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코스피의 상승세는 단순한 반등을 넘어 ‘이례적 급등’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2025년 4월부터 2026년 4월까지 한 해 동안 코스피는 약 150% 상승하며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서도 가장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의 S&P 500과 비교해도 상승 폭은 몇 배에 달한다.
2025년 4월부터 2026년 4월까지 한 해 동안 코스피는 약 150% 상승하며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서도 가장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진=뉴스보도화면
2025년 4월 당시 코스피는 약 2,500~2,700선에서 움직이며 비교적 완만한 박스권 흐름을 보였지만, 이후 반도체 업황 회복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기대가 맞물리면서 상승세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26년 4월에는 지수가 6,200선 안팎까지 올라서며 단 1년 만에 전혀 다른 레벨에 진입했다. 일반적인 강세장에서도 연간 두 자릿수 상승이 큰 폭으로 평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흐름은 사실상 ‘슈퍼 랠리’에 가깝다.
이 같은 급등의 중심에는 단연 반도체 산업이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끈 상승은 코스피 전체 흐름을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기업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증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으며 실적과 주가를 동시에 끌어올렸다. 실제로 코스피 시가총액 증가분의 절반 가까이가 이들 반도체 기업에서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은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가 곧 반도체’라는 인식 아래 한국 증시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정책 기대감도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2025년은 유난히 증시 부양과 관련한 정책 신호가 많았던 해다. 금융 규제 완화, 개인 투자자 유입 확대,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 등이 잇따라 거론되면서 시장에는 선반영 심리가 강하게 작용했다. 여기에 글로벌 자금의 시선이 한국으로 향한 점도 중요한 변화다.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로 저평가되던 한국 증시는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국가이자 AI 산업의 수혜국으로 재평가되며 외국인 자금 유입이 뚜렷하게 늘어났다.
다만 이번 상승장이 모두에게 동일한 수익을 안겨준 것은 아니다. 대형주 중심의 ‘쏠림 현상’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린 반면,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상승에 그쳤다. 지수는 크게 올랐지만 체감 수익은 다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피는 오르는데 내 계좌는 왜 그대로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 배경이다.
현재의 상승세를 두고 시장에서는 ‘실적과 기대가 절반씩 섞인 랠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개선이라는 분명한 근거가 있는 한편, 금리 인하 기대와 AI 투자 낙관론 같은 미래 기대도 상당 부분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시장이 여전히 상승 동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조정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의 코스피 흐름은 몇 가지 변수에 달려 있다.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고 AI 투자가 지속된다면 상승 흐름은 완만하게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이 꺾이거나 글로벌 경기 둔화,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시장은 언제든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다. 특히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기술적 조정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AI, 반도체, 전력, 방위산업 등 구조적 성장 산업은 여전히 기회를 제공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업종은 지수 상승과 무관하게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투자자에게 중요한 질문은 “코스피가 오르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오르느냐”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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