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쟁 끝나면 1450원~1550원 안착 전망
실물 경제 타격·美 통화정책도 변수
[디지털데일리 이호연기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시장을 뒤흔들며 원·달러 환율이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3주 안에 이란에서 철수할 것이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종전 기대감으로 환율 급등세는 진정됐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고환율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1600원까지도 환율 상단이 열려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1.6원 내린 1508.5원에 개장했다. 전날 환율은 중동 군사 충돌 격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1540원까지 육박했으나 하락세를 보였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긴장 등 극단적 공포가 환율을 밀어 올렸으나, 이란과의 협상 워딩이 나오며 상황이 반전됐다”며 “향후 미국과 이란의 실제 협상 여부가 환율 향방의 백미”라고 진단했다.
민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조건부 협의가 도출된다면 환율은 전쟁 이전 수준인 1420원대까지 급락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서도 “다만 군사 작전이 확대될 경우 1550원까지는 상단을 열어두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경제 펀더멘탈 자체에는 문제가 없고 은행권의 달러 유동성도 풍부하다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진단에 동의한다”며 “문제는 풍부한 유동성이 현물 시장으로 유입되지 못해 환율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일종의 ‘동맥경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원화 약세 압력이 완화되며 환율이 아래쪽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예상했다.
반면, 박형중 우리은행 연구원은 종전 소식이 들려오더라도 환율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전쟁 과정에서 파손된 원유 생산 시설 복구에 최소 3~6개월이 소요되고, 이란 의회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세 법안이 실행되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환율이 1500원선 아래로 내려오더라도 1400원 후반대에 머무는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환율에는 저성장과 저출산, 잠재성장률 하락 등 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IT·반도체 외 산업의 부진이 종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며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평균 환율을 1420원대로 역대 최고였는데, 올해 연평균 환율은 1400원 중후반대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 연구원은 “주요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달러가 다시 외부로 유출되는 등 수급 불균형 요인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국제 유가보다 거시경제 흐름이 환율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고유가 국면이 장기화되고 미 연준(Fed)의 스탠스 변화로 인해 강달러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시장 안정화 조치 등으로 1600원 선을 터치할 확률은 과거보다 낮아졌으나, 실물 경기 위축과 통화정책 변동성에 따른 상단 돌파 가능성은 여전히 주시해야 할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유가 향방에 따른 구체적인 레벨 전망을 제시했다.
문 연구원은 “유가가 100달러 아래로 안착한다면 환율은 1450~1500원 선에서 움직이겠지만,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환율 상단은 1500~1550원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쟁 확산으로 유가가 130~150달러까지 치솟는 극단적 상황에서는 환율이 1550원 선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종전이나 정전이 되더라도 유가가 즉각 하락하지 않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문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선에서 5~6개월간 고착화된 전례가 있다”며 유가의 하방 경직성을 지적했다.
다만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에도 불구하고 연준이나 한은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이는 공급 측면의 일시적 충격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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