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선대 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1분기 '깜짝 성장'에 해외 투자은행(IB)들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와 견조한 내수 회복세를 근거로 올해 2% 이상 성장할 것이란 낙관론이 우세하다.
다만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암초가 도사린 만큼 낙관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물가·고유가 압박에 따른 내수 침체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수출 호조세와 정부의 추경안 등이 경기하방 압력을 얼마나 상쇄할지에 따라 올해 2%대 성장 유무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김진욱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9%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 역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3.0%로 올려잡았다.
상향 조정의 배경은 전망을 상회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다. 같은날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7%(속보치)나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제시한 전망치(0.9%)와 시장 예상치(0.8~0.9%)를 두배 가량 웃돈다.
AI 열풍 속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가 성장세를 견인했단 평가다. 실제 1분기 수출은 5.1%나 증가했으며, 순수출 기여도(계절조정 기준)도 전기 대비 1.1%포인트(p) 확대됐다. 1분기 성장세에 반도체를 포함한 제조업의 기여도는 55%로 집계됐다.
이처럼 해외 IB에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상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전망을 긍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중동전쟁 여파가 본격 반영되고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한은이 제시한 2% 성장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급등한 국제유가와 글로벌 공급망 충격의 여파는 실물경제 지표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일례로 3월 석유류 가격이 9.9%나 증가했음에도, 소비자물가는 2.2%로 전월 대비 0.2%p 상승에 그쳤다. 반면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3월 수입물가가 16.1%나 급등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높였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1분기 성장률에 중동전쟁의 영향은 크지 않다. 4월부터 나타날 것이라 본다"며 "다만 고유가가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우리 경제에 부정적 커진 것은 분명하다. 불확실성이 워낙 커 예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내수 부문의 침체도 가시화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9.2로, 전월 대비 7.8p나 하락하며, 비상계엄 사태 여파가 잔존했던 지난해 4월(93.6) 이후 1년 만에 비관적으로 돌아섰다. 한국경제인협회 집계한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87.5로, 2개월 연속 80선에 머무는 등 체감경기가 급격히 냉각된 상태다.
이 때문에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반도체 수출 호조에도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제시했고,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망치를 2.1%에서 1.7%로 0.4%p나 끌어내렸다.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특성상 중동전쟁 여파에 구조적으로 더 취약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올해 2%대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 보고 있다. 1분기 깜짝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중동 전쟁으로 인한 물가 충격과 경제심리 위축 등으로 2분기 역성장이 불가피해졌지만, 반도체 중심의 IT 부문 수출 호조와 관련 설비투자 증가세가 지속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의 추경과 경기부양책들도 경기 둔화 압력을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민간소비가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높고, 건설투자 회복도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순수출 기여도도 약화될 것"이라며 "중동전쟁으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확대됐지만, 반도체 수출 호조와 정부 추경이 경제 성장을 지탱해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지정학 충격 속에 에너지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소비·생산 하방 압력이 상존한다"며 "그럼에도 반도체 등 IT 산업 호조로 인한 투자 및 수출 확대가 하방 압력을 상쇄할 수 있다. 올해 연간 성장률은 2% 내외를 전망한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