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미만으로 가상자산을 여러 차례 나눠 보내 자금 추적을 피하는 이른바 '쪼개기 송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적용되는 트래블룰 기준금액 100만원이 폐지돼 앞으로 모든 가상자산 이전 거래에서 송·수신인 관련 정보 제공 의무가 적용된다. 거래소의 재무건전성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대폭 강화된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심사를 강화하고 가상자산 이전 거래의 자금세탁 방지 장치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가상자산사업자의 대주주 심사 범위가 넓어진다. 대표이사 또는 이사의 과반수를 선임한 주주가 대주주 범위에 포함되고, 최대주주가 법인이면 해당 법인의 최대주주와 대표자까지 심사를 받는다.
◆거래소 부채비율 200% 이하…대주주까지 '적격성 심사'
사업자 자체의 재무건전성 기준도 신설된다. 가상자산사업자는 원칙적으로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유지해야 하며 최근 3년간 채무불이행 등으로 신용질서를 훼손한 사실이 없어야 한다.
전문인력과 전산·보안설비, 이용자 보호를 위한 내부통제체계도 갖춰야 한다. 기존 사업자는 부채비율과 인력·설비·내부통제 요건 적용을 1년간 유예받는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변화는 트래블룰 확대다. 현재 100만원 이상인 트래블룰 적용 기준을 없애 모든 가상자산 이전 거래에 정보제공 의무를 적용한다. 수취 거래소는 관련 정보가 빠진 경우 정보 제공을 요청하거나 거래를 거절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당국은 3개월간 약 2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100만원 미만 단위로 216차례 출고한 사례 등을 규제 회피 의심 사례로 제시했다.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와 개인지갑에 대한 규제 사각지대도 줄어든다. 국내 신고 사업자가 해외 사업자 또는 개인지갑과 거래할 경우 상대방의 위험도에 따라 거래 허용 범위를 달리 적용해야 한다.
저위험 해외 거래소와의 거래는 허용하되, 그 밖의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은 원칙적으로 송·수신인이 동일한 경우에 허용하고 고위험 거래는 금지하는 방식이다. 1000만원 이상 거래에는 별도의 의심거래 관리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FIU는 "해외 가상자산사업자 및 개인지갑과의 이전거래 관련 자금세탁 방지 규율이 미비한 점을 악용한 자금세탁 의심거래가 증가하고 있다"며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통해 가상자산 이전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 당국은 다수의 출처 불명 개인지갑으로 자산을 분할 전송한 뒤 특정 지갑으로 다시 모으거나, 범죄 피해금으로 추정되는 자금을 고위험 해외 거래소로 보내는 사례 등을 적발해왔다.
이번 조치로 국내 가상자산 규제의 무게중심은 단순한 사업자 신고에서 '지배구조·재무건전성·내부통제'를 함께 들여다보는 체계로 옮겨갈 전망이다. 특히 소액 거래까지 트래블룰이 확대되고 개인지갑과 해외 거래소에 위험기반 규제가 적용되면서 자금세탁 방지 수준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거래소 입장에서는 고객확인과 거래 모니터링, 전산시스템 구축 등에 필요한 규제 대응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와 퇴직자 제재조치 관련 개정사항은 오는 20일부터 시행된다. 트래블룰 확대와 해외거래소·개인지갑 관련 자금세탁방지 의무 등 나머지 조항은 시행령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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