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인도 안 했어도 D/O 사본 줬다면 배상해야
해상운송 개시 전 상법 제797조 책임제한 적용 부정
1. 도착지 운송주선인의 마스터 화물인도지시서 사본 교부와 손해배상책임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4다270860 판결
가. 사실관계
미국 법인인 원고는 한국 수입업자(소외 1 회사)에게 호두를 두 차례(제1물품 4만2,000파운드, 제2물품 2만5,000파운드) 수출하면서 대금 수령 전 선하증권을 교부하지 않는 방식으로 약정하였다. 도착지 운송주선인인 피고 1 회사는 소외 1 회사의 요청에 따라 마스터 화물인도지시서 사본을 대금 확인 없이 교부하였고, 제1 물품은 보세창고에서, 제2 물품은 터미널에서 대금 미지급 상태로 반출되었다. 피고 2는 피고 1 회사의 대표이사이다.
나. 법원의 판단
원심은 제2 물품에 관한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였으나, 제1 물품에 관하여는 기각하였다. 원심은 제1 마스터 화물인도지시서 사본이 피고 1 회사 명의의 자가운송 신청과 보세창고로의 보세운송에만 이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제1 물품이 보세창고에 보관된 이상 운송인(소외 2 회사)과 보세창고업자 사이에 묵시적 임치계약이 성립하여 운송인의 지배가 계속된다고 보았다. 보세창고업자가 마스터 화물인도지시서 사본만 확인하고 화물인도지시서 확인 없이 소외 1 회사에 화물을 출고한 것은 보세창고업자의 독자적인 행위이므로, 피고들이 제1 물품 반출에 관여하거나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원고가 승소한 제2 물품 부분은 원심의 판단을 원용하였으나, 원고가 패소한 제1 물품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① 마스터 화물인도지시서의 수하인·통지처가 피고 1 회사(운송주선인)인 이상 이는 수입업자에 대한 화물인도서류가 될 수 없다. ② 도착지 운송주선인인 피고 1 회사는 소외 1 회사로부터 하우스 선하증권을 교부받아 대금 지급을 확인한 후 화물을 인도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보세창고업자는 그 의무 이행의 보조자 지위에 있다. ③ 피고 1 회사가 대금 확인 없이 마스터 화물인도지시서 사본을 교부한 관행이 있었고, 이것이 제1 물품의 보세창고 무단 반출을 가능케 한 원인이 되었으므로, 피고들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다. 평석
이 판결은 도착지 운송주선인의 의무 범위와 마스터·하우스 화물인도지시서의 기능적 구별을 명확히 하였다. 원심은 보세창고업자가 독자적으로 화물인도지시서 확인 없이 물품을 출고한 것이므로 피고들이 물품 반출에 관여하거나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판단하지 않고 피고들의 책임을 부정하였으나, 대법원은 마스터 화물인도지시서 사본을 교부한 행위 자체가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고 보아 책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도착지 운송주선인이 선하증권 소지인이 아닌 자에게 운송물을 인도하면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는 기존 법리를 ‘사본 교부에 의한 간접적 원인제공’에까지 확장 적용하였다.
2. 해상운송인 책임제한 규정 적용 범위
대법원 2025. 11. 13. 선고 2025다211111 판결
가. 사실관계
E사는 미국 소재 F에 로봇 암 20대를 수출하면서 복합운송인 피고 B에 운송을 의뢰하고, 원고(보험자)와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 B는 인천~부산 육상운송을 주식회사 G에, 부산~미국 해상운송을 피고 D(해상운송인)에 하도급하였다. 주식회사 G는 피고 C에 육상운송을 재위탁하였으며, 피고 D는 이 사건 화물의 운송을 위해 필요한 컨테이너를 컨테이너 보관회사에서 인수하여 제공하였다. E사는 피고 B에게 화물을 영상 18도(℃)로 운송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피고 D 직원이 컨테이너 보관회사 직원에게 온도를 영상 18도가 아닌 영하 18도로 설정할 것을 잘못 요청하였고, 피고 C 직원은 2022. 9. 16. 이 사건 화물이 적입된 컨테이너의 온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육상운송을 하였다. 그 결과 화물은 약 5일간 냉동 상태에 놓여 손상을 입었다.
나. 법원의 판단
원심은 피고들의 과실 경합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보아 피고 B에 채무불이행책임, 피고 D·C에 사용자책임을 인정하고, 피고들의 책임은 부진정연대관계에 있다고 판단하였다. 화주 E의 과실을 반영하여 책임을 제한하였다. 피고 D에 관하여는, 컨테이너 제공 및 온도 설정이 해상운송의 수령·보관 행위의 일부에 해당한다고 보아 상법 제795조 제1항 및 제797조 제1항을 적용하여 피고 D의 책임을 제한하였다.
대법원은 피고 D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상법 제797조의 책임제한 규정은 ‘해상운송 도중 또는 해상운송과 밀접 불가분하여 사실상 해상운송의 일부로 평가되는 부분’에서 운송물의 멸실·훼손 또는 연착이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는 해석원칙을 제시하였다. 이 사건 사고는 인천항에서 부산항으로 향하는 육상운송 도중 발생하였으므로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나아가 ① 피고 D이 육상운송에 앞서 컨테이너를 제공한 것은 해상운송인으로서 운송물을 수령하거나 보관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② 컨테이너 온도를 잘못 설정한 것은 해상운송에 수반되는 고유한 위험으로 볼 수 없으며, ③ 화물이 부산항 피고 D의 터미널에 반입된 후 손해가 확대된 것은 책임제한 참작사유에 불과하고 이로써 피고 D이 해상운송을 개시하였다거나 해상운송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다. 평석
이 판결은 복합운송에서 상법 제797조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한정한 중요한 판례이다. 원심은 리퍼 컨테이너 제공 및 온도 설정을 해상운송상 수령·보관 과정의 일부로 파악하였으나, 대법원은 사고 발생 장소(육상운송 구간)와 행위의 성격(해상운송 개시 전 사전 준비)을 기준으로 이를 부정하였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은 향후 복합운송에서 해상운송인 책임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기능할 것이다.
3. 국제 선하증권의 준거법 분할 지정과 외국법 흠결시 조리 적용
춘천지법 강릉지원 2025. 3. 11. 선고 2022가합31064 판결
가. 사실관계
원고(한국 법인)는 캐나다에서 석유 코크스 3만3,000톤을 수입하면서 피고(홍콩 법인, 기선 C의 등록선주)가 용선해 준 선박으로 운송하였다.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영국법 준거법 조항이 용선계약을 통해 편입되어 있었고, 이면약관 제2조(지상약관)는 선적지국인 캐나다의 해상책임법이 적용된다고 규정하였다.
선박은 2022. 7. 6. 출항 직후 선미관 베어링 고온 알람이 발생하였고, 주기관이 정지되어 항해불능 상태가 되었다. 피고는 2022. 7. 17. 공동해손을 선포하였다.
나. 법원의 판단
법원은 국제사법 제45조에 근거한 당사자자치 원칙에 따라 준거법 분할을 인정했다. 선하증권의 일반적·전체적 준거법은 영국법이지만, 운송인의 책임(감항능력 주의의무 등)에 관한 특정 영역은 지상약관에 따라 선적지법인 캐나다 해상책임법이 적용된다고 보았다. 구상권 행사와 관련하여 영국법의 구체적 자료가 부족하자, 법원은 대한민국 상법(제870조)을 조리로서 적용하고, 영국법과 캐나다법의 헤이그-비스비 규칙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영국법을 보충 유추하여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영국법의 “불감항성이 입증되면 감항능력 주의의무를 이행하였다는 입증할 책임은 선주에게 있다”는 원칙을 캐나다법 해석에 유추적용하여, 이 사건에서 원고가 불감항 상태를 입증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입증하지 못해 피고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다. 평석
법원은 국제 해상운송에서 빈번한 준거법 분할 합의의 실무적 효력을 확인하였다. 특히 ‘전체 준거법’과 ‘책임에 관한 지상약관’이 충돌할 때, 이를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따른 적법한 분할 지정으로 해석하여 계약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또한 외국법의 존재가 불분명할 경우 유사한 법체계를 가진 제3국 법(영국법)을 유추하거나 대한민국 상법을 조리로 활용하는 등 실질적인 분쟁 해결 기준을 제시했다. 특히 감항능력 입증책임 전환과 관련하여, 불감항성이 입증되면 이후 주의의무 이행의 입증책임이 선주에게 전환된다는 영국법 법리를 캐나다법 해석에 유추적용한 점은, 외국법 흠결 시 유사 법체계를 보충 유추하는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한 것으로 실무적으로 중요하다.
4. 운송 계약 당사자 판단 기준
서울중앙지법 2025. 7. 9. 선고 2023가단5490653 판결
가. 사실관계
원고(해상운송인)는 피고(운송주선인, 상호명 ‘C’)가 원고의 전산망을 통해 화주 ㈜D의 해상운송을 예약하고 운임을 직접 지급한 후 해당 화물의 운송을 완료하였다. 그러나 수하인이 화물을 수령하지 않아 원고 소유의 컨테이너 28대가 양하항에 약 1년 9개월간 보관되었다가 화물 폐기 후 반환되었다. 원고가 피고를 이 사건 운송계약의 당사자로 보아 컨테이너 체화료 지급을 청구하자, 피고는 화주 ㈜D를 단순 대행하여 예약한 것에 불과하고 자신은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항변하였다. 이 사건에서 운송장 송하인란에는 ㈜D가 기재되어 있었으나, 원고의 전산망 예약내역상 화주란에는 ‘C’(피고)가 기재되어 있었다.
나. 법원의 판단
법원은 ① 피고 명의로 예약하고 직접 운임을 지급하였으며, ② 화물운송장의 송하인란에 반드시 계약 당사자만 기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③ 피고가 통관·운송 관련 업무 전반을 주도하였으며, ④ 원고가 피고 앞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고 피고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피고가 자신의 명의로 원고와 이 사건 운송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임이 인정하였다.
다. 평석
이 판결은 예약 주체 및 운임 지급 주체라는 실질을 기준으로 계약 당사자를 확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법원이 해상화물운송장의 송하인란 기재보다 운송예약 실무(예약자, 운임 지급자)를 우선한 것은 거래 실질을 중시한 타당한 판단이다.
5. 준거법 부분지정 및 보험자대위의 준거법
서울중앙지법 2025. 6. 11. 선고 2023나12172 판결
가. 사실관계
원고(보험자)와 E(화주)는 배터리 포장지의 해상운송에 관하여 협회적하보험약관(ICC-A)을 적용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약관 제19조 및 보험증권에는 “일체의 전보청구 및 결제에 한하여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른다”고 규정되어 있어 영국법은 보험자의 책임에 관한 사항에 한정하여 부분 지정되었다. 이 사건 화물은 부산항에서 선적된 후 중국 상하이항으로 운송되는 도중 고박 불량으로 손상되었다.
나. 법원의 판단
준거법에 관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은 “일체의 전보청구 및 결제”에 한하여 영국법을 적용하기로 하였으나 전보 청구 및 결제와 그로 인한 대위권 행사는 별개의 권리이므로, 보험자대위에는 영국법이 아닌 보험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한국법이 적용되어 대한민국 상법 제682조 제1항에 따른 보험자대위가 인정되었다.
다. 평석
이 판결은 보험계약의 준거법 부분지정과 보험자대위의 준거법을 구별한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법원은 이 사건 보험계약이 ‘일체의 전보청구 및 결제’에 한하여 영국법을 지정하고 있으므로, 보험자대위에 따른 채권 이전의 법률관계는 보험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한국법에 따른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영국법에 따른 명시적 소권 양도 없이도 한국 상법 제682조에 의한 당연대위가 인정되는 결론에 이르므로, 한국 보험자가 영국법상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대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실무적 의미를 가진다.
6. 선하증권 이면약관상 전속적 국제재판관할합의의 합리적 관련성 요건 및 제척기간의 묵시적 연장
부산지법 2025. 5. 15. 선고 2024가단327700 판결
가. 사실관계 요약
원고(한국 운송주선인)는 화주 F의 의뢰로 피고 본사(스위스 해상운송인)에 부산~케냐 몸바사 운송을 의뢰하였다. 피고 지사(피고 본사의 한국 대리점)가 예약 실무를 처리하였다. 이 사건 선하증권 이면약관에는 영국법 준거법 및 영국 런던고등법원 전속관할 조항(약관 제10.3조)과 운송물 인도 후 1년의 제소기간 조항(약관 제10.2조)이 포함되어 있었다. 피고 본사의 케냐 대리점은 2023. 5. 19. 위조된 선하증권을 교부받고 이 사건 화물을 성명불상자에게 인도하였다. 화주 F가 원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관련 소송)을 제기하였고, 피고 본사는 원고 측으로 보조참가하여 조정절차에 적극 참여하면서 조정안을 직접 제시하기도 하였다. 원고는 관련 소송 조정이 합의불성립으로 종결된 후 2024. 5. 21.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나. 법원의 판단
전속적 관할합의에 관하여, 법원은 선하증권 이면약관이 이 사건 운송계약에 편입되었으나, 이 사건이 영국과 합리적 관련성을 갖지 못한다는 이유로 영국 런던고등법원을 전속 관할로 지정한 합의를 무효로 판단하였다. 당사자와 분쟁 내용(한국 부산항 출항, 한국 법인 대리점이 예약 처리)이 영국과 실질적 관련이 없어 준거법이 영국법이라는 점만으로는 합리적 관련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제척기간에 관하여, 법원은 ‘인도되어야 할 날’을 양하일(2023. 5. 2.)로부터 15일 후인 2023. 5. 17.로 보아 제척기간이 2024. 5. 19.에 만료되었으나, 피고 본사가 관련 소송 조정절차에서 조정안을 직접 제시하는 등 적극 참여하는 과정에서 제척기간이 경과하였으므로, 상법 제81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묵시적 제척기간 연장합의가 있었다고 보았다.
다. 평석
이 판결은 전속적 국제재판관할합의의 “합리적 관련성” 요건과 제척기간의 묵시적 연장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법리를 다루고 있다. 준거법이 영국법이라는 점만으로는 영국 법원과의 합리적 관련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판단은, 준거법과 관할은 다르다는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다.
묵시적 제척기간 연장에 관하여는, 대법원 2022. 6. 9. 선고 2017다247848 판결을 적용하여, 당사자들이 실질적인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척기간이 경과한 경우 신의칙상 연장합의를 인정하는 법리를 확인하였다.
7. 운송주선인에 대한 대리권 수여 표시와 표현대리 판단 기준
부산지법 2025. 11. 19. 선고 2024나67153 판결
가. 사실관계
원고(운송주선인)는 피고(위생용품 수입업자)가 해외 업체로부터 화물을 수입하면서 G에게 교부한 전자 화물인도지시서를 소지한 G로부터 의뢰를 받아, 해상운송비용 및 통관비용을 대납하고 내륙운송비를 지출하며 화물을 피고가 지정한 장소까지 배송 완료하였다. 원고는 피고 앞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고 피고는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피고는 G에게 원고와 계약을 체결할 대리권을 수여한 사실이 없으며 G는 단순히 자신의 심부름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대금 지급을 거부하였다.
나. 법원의 판단
법원은 G에게 실제 대리권이 있었다는 점의 증명이 없다고 하면서도, 민법 제125조에 따른 표현대리 책임을 인정하였다. 국제해상화물 운송에서 화물인도지시서는 도착항에서 화물을 인도받을 수 있는 자격을 표상하는 서류이므로, 이를 소지한 자를 화주 또는 화주의 대리인으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핵심 근거로 삼았다. 피고가 G를 통해 화물인도지시서와 사업자등록증 등을 교부한 행위가 대리권 수여의 묵시적 표시에 해당하고, 원고는 G에게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할 대리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한 데에도 과실이 없다고 보았다. 또한 원고가 피고 앞으로 세금계산서를 세 차례 발급하였음에도 피고가 이에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도 표현대리 성립을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고려되었다.
다. 평석
이 판결은 화물인도지시서의 교부가 표현대리에서 ‘대리권 수여의 표시’로 기능할 수 있음을 인정한 점에서 주목된다. 국제해상화물 운송에서 화물인도지시서는 화물에 대한 처분 권능을 표상하는 서류로서, 이를 제3자에게 교부하는 행위는 화물 처리에 관한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법원은 이를 민법 제125조의 ‘서류를 교부하는 방법으로 대리권 수여의 표시’로 파악하였다. 이는 화주가 포워더에게 화물인도지시서를 교부하는 경우 포워더의 행위에 대한 표현대리 책임을 부담할 수 있음을 의미하므로, 화주는 포워더를 통한 화물 처리 과정에서 대리권의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하여야 한다.
8. 복합운송에서 손해 발생 구간 불명 시 제척기간 적용 판단 기준
서울남부지법 2025. 10. 17. 선고 2024나69935 판결
가. 사실관계
원고는 피고(복합운송주선인, 상호 ‘C’)와 인천에서 중국 청도까지 1박스당 162위안으로 운송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총 23개 박스의 화물을 위탁하였다. 해상운송 후 중국 내 육상운송으로 청도까지 배송하는 복합운송 방식이었다. 피고는 1차로 13개 박스를 운송하여 인도하였으나, 2022. 8.경 도착될 것으로 예정된 2차분 10개 박스(이 사건 물건)는 중국 세관에 압류되었다고 주장할 뿐 현재까지 그 정확한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나.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이 사건 운송계약이 해상운송과 중국 내 육상운송이 결합된 복합운송계약이고, 이 사건 물건의 손해 발생 구간이 불분명하다고 보아 상법 제816조 제2항에 따라 운송거리가 가장 긴 해상운송구간에 적용되는 규정, 즉 해상운송 관련 규정을 적용하였다.
상법 제814조 제1항에 따른 1년의 제척기간을 적용하면서, 피고가 2022. 11. 14.경 ‘11월말 12월초까지 해결해 주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에 비추어 이 사건 물건의 ‘인도할 날’을 아무리 늦게 보아도 2022. 12. 초경이라 할 것이고, 원고가 그로부터 1년이 훨씬 경과한 2023. 12. 30.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제척기간이 도과하였다고 판단하여 소를 각하하였다. 한편, 법원은 피고의 ‘해결해 주겠다’는 메시지를 제척기간 연장 합의로 보지 않았다.
다. 평석
이 판결은 앞선 부산지방법원 2024가단327700 판결과 비교하여 대조를 이룬다. 두 사건 모두 제척기간 연장이 문제되었으나,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단순한 ‘해결해 주겠다’는 메시지가 제척기간 연장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앞선 판결에서는 당사자들이 공통의 인식 하에 실질적인 협상을 진행한 경우 묵시적 연장합의가 인정되었다. 이를 통해 제척기간의 묵시적 연장이 인정되려면 단순한 해결 약속을 넘어서는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분쟁 해결 참여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9. 타임바 연장동의의 소멸시효 이익 포기 효력
서울중앙지법 2025. 7. 23. 선고 2024가합77073 판결
가. 사실관계
D사(복합운송주선인)는 화주 C사의 반도체 제조장비를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부산항까지 해상운송한 후, 피고에게 부산항에서 파주 공장까지 육상운송을 하도급하였다. 화물에는 진동계측기가 부착되어 있었고, 피고의 육상운송 도중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진동이 발생하여 화물이 파손되었다. 원고(보험자)는 보험금 지급 후 D로부터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양수하였다. 피고는 4차례에 걸쳐 타임바 연장동의서를 작성해 주었으나, 소제기 후 타임바 연장은 제소기간 연장일 뿐 소멸시효 이익 포기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나.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이 사건 사고가 육상운송 구간에서 발생하였음이 입증되었으므로 상법 제816조 제1항에 따라 육상운송 규정이 적용되고, D가 발행한 복합운송증권의 책임구간(일본 시모노세키~부산항)을 벗어난 구간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동 증권 이면약관의 포장당 책임제한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타임바 연장동의에 관하여, 법원은 이를 제소기간 연장과 소멸시효 이익 포기(채무승인)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타임바 연장을 제소기간 연장으로만 해석하면 소멸시효 완성으로 합의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고, 육상운송인의 소멸시효 규정(상법 제147조, 제121조)은 임의규정이므로 당사자 합의로 연장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 평석
이 판결은 앞의 서울남부지방법원 2024나69935 판결과 대비하여 복합운송 책임 규정의 적용 구조를 보여준다. 손해 발생 구간이 특정된 경우에는 상법 제816조 제1항에 따라 해당 구간(육상운송)의 법이 적용되어 해상운송인의 책임제한 규정(상법 제797조)이 적용되지 않는다. 반면 구간이 불명인 경우에는 제2항에 따라 운송거리가 가장 긴 구간의 법이 적용된다. 복합운송증권(H증권)의 책임구간을 ‘일본 시모노세키~부산항’으로 한정하여, 그 이후 육상구간에서 발생한 손해에는 H증권 이면약관의 포장당 책임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것도 타당하다.
해상운송 관련 분쟁에서는 제척기간(상법 제814조)과 소멸시효(상법 제147조, 제121조)가 중첩적으로 문제될 수 있는데, 법원이 타임바 연장을 양자를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분쟁 해결의 실효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김현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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