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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영주에서 만나는 선비의 지혜와 치유의 인문학...AI 시대, 사람을 다시 묻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질문에 답하고, 기술이 일상의 판단과 선택에까지 깊숙이 관여하는 시대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이 왜 살아가는지, 무엇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 어떻게 더불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아 있다.

영주에서 만나는 선비의 지혜와 치유의 인문학...AI 시대, 사람을 다시 묻다

인문주간 홍보 이미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질문에 답하고, 기술이 일상의 판단과 선택에까지 깊숙이 관여하는 시대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이 왜 살아가는지, 무엇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 어떻게 더불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아 있다.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영주가 오래된 역사와 인문학의 지혜를 다시 꺼내 든다. 영주시는 대구한의대학교와 함께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영주 유의(儒醫)와 함께하는 치유의 마당놀이'를 주제로 인문도시 지원사업 인문주간 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148아트스퀘어를 중심으로 영주문화원, 영주문화예술회관, 소백산 자락길 등 지역의 역사·문화 공간에서 펼쳐진다. 영주의 선비정신과 전통 의학에 담긴 지혜를 강연과 체험, 공연, 역사답사 등으로 풀어내 시민들이 인문학을 보다 친숙하게 경험하도록 마련됐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제21회 인문주간은 올해 'AI 시대, 질문하는 인문학'을 공통 주제로 전국 인문도시와 지역인문학센터에서 진행된다. 영주시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자산을 재조명하는 동시에 전통 한의학과 현대 기술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이번 행사의 핵심은 단순히 과거의 문화를 소개하는 데 있지 않다.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인간 중심의 사유와 삶의 지혜가 오늘날에도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살펴보는 데 있다. 특히 영주가 간직한 선비정신은 학문적 성취를 넘어 인간의 도리와 공동체의 책임, 올바른 삶의 태도를 고민해 온 정신적 유산이라는 점에서 현대사회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일수록 무엇을 할 수 있는가뿐 아니라 무엇을 위해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가를 묻는 인문학적 성찰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인문주간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영주의 역사적 인물인 유의 이석간을 문화 콘텐츠로 재조명한다는 점이다. 유의는 유학적 소양과 의학적 지식을 함께 갖춘 인물을 일컫는다. 학문과 의술을 별개의 영역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인간의 삶과 건강을 함께 고민했다는 점에서 인문학적 의미를 지닌다.

영주시는 조선시대 유의 이석간의 삶을 소재로 한 '이석간 마당놀이'를 오는 31일 오후 3시 영주문화예술회관에서 선보인다. 역사 속 인물을 단순히 기록으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연예술을 통해 시민들과 만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지역의 역사적 인물을 대중적인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키고, 시민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의 인문학적 자산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선비의 정신과 의술의 가치를 연결하는 유의의 삶은 현대사회에서 지식과 기술이 인간을 위해 어떻게 활용돼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행사 첫날인 27일에는 오후 3시부터 148아트스퀘어 공연장에서 '한의사에게 묻는 건강한 삶의 지혜' 토크콘서트가 열린다. 이어 '영주·K-의학 인문도시' 선포식과 제2회 영주 유의상 시상식, 해금과 바이올린 협연 공연 등이 진행된다. 28일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아동을 대상으로 전통 문양 팽이 만들기, 마술 공연, 전통 유희 체험이 마련된다. 29일에는 '선비 부형(父兄)의 살림과 공부 이야기' 강연과 풍기인삼을 활용한 영양경단 만들기 체험이 이어진다.

이처럼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도 특징이다. 인문학이 특정한 전문가의 연구나 강의실 안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들의 일상과 연결될 때 그 가치는 더욱 폭넓게 공유될 수 있다. 특히 지역 특산물인 풍기인삼을 활용한 체험은 영주의 농업과 음식문화까지 인문학 프로그램에 접목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30일에는 전통 한의학과 현대 기술을 접목한 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조선시대 향 문화를 살펴보는 '청원향 만들기'를 비롯해 한의학 기반 AI 융합 뇌인지 치유 프로그램, 한방 피부 미용 약침 체험 등이 마련된다. 전통적인 향 문화와 현대 기술을 함께 소개하는 구성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 온 건강과 치유의 개념을 폭넓게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AI 융합 치유나 한방 체험의 경우 프로그램의 교육적 의미와 실제 의학적 효과는 구분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약침 등 신체에 직접 적용되는 체험은 전문 의료인의 관리와 안전기준 준수가 중요하다. 이번 프로그램이 전통의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현대 의료기술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합리적인 판단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지막 날인 31일에는 소백산 자락길에서 정축지변과 금성대군의 역사를 되짚는 인문답사가 진행된다. 역사답사는 문헌 속 기록을 실제 장소와 연결해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영주의 산과 길, 역사적 장소를 직접 걸으며 지역이 간직한 이야기를 살펴보는 과정은 시민들에게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같은 날 오후 영주문화원에서는 시민백일장과 시상식, 인문주간 폐막식이 열린다. 또한 행사 기간 148아트스퀘어 중앙홀에서는 '향으로 다스리는 몸과 마음: 선비들의 향과 치유' 특별 전시가 운영돼 전통 향 문화와 선비들의 생활 속 지혜를 소개한다.

하천수 영주시 선비인재양성과장은 "AI 시대일수록 우리 삶을 돌아보고 인간의 가치를 되새기는 인문학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번 인문주간을 통해 시민들이 영주의 전통문화에 담긴 삶의 지혜를 발견하고, 일상에서 인문학의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주시는 대구한의대학교와 함께 인문도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오는 2028년까지 선비정신과 유의의 가치를 담은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러한 사업이 지속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일회성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의 역사적 자산을 교육과 문화, 관광 콘텐츠로 연결하는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의 역사와 인물을 시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킨다면 영주만의 차별화된 인문도시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문학의 가치는 과거의 지식을 얼마나 많이 기억하는가에 있지 않다. 그 지혜를 오늘의 삶에 어떻게 적용하고, 미래를 위해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가에 있다. 영주가 간직한 선비정신과 유의의 지혜는 오랜 역사의 유산이지만, 인간을 존중하고 더 나은 삶을 고민한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의미를 지닌다.

AI가 수많은 답을 제시하는 시대, 인간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능력일지 모른다. 영주에서 펼쳐지는 이번 인문주간이 과거의 지혜와 현대의 기술을 연결하고, 시민들이 인간다운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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