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수급 불균형...해외투자 급증에 196억달러 순유출
지금은 전쟁·고유가·외인 이탈 겹친 복합 충격...1500원대 고착
외국인 30조 순매도·유가 80% 급등...전쟁 후에도 하단 제한
지난 30일 오후 3시 30분 KB국민은행 딜링룸. (사진=KB국민은행)/뉴스후플러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채 고착되는 흐름
을 보이고 있다. 같은 1500원이지만 의미는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 말 환율 상승이 달러 수급 불균형이라는 내부 요인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전쟁과 고유가, 외국인 자금 이탈이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적 위기
다. 단순한 변동성이 아니라 환율 체질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시장에서는 이미 ‘1500원대 환율’이 일시적 고점이 아닌 새로운 기준선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 수급이던 환율, 전쟁이 구조 뒤집어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환율은 1480원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고강도 구두개입에 나설 정도로 시장이 흔들렸고, 올해 1월에도 환율은 다시 1470원대를 넘어섰다.
당시 환율 상승의 핵심은 달러 수급 불균형
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1~10월 거주자의 해외 투자 등으로 외환시장에서 빠져나간 외화 순유출 규모는 196억달러, 약 29조원으로 전년 대비 약 40배 급증했다. 하지만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환율이 상승했음에도 코스피는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고점을 향해 움직였고, 금융시장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되지는 않았다.
상황은 3월 중동 전쟁 이후 급변했다.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돌파했고, 26일(1507원), 27일(1508.9원), 30일(1515.7원)까지 3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서 마감됐다. 장중에도 1510원대에서 등락이 이어졌다.
주간 평균 환율은 1505.62원으로 2009년 이후 17년 만에 1500원대에 진입했다. 월평균 환율 역시 1489원 수준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 중 하나로 올라섰다.
전쟁은 환율 구조 자체를 바꿨으며,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브렌트유는 114.92달러, WTI는 100.54달러까지 상승했고, 두바이유는 3월 들어 전월 대비 82% 급등했다.
실제
호르무즈 해협 마비로 원유 수송이 흔들리면서 달러 수요가 급증했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직접적인 압박
을 받기 시작했다. 고환율과 고유가가 동시에 상승하면서 수입 물가와 경상수지를 동시에 흔드는 구조가 형성됐다.
◇ 외국인 50조 이탈...환율 '뉴노멀' 굳히나
환율 상승을 밀어 올린 또 다른 축은 외국인 자금 이탈이다.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30조2630억원을 순매도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두 달 누적으로는 50조원을 넘어섰다.
하루 2조1335억원 순매도, 8거래일 연속 조 단위 매도 등 이탈 속도도 전례 없이 가팔랐다.
주간 기준으로 환율은 단 한 차례도 1500원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고, '1500원 고착' 흐름
이 이어졌다. 원화 가치 하락 폭은 4.72%로 유로(-2.62%), 엔(-2.58%), 파운드(-1.64%), 위안(-0.84%) 등 주요국 통화보다 컸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에 더해 인공지능(AI)·반도체 고평가 부담, 차익 실현, 트럼프 변수까지 겹치며 외국인 자금 이탈이 확대됐다. 달러인덱스는 100.22 수준으로 상승하며 강달러 흐름을 뒷받침했다.
시장에서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환율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1370~1380원대 복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평가
다.
더불어 정부 대응 카드도 제한적이다. 전문가들은 추경은 내수 충격 완화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금리 인상은 소비 위축과 투자 감소라는 부담을 동반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500억~600억달러 규모 자금 유입 기대도 있지만, 8개월에 걸쳐 분산 유입되는 구조여서 단기 환율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환율전문가는 "지금의 1500원은 단순한 고점이 아니다. 수급에서 시작된 환율은 전쟁을 거치며 구조적 위기로 전환됐다"라며 "같은 숫자지만 의미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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