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장대 르네상스]
두산, AI 가속기용 고성능 CCL 수혜
물량 몰리자 태국에 CCL 공장 투자
철강도 美 AI 데이터센터 특수 노려
50% 고관세 불구 대미 수출 증가
두산이 생산하는 동박적층판(CCL). 두산 제공
한국 소재 산업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AI 인프라 건설에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붓자 경쟁력을 갖춘 K소재 수요가 덩달아 커진 것이다. 경기침체와 보호무역주의 등 대내외 변수로 어려움을 겪어 온 소재 사업이 AI 특수를 발판 삼아 부흥기를 맞았다.
몸값 뛰는 CCL… "없어서 못 팔 정도"
박정원(가운데) 두산그룹 회장이 올해 2월 충북 증평군의 두산 전자BG 사업장을 방문해 동박적층판(CCL) 제조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두산 제공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올해 2월 충북 증평군에 있는 두산의 사업회사 전자BG 사업장을 찾았다. 박 회장의 BG 사업장 방문은 2016년 이후 거의 10년 만이었다. 그는 AI 가속기용 동박적층판(CCL) 제조 공장에서 50년간 축적된 소재 기술력을 직접 점검했다. 박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도 "AI 관련 수요 급증에 따라 전자소재 사업에서 시장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CCL에 대한 그룹 차원의 자부심이 묻어나는 대목이었다.
수지, 유리섬유, 기타 화학물질 등으로 이뤄진 절연판에 동박을 입힌 CCL은 전자제품의 신경망 역할을 하는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 소재다. 반도체,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주로 쓰이는데, 두산은 고성능 CCL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특히 AI 작업 속도를 높이는 하드웨어인 AI 가속기에는 고성능 CCL이 필수적이다. 두산 전자BG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블랙웰에 하이엔드 CCL을 독점 공급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일찌감치 독보적 지위를 확보했다. 전 세계 CCL 생산 1위 기업인 대만의 EMC도 블랙웰과 루빈 같은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는 뚫지 못했다. 몸값이 올라간 덕에 올해 1분기 두산 전자BG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60% 뛰었고, 영업이익률은 30%를 웃돈다.
당분간 CCL 공급이 달릴 것으로 보고 생산시설 증설에도 나섰다. 두산은 1,800억 원을 들여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태국에 고성능 CCL 공장을 짓기로 했다. 그로쓰리서치는 "빅테크 데이터센터 설비 투자 확대가 지속되는 한 CCL 출하량은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라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철강도 AI 특수… 관세 비웃는 수출까지
지난달 경기 평택항 야적장에 수출용 철강 제품들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철강업계도 고부가 제품을 앞세워 AI 수혜를 노린다. 데이터센터는 일반 건축물과 비교해 철강 투입량 자체가 많다. 아울러 각종 네트워크 장비와 서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겹겹이 쌓이는 다층 구조라 사용되는 철강도 더 높은 강성이 요구된다. 국내외 건설업 불황의 골이 깊은 상황에 AI 데이터센터를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주목하는 이유다.
업계는 미국에서만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 등으로 연간 약 96만 톤의 철강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이른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경우 2만 톤 이상의 철강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출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대미 철강 수출 물량(약 40만 톤)은 1년 새 70% 넘게 급증했다. 철근만 해도 지난해 대미 수출이 연간 9만 톤에 그쳤지만 올 1분기 27만 톤으로 대폭 불어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율 관세(50%)에도 대미 수출이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설비 확장 등 현지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김소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근뿐 아니라 데이터센터용 강재 전반으로 수출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가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도 데이터센터 건설용 철강재 시장을 겨냥해 고객 맞춤형 모델을 추진하고, 국내 유일의 판재와 봉형강 토털 패키지 공급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미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에 저탄소 인증 철강재를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세아제강 역시 내부식합금 강관을 포함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앞세워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용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