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역의 공공 공연장의 역할은 무엇일까?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별해 관객에게 선보이는 일은 공연장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세계적인 연주자의 무대와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명작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넓히는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공공 공연장의 역할은 이미 완성된 작품을 지역에 소개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공연장 자체의 기획에 따라 나름의 목표와 방향성을 설정하고 작품을 만드는, 소위 말하는 ‘제작’의 영역에서의 역할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제작’은 해당 공연장 역량의 총합이다. 공연 제작은 기획의 이유와 가능성, 다양한 출연자와 스태프의 구성, 연습 진행, 공연장과 연습실 등 공간의 사용, 홍보와 마케팅 방식, 지속 가능성에 대한 판단, 공공성과 경제성 사이의 적정한 균형 설정 등 수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유통 중인 작품을 초청하는 것과 비교하면, 제작은 여러 변수와 어려움을 감내하는 한층 복잡다단한 작업이다.
요즘 여러 지역에서 자체 제작의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공연장 자체 기획에 따라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제작하기도 하고, 각 지역만의 역사와 삶, 그 안에 축적된 이야기를 공연예술로 재해석하고 지역 안팎의 여러 인적 자원들이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제작공연은 각 공연장의 역량을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특히 내가 사는 지역의 이야기를 풀어낼 때는 지역의 이야기를 예술의 언어로 기록하고 시민과 공유하며, 지역 공연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이 된다. 공연장은 완성된 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을 넘어 새로운 창작이 시작되고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이 형성되는 기반으로 기능하고 있다. 나아가 작품이 재공연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유통된다면 지역의 이야기를 더 많은 관객에게 전하고, 지역 예술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제작공연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과 성과를 엄정하게 평가하는 것은 서로 대립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제작공연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왜 이 작품을 만들었는지,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남겼는지를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평가를 통해 확인한 성과와 한계는 다음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제작 과정의 개선을 이끄는 밑거름이 된다. 이러한 경험과 성과가 축적될 때 제작공연은 일회성 사업을 넘어 지속 가능한 창작 활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공연장은 외부에서 만들어진 완성도 높은 공연을 소개하는 일과 공연장 스스로 작품을 만드는 일, 특히 지역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는 일은 서로 다른 역할처럼 보이지만, 모두 시민의 문화예술 경험을 넓히고 지역의 예술적 가능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초청과 제작, 이 두 역할이 균형을 이룰 때 공연장은 단순한 관람 시설을 넘어 지역 문화예술의 성장 기반으로 기능할 수 있다.
무대의 막이 내린 뒤 살펴봐야 할 것은 수치로 드러나는 성과만이 아니다. 공연장의 역량이 쌓이고, 우리 지역만의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콘텐츠가 축적되며, 지역 예술인들이 부분적으로, 혹은 전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경험 역시 중요한 성과이다. 제작공연의 성과는 공연 한 편의 흥행을 넘어 지역에 어떤 문화적 흔적을 남겼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공공 공연장이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창작을 지원하고 성과를 책임 있게 평가할 때, 제작공연은 지역의 문화적 자산이자 미래를 만들어가는 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상균 평택시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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