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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2008년 금융위기 직전과 유사"…사모대출 불안에 월가 '경고등'

그러나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의 수익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차입매수 대출의 부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과 유사"…사모대출 불안에 월가 '경고등'

월가. 출처=픽사베이

국제유가 급등과 사모대출 시장 불안이 겹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상황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경고가 월가에서 제기되고 있다.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함께 사모대출 부실 우려까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 전반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마이클 하넷 최고투자전략가는 최근 투자자 노트에서 현재 금융시장 흐름이 2007년 중반부터 2008년 중반 사이의 자산 가격 움직임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자산 가격 흐름이 2007년 중반에서 2008년 중반 사이의 가격 움직임과 불길할 정도로 유사하다"며 "월가가 불길하게도 '2007~2008년 유사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글로벌 금융시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실제 국제유가는 2007년 중반 배럴당 70달러 수준에서 2008년 7월 147달러까지 치솟았다. 중국 등 신흥국 수요 증가와 함께 투기적 자금이 유입되면서 원유 가격이 급등했던 시기다.

현재 금융시장 역시 유사한 변수들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가운데 사모대출 시장에서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고물가 속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넷은 현재 시장이 전쟁 장기화 가능성과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사모대출 문제가 금융위기와 같은 시스템적 위기로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정책 당국이 위기 상황에서 금융시장을 지원할 것이라는 믿음 속에 위험자산 투자 포지션이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사모대출 펀드 '환매 제한' 확산

월가에서는 특히 사모대출 시장에서 나타나는 이상 징후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일부 사모대출 펀드에서 환매 제한 조치가 잇따르면서 시장 불안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모건스탠리는 자사의 사모대출펀드 '노스헤이븐 사모 인컴 펀드'의 1분기 환매 한도를 펀드 지분의 5%로 제한했다.

이로 인해 투자자 환매 요청 가운데 절반 수준만 수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를 요구했지만 상당 부분이 제한된 것이다.

미국 대형은행 JP모건체이스는 최근 일부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과 관련된 담보 자산 가치를 내부 기준에 따라 하향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체투자 운용사 클리프워터 역시 330억달러 규모 기업대출 펀드에서 환매 요청이 펀드 지분의 14%까지 몰리자 환매 한도를 7%로 제한했다.

블랙록 자회사 HPS 인베스트먼트도 260억달러 규모 사모대출 펀드의 분기 환매 한도를 5%로 제한했다.

블루아울 캐피털의 경우 운용 펀드 가운데 하나의 환매 구조를 변경한다고 발표하면서 사실상 환매 중단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전 나타났던 유동성 경색의 초기 신호와 유사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불안은 주식시장에도 즉각 반영됐다. 12일ㅇ뉴욕증시에서는 사모대출 시장 우려가 확산되면서 대체투자 운용사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모건스탠리는 하루 동안 4% 넘게 하락했고 아폴로 글로벌매니지먼트와 블랙스톤, 아레스 매니지먼트, KKR 등 주요 대체투자 운용사들도 동반 하락했다.

◆ '탄광 속 카나리아' 경고

사모대출 시장 불안은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성장한 대체금융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글로벌 저금리 환경 속에서 사모대출 시장은 은행 대출을 대체하는 주요 자금 조달 수단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특히 사모펀드들이 차입매수(LBO)를 통해 기업 인수에 나서는 과정에서 사모대출 펀드가 대규모 자금을 공급해 왔다.

최근에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로 소프트웨어 기업 인수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의 수익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차입매수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금리 환경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이자 부담도 크게 늘어났다.

일부 기업들은 현금 대신 채권이나 주식 등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PIK(Payment in Kind)' 방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의 현금흐름이 악화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금융시장 내부에서도 경계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알리안츠그룹 고문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블루아울 펀드 환매 중단 소식을 두고 "이는 지난 2007년 8월과 유사한 '탄광 속의 카나리아' 순간일까"라고 언급했다.

2007년 8월 프랑스 BNP파리바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자산에 투자한 펀드의 환매를 중단한 사건은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조로 평가된다.

◆ '백 레버리지' 구조가 키운 위험

사모대출 시장 리스크는 금융 시스템 구조와도 연결된다. 많은 사모대출 펀드가 투자자 자금뿐 아니라 은행 차입을 통해 대출 규모를 확대하는 '백 레버리지(back leverage)' 구조를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은행이 담보 자산 가치를 낮추거나 대출을 축소하면 펀드의 자금 운용 여력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또한 은행의 리스크 관리 강화는 사모대출 시장의 유동성을 더욱 줄일 수 있다. 투자자 환매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대출 여력까지 축소될 경우 시장에서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 대출 부실 우려로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고, 은행은 대출을 줄이면서 펀드 수익률이 하락하고 다시 투자자 이탈이 가속되는 구조다.

이러한 흐름이 확대될 경우 금융시장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아직 사모대출 문제가 금융 시스템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또 다른 '블랙스완'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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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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