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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0.2㎜ 무심한 비…바싹 ‘마른’ 밀양

70대 농민 A씨는 9일 오전 경남 밀양시 무안면 백안마을에서 들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깊은 한숨을 쉬었다. 물꼬(논에 물이 드나드는 길)를 살피러 나온 참이었다. 그는 “어제 비가 좀 오길래 나와봤는데 찔끔 오다 그쳤다”며 “논이 타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남부 가뭄, 9월까지 장기화 전망

경북 칠곡군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지난 7일 지천면 창평리 한 저수지가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70대 농민 A씨는 9일 오전 경남 밀양시 무안면 백안마을에서 들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깊은 한숨을 쉬었다. 물꼬(논에 물이 드나드는 길)를 살피러 나온 참이었다. 그는 “어제 비가 좀 오길래 나와봤는데 찔끔 오다 그쳤다”며 “논이 타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상권 내륙에 이날 한때 비 예보가 있었지만 하늘만 어두워졌을 뿐 비는 끝내 내리지 않았다. 전날 잠시 내린 비 역시 논바닥을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8일 경남 강우량은 합천군 11.5㎜, 진주시 0.3㎜, 밀양시 0.2㎜에 불과했다.

밀양시는 지난 5일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가뭄 ‘심각’ 단계에 진입했다. 심각 단계는 30년 평년 대비 저수율이 40% 이하인 경우로 ‘극심한 가뭄’에 해당한다. 밀양시 농업용수 저수율은 25.9%로 평년(74.2%)에 크게 못 미친다. 경남 18개 시군 농업용수 평균 저수율도 35%로 평년(70.8%)보다 훨씬 낮다. 창원의 저수율도 28.4%까지 떨어져 심각 단계 진입을 앞두고 있다. 밀양을 비롯한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한 가뭄은 9월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농업용 저수지의 전국 평균 저수율은 53.2%로, 평년(69.9%) 대비 76.1% 수준이다. 남부지역 저수율은 평년 대비 54~76%에 그쳐 더 심각하다.

생활·공업용수의 주요 수원인 다목적댐 19곳과 용수댐 12곳의 저수량은 각각 예년의 104.3%, 66.1% 수준으로, 전반적인 용수 공급 여건은 안정적이지만 청도, 대구, 영천 등에 식수를 공급하는 경북 청도 운문댐은 ‘심각’ 단계이며, 밀양댐과 섬진강댐은 ‘경계’ 단계다.

가뭄 현장 둘러보는 한 총리

한성숙 국무총리(왼쪽)가 지난 8일 경북 청도군 운문면 운문댐을 찾아 가뭄 및 폭염 관련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수지 상·하류 주민 간 ‘물 분쟁’…당국 24시간 비상 급수

밀양시는 8·16t 규모 살수차 25대와 양수 펌프 10대 등을 긴급 투입해 논에 용수를 계속 공급하고 있다. 무안면 백안마을 인근에는 남천강 강물을 끌어올려 농업용수 24시간 비상 급수 체계를 이어가고 있다.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용수 확보를 둘러싼 농민 간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특히 농지가 저수지 하류에 자리 잡은 땅 주인들은 상류 부근 농지에서 용수를 과도하게 끌어쓴다며 다툼을 벌이고 있다. 경남지역은 앞으로도 일주일간 비 소식이 없어 가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가뭄으로 자연 증발량까지 늘면서 저수율이 계속 줄고 있다.

40도를 웃도는 극한 폭염을 몰고 왔던 ‘이중 열돔’의 위력은 다소 약해졌지만 최고기온 34~35도 수준의 무더위와 열대야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10일 낮 최고기온이 27~34도, 11일은 27~35도, 12일은 27~34도를 나타내겠다고 전망했다. 지난 8일 낮 최고기온(38.1도)보다 3~4도 낮은 수치다.

그간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이중으로 한반도를 덮은 상태에서 바람 방향에 따라 백두대간 동쪽 지역과 서쪽 지역이 번갈아 극한 폭염을 겪었지만,주말부터 이중 고기압 결합이 흐트러지면서 다소 누그러졌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고기압이 물러난 영향으로 한반도 상공에 구름대가 유입되고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동풍이 불어오고 있다.

다만 폭염이 완전히 물러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당분간 평년(최저 21~25도, 최고 28~32도)보다 높은 35도 안팎 기온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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