히려 ‘기술 중심’이 아닌 ‘현장 중심’의 AI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됐다.
소규모 대학이라는 인적·재정적 한계 속에서도 루터대는 학생과 교수, 현장 전문가가 함께 배우고 실험하는 환경을 조성해 가고 있다. 화려한 첨단 인프라 대신 전공의 특성과 현장의 필요를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접근이 작지만 내실 있는 AI 교육 사례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김옥진 총장 직무대행은 “우리 대학의 강점은 ‘사람을 이해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있다”며 “AI는 인간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정교하게 돌볼 수 있도록 돕는 도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회복지사가 AI를 활용해 위기 아동을 더 빠르게 발견하고 상담사가 AI 분석을 기반으로 보다 정밀한 개입 전략을 설계하는 것, 이것이 루터대가 지향하는 AI 융합 교육의 모습”이라며 “이공계 중심 대학이 아니어도 충분히 AI 혁신을 만들어 갈 수 있으며, 오히려 ‘사람 중심’이라는 우리 대학만의 철학이 AI 시대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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